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theca

2020년 영화목록 - 6.

Baron Samdi 2020. 9. 23. 11:09

26. 저격자 (본 아이덴티티 TV판, 1988) **

TV로 보고, 옛날에 한 번 보고, 로버트 러들럼의 <본 아이덴티티>를 읽고 나서 다시 봤다. 볼 때마다 감상이 다르다. 처음 봤을 때는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별로였고, 커서 봤을 때는 그럭저럭 볼 만했으며, 소설을 읽고 나서 본 뒤에는 시시하다. <가시나무 새>의 리처드 챔벌레인이 제이슨 본으로 나오는데, 이제 제이슨 본은 맷 데이먼이어서 챔벌레인의 얼굴에서 일종의 위화감을 느낄 정도다. 원작에서 설정을 좀 바꾸기는 했지만 충실한 편이고, 소설에 묘사된 냉전기의 분위기가 잘 살아있다. 하지만 총소리마저 리얼한 요즘 액션물을 보고 나서는 약간 지루함마저 느껴진다.  

 

27. 드라이브 (2011) ****

<택시 드라이버>를 연상시키는 안티 히어로물. 감각적인 영상과 빈약한 스토리라인의 결합. 설정 샷의 과감한 생략과 음소거 효과를 보면 아리 애스터가 생각난다. 아리 애스터보다는 감각적이지만. 그저그런 스토리라인을 매우 공들여 찍은 아름다운 영상으로 보완했다. 다만 차량 추격신의 편집은 67년도에 나온 <불리트>보다 고루하다. 제목이 <드라이브>인데 왜 드라이브를 하지 않나. 

 

28. 더 위치 (2015) ****

아리 애스터에 이어 로버트 에거스라는 탁월한 감독을 발견하게 된 계기. A24 스튜디오 제작물은 모두 믿고 볼 만할 것 같다. 모든 장면들이 충격적이지만 특히 후반부는 1년 뒤에 나온 <곡성>에게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곡성>에서 봤던 놀라운 장면이 이 영화의 반복이라는 생각이 드니 오히려 이 영화의 매력이 배가되는 것 같다. 현실은 기독교 경건주의의 지옥이기 때문에, 이런 현실에서 핍박받은 인간은 오히려 지옥이 행복이지 않을까 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특히 나는 이 영화를 일종의 페미니즘 픽션으로 자기 해방의 서사로서 해석할 여지가 많다고 본다. 

 

29. 청년 마르크스 (2017) ****

아이재이어 벌린이 마르크스 일생에서 가장 결정적인 시기라고 일컬었던 파리 시절을 다룬 영화. 에쵸티 팬들이 <평화의 시대>를 봤을 때, 젝키 팬들이 <세븐틴>을 봤을 때도 이런 빠심은 생기지 않았을 성싶다. 아이티의 문화부 장관을 역임해 '아이티의 이창동'으로 불리는 라울 펙 감독. 영화를 보다 보면 특성상, 영어, 독어, 불어가 뒤섞인 대사를 해야 하는 배우들이 불쌍할 지경이다. 교육용 영화로는 최선이지만 결코 편히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영화가 지나치게 설명적이라거나 이론 지향적이라는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동원해서 이해하는 영화와 우리가 무엇을 알아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와 관련한 영화는 출발점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적인 클리셰이기는 하지만 라스트 신이 좋았다.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유산을 어떻게 계승하느냐. 그렇지 않아도 <엥겔스 평전>과 <영국 노동계급의 상황>을 감명 깊게 읽었던 터라 당시의 모습이 잘 형상화되어 책을 이해하기가 수월했다. <자본론>을 집필하던 만년의 마르크스를 그린 영화도 나왔으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최고의 영화면서 2,3년에 한 번쯤은 되풀이해서 보고 싶은 영화다. 

 

30. 인시디어스 2. (2013) **

<컨저링>으로 하우스 호러의 문법을 재정립한 제임스 완은 수없는 자기 복제를 통해서 진부한 감독이라는 이미지를 굳히려고 하는 것 같다. 그냥저냥 볼만 하지만 보고나면 시간이 아깝다. 밝은 조명 밑에서 예쁜 화장을 하고 나오는 귀신이 뭐가 무섭겠나. 

'"C"inematheca'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년 영화 목록 - 2.  (0) 2021.11.02
2021년 영화 목록 - 1.  (0) 2021.07.10
2020년 영화 목록 - 5.  (0) 2020.08.24
2020년 영화 목록 - 4.  (0) 2020.07.29
2020년 영화 목록 - 3.  (0) 2020.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