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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Winslow - I Am My Own Walkman (1985)

Baron Samdi 2025. 4. 17. 18:27

En-To-End 만큼이나 아끼는 음반.

 

Michael Leslie Winslow는 1958년 워싱턴 주 스포캔 출신으로 별명이 '일만 가지 효과음의 사나이 The Man of 10,000 Sound Effects'라고 불리는데, 쉽게 말해 '미국 옥동자'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가수보다는 본업인 영화배우, 성우,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더 유명하다. 그의 장기는 성대(사물, 음향)모사로 마이크를 통해 온갖 효과음을 내는 것인데, 출연작이자 그의 유일한 히트작인 <폴리스 아카데미> 시리즈에서 입으로 기관총 소리를 내자, 사람들이 총성인 줄 알고 모두 엎드리는 장면이 널리 알려져 있다. 내가 갖고 있는 음반에도 "폴리스 아카데미에 출연한 스타"라는 홍보 스티커가 붙어있다. 윈슬로는 스포캔 공군 기지에서 자라면서 친구가 별로 없어 재미 삼아 엔진 배기음이라든가, 동물 소리를 흉내 내곤 했다. 흉내 낼 수 있는 소리가 많아지자, 재능을 인정받아 할리우드로 진출한다. 첫 TV출연은 <아메리카 갓 탤런트>와 유사한 프로그램인 <더 공 쇼>로, <벤지>에서 강아지 벤지가 짖는 소리, <스타트렉>의 효과음, 지미 헨드릭스의 "Purple Haze"를 모사해 유명세를 얻었다. 카운트 베이시 공연의 오프닝 무대에서 눈에 띄어 <폴리스 아카데미>의 라벨 존스 경사 역할로 캐스팅된다. 그리고 1985년 아일랜드 레코드에서 이 곡을 12인치 싱글로 발매해 호주 차트 60위에 오른다. 

 

"I Am My Own Walkman"은 잘 만든 곡이기도 하지만, 마이클 윈슬로가 아니면 만들어질 수 없는 독보적인 곡이라서 더 좋아한다. 아마 곡목은 윈슬로와 전혀 다르면서도 비슷한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는 바비 맥페린이 84년에 발표한 노래 제목에서 따온 것 같다. (전혀 다른 노래다.) 밝고 긍정적인 하이 에너지 사운드는 배터리나 전원도 필요없이 작동하는 인간 워크맨을 광고하는 징글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고 말 것이라는 공포 속에서 인간이 로봇을 대체하던 옛 시절의 향수가 이 곡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올리비아 뉴튼 존, 패서디나스, 덱시스 미드나이트 러너스를 거친 Pete Wingfield의 감각적인 작곡과 프로듀싱, 자세히 들어보면, 곡에 쓰인 각종 효과음들, 베이스라인, 드럼비트, 바람소리, 턴테이블의 스크래치 사운드까지 모두 마이클 윈슬로의 입으로 낸 소리다. 더 놀라운 것은 끝나갈 무렵에 나온다. 바로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인데 이것도 당연히 입으로 낸 소리다. 심지어 기타 소리를 내면서 동시에 노래를 할 수 있다고. 그러고 보면 어디서부터 실제 악기고 어디서부터 입에서 나온 소리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인간이 악기고, 악기가 곧 인간인 물아일체의 지경. 내가 이 곡에 애착을 갖는 이유는 앞에서 열거한 특성과 함께 너무 좋은 곡인데,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이런 곡들은 좀 더 양지로 나와 널리 알려질 필요가 있다. 호주 차트에서 선전도 유통의 실패이지, 음악의 실패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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