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theca

En-To-End - Money Talks (1989)

Baron Samdi 2025. 4. 1. 17:15

"네가 소장한 레코드 중 가장 아끼는 것이 무엇이냐?"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아주 오랜 망설임 끝에 이 음반을 꺼내 들지도 모른다. 이 음반을 손에 넣고 얼마나 기뻤던가. UK 스트리트 스윙의 숨은 걸작이자 천재 뮤지션 Tony Shand의 얼마 없는 발표작. (토니 섄드의 음반들은 이제 다 비싸졌다.) 스트리트 스윙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들으면 뭔가 엉성하고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런던의 언더그라운드 신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비어있음조차 감각적으로 들릴 것이다. En-To-End는 북런던 엔필드 출신의 Tony Shand와 친구 David Henriques 듀오로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T.S 레코드에서 몇 곡의 싱글을 발표했다. T.S는 아마 토니 섄드의 이니셜로 보인다. 그 말인즉슨, 가내수공업으로 메이저 레이블의 배급을 못 탔다는 얘기. 그래서 레어 그루브 디거들의 성배로 존재했으나 2021년 Backatcha 레코드에서 여러 차례 리마스터링되었다. 

 

영국 노동계급 유색인종 젊은이가 세상에 대해 내뱉는 소회에, 최소한의 장비로서 최대한의 효과를 내는 리드미컬하고 감각적인 사운드로 펑크록하고 줄기는 같지만 보다 현실순응적이면서도 세련됨을 간직하고 있다. 음악의 완성도 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분위기라는 게 있다. 해 질 녘, 창문을 열어놓고 틀어놓으면 정말이지 천국이 따로 없는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