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회고담을 쓰려니 나도 나이가 많이 들었다. 더 연배가 있는 분들에게는 송구스러운 얘기이고, 인터넷이 활성화된 90년대생 분들이 들으면 또 옛날 얘기냐고 기함을 하시겠지만, 그런 시절이 있었다. "음악이 귀하던 시절. " 요즘은 친구를 들려주려고 더블 데크에 카세트테이프 걸어놓고 자작 컴필레이션 만들어 돌려 듣는 것은 아주 먼 옛날의 일처럼 느껴진다. 지난 세기의 일이니 무리도 아니지만. 이제는 카톡에 유튜브 링크 하나만 쏴주면 금방 끝나는 일이 되었다. 이매지네이션을 이 비디오 클립을 처음 봤을 때는 유튜브가 없을 때고 아마 냅스터나 오디오 갤럭시에서 저화질 VHS 인제스트 본을 받아서였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봐야 정상이지만 당시는 그런 인식도 없었고, 돈이 있어도 접하거나 구할 수조차 없었다. 보자마자 어떤 밴드인지 더 알고 싶었고 막상 보고 나니 황홀했다. 음악도 좋았지만 무대의상, 무대매너가 모두 충격적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돌려보다 안 되겠다, 영원히 소장하고픈 욕구에 이리저리 구입 방도를 알아봤지만 알 수가 없었다. 방송사 시험에 줄낙방을 하고서 재수를 준비하던 2005년에 <The Very Best Of Imagination, DVD>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2003년에 발매되었고 영국 레코드 샵에서 팔고 있다고. 당시는 국내는 온라인 쇼핑이 겨우 안착하고 있었고, 지금처럼 버튼 하나로 클릭해서 주문하는 방식은 꿈도 못 꾸던 때였다. 단골 레코드샵에 해외 주문을 넣어도 이런 마이너한 것들(오직 한국에서만) 구해줄지는 의문이었던지라, 샵 매니저에게 내가 너에게 돈을 보내고 싶으니 어떻게 하면 될까, 이메일을 보냈다. 장장 두 달이 넘는 기간을 배를 타고 물을 건너 도착한 소중한 DVD. 하지만 "Flashback"은 들어있으되, 이 버전은 아니었다.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이내 유튜브가 자리 잡으면서 보다 나은 화질로 접할 수 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마침 DVD가 도착한 때가 추석인가 명절이었고, 꿈에 그리던 아티스트의 비디오 클립을 손에 넣었기에, 사촌들을 다 모아놓고 "내가 너무 좋아하는, 멋있는 게 있는데 함께 보지 않을래?" 하면서, 신나게 이 DVD를 틀어놓았었다. 사촌들은 말이 없었다. 그러고는 집에 가서 "형이 언론사 시험을 열심히 공부하더니, 어딘가 머리가 이상해진 것 같다"고 수군댔다고.
"Flashback"은 첫 앨범 <Body Talk>에 수록되어 영국 차트 16위에 올랐다. 이 비디오 클립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은 단연 리 존의 안무이고, 리 존 뒤에서 어색하게 움직이는 드러머 에롤 케네디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봐도 봐도, 들어도 들어도 좋은 브릿 훵크 넘버. 이 노래의 댓글을 보니 게임 <GTA5>의 삽입곡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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