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itti Politti의 곡과 더불어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이 들은 곡을 꼽으라면 "Be Cool"을 들 수 있다.
1977년과 78년에 <Montreux Summit>이라는 이름으로 두 장의 앨범이 발표되었다. 내가 만든 말이지만 재즈 앨범에 "Summit"이 들어가면 다 명반인 것 같다. CBS Jazz All-Stars는 임의로 붙인 이름이고 공식적인 명칭은 아니다. 그러나 멤버 구성을 모면 70년대 후반 컬럼비아 레코드사가 자랑하는 소속 재즈 뮤지션 중 가장 기량과 명성이 탁월한 사람들만 모여있다. 1977년 스위스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에 참여했던 공연을 녹음해서 두 장의 앨범으로 발표한 것인데, 가히 재즈계의 "We Are The World"라고 할 정도로 쟁쟁한 인물들이 가득하다. 메이너드 퍼거슨, 휴버트 로스, 밥 제임스, 조지 듀크, 빌리 코뱀, 스티브 칸, 에릭 게일, 스탠 게츠, 우디 쇼, 알폰소 존슨, 덱스터 고든, 베니 골슨 등이다. 다시 모으라고 해도 다시 모을 수 없는 어마어마한 라인업이다.
"Be Cool"은 이 공연 녹음의 두 번째 앨범 첫 번째 수록곡이다. 조지 듀크가 썼고 밥 제임스가 프로듀싱을 했는데, 조지 듀크의 디스코그래피를 따라가다 보면, 대중적인 곡들로 인기를 모은 다음 자기가 원하는 음악을 시도하는 여타의 뮤지션과 달리, 70년대에서 8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의 조지 듀크는 초반에는 자기가 원하는 음악으로 방향 설정을 하다 MPB에 빠져 브라질 사운드를 시도했다가 다시 "Shine On"같은 디스코 히트를 발표한다. 이 곡이 조지 듀크의 초기작에 속한다는 사실은 참 의외이긴 한데, 이 정도로 대편성에 능하다고 하면 거장 칭호가 아깝지 않을까 싶다. 미국 클래식 음악계가 인종 차별로 많은 흑인 거장들을 대중음악에 뛰어들게 만들었고 (예를 들어 탐 벨, 배리 화이트), 그 결과 미국 흑인음악이 풍성해졌다는 설이 있다. 조지 듀크도 클래식 음악이 아니어도 재즈에서 충분히 이런 중후장대한 곡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곡에는 플루트에 바비 험프리, 휴버트 로스, 테이스 판 레어(네덜란드 플루티스트), 기타에 스티브 칸과 에릭 게일, 프로듀싱과 피아노에 밥 제임스, 키보드에 조지 듀크, 베이스에 알폰소 존슨, 드럼에 빌리 코뱀, 퍼커션에 랠프 맥도널드 등이 포진해 있다. 플루트와 키보드 사이로 모든 관악기가 솟아오를 때면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이런 곡들을 듣기 위해 살아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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