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 킹스맨
올드 훵크/ 디스코 팬으로서 TV나 라디오에서 'KC앤드 더 선샤인 밴드'의 곡이 흘러나와 무척 반가웠다. 내가 모르는 새에 소울/훵크 팬이 많이 늘었다고 기뻐했는데 착각은 잠시 뿐, 그게 다 <킹스맨>때문이었다. 고급 브랜드로 무장한 스파이물이라고 해서 나는 처음에 한국에서 이 영화가 흥행한 주요 요인이 외양에 집착하는 한국인들의 속물근성일 것이라고 지레 짐작했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나니 <킹스맨>이야말로 정말 눈을 뗄 수 없는 스토리라인과 매력을 지닌 영화임을 깨달았다. 어느 정도냐 하면, 극장에서 1시간 앉아있기도 힘들어하는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나 같은 사람도 단숨에 영화의 종막까지 쉬지 않고 볼 정도로 재미있다. 어쩌면 <해리 포터>와도 비슷한, <해리 포터>의 성인판이라고 할 만하다. (나는 <해리 포터>는 매우 재미없게 봤다.) 이 영화에서 버디 무비의 변천사를 보게 된다. 원래 버디 무비는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두 주인공이 이끌어 나가다가, 80년대 들어와서 성격은 물론 인종마저 다른 주인공들을 차용하여 만든 영화들이 유행하게 되었는데, (<48시간>, <리쎌 웨폰>, 심지어는 흑인과 아시아인이 짝을 이룬 <러시 아워>) 이제는 서로 출신 계급이 다른 (귀족계급, 그리고 노동계급 출신이라도 뛰어난 자질을 가진, 영국 보수주의의 시조 에드먼드 버크가 주장한 바 있었던 이른바 "타고난 귀족"의 조화.) 두 주인공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킹스맨의 화려한 의상과 신사용 악세서리 또한 눈길을 끄는 요소다. (여담이지만 브레몽 같은 비싸기만 한 근본없는 브랜드는 좀 그렇다. 발자크 소설에도 나오는 브레게 정도라면 모를까)
존 버거는 신사의 정장이야말로 하나의 규범이 되어 계급 패권을 각인시키는 좋은 예라고 했는데, 이 영화에서 선전되는 영국 새빌로 거리의 비스포크 수트를 입은 첩보원들과 힙하퍼 스타일의 악당 간의 대비는 이런 버거의 주장을 확실히 뒷받침하는 것 같다. 그래도 거리에서 멋진 수트와 퐁파두르 헤어를 한 신사가 가래침을 뱉고 지나가는 상놈들 공화국에 사는 우리들로서는 이렇게 우산으로라도 때려서라도 신사의 법도를 가르쳐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또한 인구를 줄여서 지구 온난화를 줄이겠다는, 어찌 보면 상당히 극악한 접근법이 소설이나 영화에 나올 법한 얘기만은 아님을 알아두어야 할 것 같다. 이런 극악한 주장을 일삼는 자로 유명한 사람이 바로 의류 브랜드 "에스프리"의 창립자 덕 톰킨스로, 인구의 감소를 통해서 환경 문제를 해결하자며 "딥 에콜로지 재단"을 설립해 가열찬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어쨋든 정치적으로는 나와 맞지 않지만 이런 상업 오락영화에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 또한 오버가 아닐까 싶다. 정말로 잘 만든 오락영화.
(★★★)
시간이 없어 이만 줄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5/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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