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헤어질 결심 (2022)
나는 박찬욱 작법 특유의 고답적인 태도와 인물과 미장센에 흐르는 작위성을 싫어하는 편이다. 나와 지극히 다른 유형의 예술만 접하고 살아온 사람 같다. 그리고 그의 영화에 나타나는 영화 고유의 특성보다 텍스트를 영상으로 번안한, 일종의 레제드라마를 억지로 영상으로 옮긴 듯한 느낌이 내게 지속적인 위화감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영화를 관람하고 난 뒤 감성적인 탈진상태를 겪을 정도가 되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산과 바다는 두 가지 사랑의 형태를 은유한 것으로 보인다. 좋은 영화,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것은 아닌 영화. (***)
22. 범죄도시2 (2022)
가성비가 좋은 영화. 이 영화는 시리즈 중에서 아무 것이나 붙잡고 시작해도 맥락을 이해하는 데 불편함이 없으며 한 편 보면 악당이 얼굴만 바뀌어 8편까지 미리 본 셈이 된다. 프로레슬링 각본도 이것보다는 성의있다. (*)
23. 명량 (2015)
이순신이라는 소재로 이 정도의 영화를 찍다니 돌돔 매운탕 같은 영화. 모든 국산 전쟁영화의 클리셰들이 반복되면서 감독이 패러디 영화를 찍고 싶은 것인가, 정통 역사물을 만드려고 한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70년대 방화 <성웅 이순신>과 21세기 CG의 스펙타클이 어우러진 영화다. 신상옥 감독님이 살아 돌아오셔도 이렇게 낡은 감성을 선보이지는 못할 것 같다. 한국 전쟁영화에 클리셰 중에서 "어머니를 외치면서 죽어가는 병사" 빼고는 모든 것이 다 들어가 있다. (*)
24. 반교 디텐션 (2020)
<판의 미로>의 대만판을 연상시키는 영화. 호러의 외관을 띄고 있지만 대만의 역사적 상흔을 배경으로 가슴시린 사랑 얘기까지 얽혀 큰 여운을 남긴다. 단순한 공포영화로 봐서는 후회할 만한 수작. 이 영화의 주된 테마는 정치적 억압과 자유의 추구인데, 얼얼빠나 40년간 지속된 계엄령과 같은 대만사에 대한 지식 없이도 충분히 그 폭압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
25. 컨트롤 (2008)
안톤 코르빈 영화는 각 쇼트들은 예쁘지만 영화가 끝나면 남는 게 없는 아름다운 쓰레기를 찍는 감독이라고 생각했었다. 이 영화도 다르지는 않지만 조이 디비전이라는 전설적인 뮤지션을 다룸으로써 어느 정도 상쇄는 되는 것 같다. 브릿 팝과 조이 디비전의 팬이라면 볼 만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매우 지루할 영화. 샘 라일리가 이언 커티스에 완전히 빙의해서 열연을 펼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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