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서부전선 이상없다 (2022)
넷플릭스 독점 영화. 세간의 호평과는 달리, 나는 이 영화가 원작에 비해 지나친 과욕을 부렸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없다. 특히 초반에 음악은 영상과 SOV를 잡아먹으면서 지나친 자기주장을 하고, 소소한 인간관계와 눈앞의 생존의 몰두한 병사들을 통해 전쟁 전반을 비판할 수 있었던 원작과는 다르게 이 영화는 감독의 거장 콤플렉스를 지나치게 드러내면서 지리멸렬한다. 원작을 모르고 봤다면 좋은 반전물이라고 했겠지만 원작의 위대함을 경험하고 이 영화를 보면 도대체 뭘 하려고 한 것인가 자문하게 된다. (**)
7. 나의 친애하는 적 (1999)
영화 배우 클라우스 킨스키를 다룬 베르너 헤어조크의 다큐멘터리.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인상 깊었던 점은 헤어조크가 처음 킨스키와 함께 살던 아파트를 찾아가는 장면이었다. 여기서 묘한 점은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전도되었다는 점이다. 인터뷰이가 유명인일수록 더 효과를 발휘하는 방식 같다. 헤어조크는 대뜸 찾아간 아파트에서 집주인 부부를 앞에 놓고 킨스키와의 일화를 주절주절 늘어놓는데 집주인 부부가 궁금해하며 질문을 늘어놓으면서 스토리가 확장되기 시작한다. 이 다큐는 이런 전도된 형태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킨스키의 이상 성격을 자세히 묘사하면서 그를 추억한다든지, 그의 괴팍한 성격 이면의 섬세한 감성을 잠잠하게 응시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제는 성범죄자로 전락하기는 했지만)이 위대한 배우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위대한 피츠카랄도>에서 제이슨 로바즈와 킨스키의 연기를 비교하면서 보여준다. 제목 그대로 '애증'의 감정이 어떻게 영상으로 표현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다큐다. 여기서 가장 재미있었던 일화를 꼽는다면 킨스키가 발작할 때마다 원주민 엑스트라들이 공포에 떨었는데, 하루는 헤어조크를 찾아와 조용하고 정중한 태도로 "감독님, 저 사람 죽여드릴까요?"라고 했다고.
(*****)
8. 병원 언덕의 목매어 자살한 집 (1979)
이치가와 곤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원작자인 요코미조 세이시가 오프닝과 엔딩에 2번 출연한다. 원래 요코미조 세이시의 추리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이치가와 곤의 영화는 공부삼아 보게 된다. 촬영과 편집 면에서 독특한 시도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타나베 신이치와 에구치 케이스케 쿼텟이 참여한 음악이 일품이다. 특히 회상신은 참고할 만한 시도들을 많이 했는데 완전한 암막 백에서 다다미 샷으로 찍는다던가, 콘트라스트를 세게 주어 판화 느낌을 낸다든가 하는 독특한 기법들이 많다. 요코미조 세이시 원작답게 현실과는 동떨어진 설정, 똑같은 얼굴을 한 인물, 복잡한 가계도가 아무런 설명 없이 튀어나와 내용을 따라가기 힘들다. 원작소설을 본 사람만이 이 영화의 내용을 이해하면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매우 독특하고 한 번은 봐야 할 영화. (****)
9.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2015)
유모가 알고 봤더니 엄청난 천재 사진가였다는 유사 메리 포핀스 스토리로만 생각했는데, 직접 보니 건네는 메시지에 큰 울림이 있다. 이 사회에서 내성적인 독신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예술이란 무엇인지, 현대인의 근원적인 고독 등 생각할 거리를 많이 안겨주는 다큐멘터리다. (***)
10. 태풍클럽 (1984)
일본 황금기에 제작된 영화로 자연조명과 필름 촬영으로 모든 컷이 화보같다. 그러나 화려한 결과물과 다르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미약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10대 여성의 신체를 향하는 왜곡된 시선을 익스트림 풀샷으로 지양하는 데서는 안도했지만 태풍으로 만들어진 청춘의 해방구에서 폭발하는 에너지를 잘 형상화했는가, 하면 나는 잘 모르겠다. 감각적인 컷들만 눈길을 끌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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