16.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 (1984) ***
헐리우드에서 만든 발리우드 영화. 춤, 노래, 액션, 로맨스가 여기 다 있다. 월터 힐의 전작 <워리어>의 후신이다. 월터 힐은 평면적인 캐릭터로 매력적인 스토리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영화감독이면서 또한 컴퓨터 게임의 아버지다. 그것도 <파이널 파이트>, <더블 드래곤> 류의 2D 횡스크롤 벨트 액션 게임. 마이클 파레와 다이안 레인의 미모가 빛을 발하지만 정작 눈길을 끄는 캐릭터는 윌렘 데포인 것 같다. 이 영화가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다는 사실을 미루어볼 때, 많은 게임 창작자가 이 영화에서 영감을 얻었음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캐릭터가 매우 뚜렷하고 내러티브는 단순하기 그지 없다. 무협영화도 이렇게 단선적이지는 못할 것이다. 80년대를 상징하는, 추억으로 소비하는 영화.
17. 문라이트 (2016) ****
너무나 아름다운 영화. 보깅을 다룬 다큐멘터리 <Paris Is Burning>에서 얘기한 삼진 인생 (흑인, 동성애자, 빈곤층)의 이야기. 문라이트의 포스터에 나오는 인물이 세 갈래로 나뉘어 있음을 영화를 보고서야 깨달았다. '리틀', '샤이론', '블랙' 이 세 다른 얼굴들을 관류하는 하나의 정체성. 토마스 만의 단편을 흑인영화로 만든 것 같다. 탁월한 아름다움에 숨이 막힌다. 뭔가 코멘트를 남기려 해도 그런 마음 뿐.
18. 인썸니아 (2002) **
알 파치노와 로빈 윌리엄스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이 감독이라면 재미없을리가 없는데, 나는 이 영화의 스토리라인이 너무 밋밋했고 예측 가능했기 때문에 지루했다. 이 영화는 계속 <맥베스>를 연상시킨다. 유명한 형사가 자신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미필적 고의로 의심되는 살인을 저지른다. 그리고 잠을 잃는다. 맥베스는 마법과 저주에 의해 잠을 잃지만 이 영화에서는 자연 환경과 심리 상태에 의해 잠을 잃는다. 그래서 알 파치노와 로빈 윌리엄스의 광기어린 연기로 마치 이 시대의 셰익스피어 비극을 쓸 것처럼 덤비는 가운데, 어느 순간 극이 중심을 잃고 좌초하면서 그저그런 헐리웃 범죄물의 결말이 되고 만다. 어찌 보면 로저 스포티스우드의 <25시의 추적>이 더 나은 영화로 보일 정도다. 왜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미국 대표팀 같은 영화가 되었을까 곱씹어보면 아무래도 연기의 대가들 사이에서 연출이 중심을 잃었던 것이 아닌가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19. 플레이타임 (1967) ***
거의 10분마다 졸도한 영화. 영화 중반부가 지나서야 정신을 추스리고 다 봤다. 걸작이라고들 하지만 남들이 걸작이라고 평가한다고 해서 그 평가를 무비판적으로 따를 이유는 없다고 한다. 정교한 미장센과 앵글에서 하나도 양보하지 않는 섬세한 연출은 아무 감독이나 오를 수 있는 경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 컷, 한 컷이 화보이고 예술사진 같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당혹스러운 이유는 영화를 감상하는 사람이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맥락을 창출할 것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알랭 로브그리예의 누보 로망을 영상화한다면 이런 영화가 되지 않을까? 영화를 숭배하는 사람에게는 걸작이겠지만 나처럼 휴식의 일환으로, 도락으로써 소비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피곤한 영화다. 이 어마어마한 세트를 만들고 파산한 자크 타티의 이야기는 우공이산을 연상케 하는 웅장함이 있다. 하지만 과연 무엇을 위해서? 여러 가지 안 좋은 점만 얘기했지만 이 영화는 빌 에반스의 음악처럼 심야에 주의깊게 보지 않고 틀어놓기만 해도 흐뭇함과 충만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저 내 취향과 조금 다를 뿐, 좋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
20. 뉴욕탈출 (1981) ***
월터 힐의 <워리어>에 대한 존 카펜터의 응답이랄까. 갱 멤버들의 포위를 뚫고 탈출한다는 점이 비슷하다. 이 영화를 보고 조금 꺼림칙한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장소로 계속해서 언급되는 세계무역센터 빌딩하며, 초반에 납치당한 항공기가 뉴욕의 빌딩을 들이받는 모습하며 여러가지가 9.11 테러범들에게 영감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못말리는 로빈훗>에도 출연했던 아이작 헤이스가 악당이기는 하지만 메인 캐릭터로 출연했다. 영화의 음악까지 맡아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
'"C"inematheca'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년 영화목록 - 6. (0) | 2020.09.23 |
---|---|
2020년 영화 목록 - 5. (0) | 2020.08.24 |
2020년 영화 목록 - 3. (0) | 2020.07.06 |
2020년 영화 목록 - 2. (0) | 2020.04.27 |
2020년 영화 목록 - 1. (0) | 2020.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