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단평 : 내 인생의 앤썸 중 하나.
친구를 만나거나, 산책을 하러 이태원에 나갈 때마다 이 노래가 내 머리 속에서 자동재생이 된다. 어릴 적 '호강'이라면 지금은 나인원 한남 부지가 되어버린 외인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서 Lay's 감자칩과 콜라를 먹거나 이태원에 나가서 노랑머리 외국인들 틈바구니에서 밀크쉐이크를 먹는 일이었다. 지금이야 아무 데서나 먹을 수 있었지만 당시에는 쉽게 먹기는 힘들고, 있다 하더라도 맛있는 밀크쉐이크를 찾기는 힘들었을 때다. 웬디스, 맥도날드, 배스킨 라빈스는 물론, 하디스, 코니 아일랜드, 딕시랜드 같이 지금은 생소한 프랜차이즈들도 틈바구니에 끼어있었다. 그 중에서 손꼽으라면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멜로디스'라는 곳도 생각난다. 예전에는 외국인들만큼이나 신기한 외국 차들도 많았고, 외국 풍의 주차 미터가 블록마다 설치되어 있었다. 주로 이태원 한길가나 유엔빌리지 올라가는 길목에는 어김없이. 지금 이태원은 미군부대도 철수하고 한국 사람 서럽게 하던 'Foreign Only' 패널도 사라지고, 청년 장사꾼은 몰려들고 멋없는 프랜차이즈들이 점령해 본래의 매력이 많이 퇴색된 상태다. 트랜스젠더 바와 각양각색의 외국음식 레스토랑이 선산의 소나무처럼 이태원의 색깔을 지키고 있는 것 같다. 110번 버스를 타고 이태원에 나갈 때마다 그런 추억들과 함께 이 노래가 꼭 생각이 난다. 가사 내용과는 상관 없이 말이다. 제목 탓인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적만 해도 햄버거, 피자집이 즐비한 이태원에 나가는 일이 큰 호강이었으니 말이다.
이 곡은 네덜란드령 뉴기니, 말루쿠 제도 출신의 밴드 Latul의 81년 셀프타이틀 앨범 수록곡이다. Latul을 이끌었던 Chris Latul은 같은 지역의 밴드 Massada의 기타리스트였는데, 음반사와의 계약 관계, PR 문제로 갈등을 겪다 자신의 이름을 딴 밴드로 독립해 나왔다. 아마도 휴양지의 바 같은 데를 돌던 리조트 록 밴드였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자세한 정보는 나와있지 않다. 유일하게 라이너 노트에 상세한 설명이 있지만 아쉽게도 일본어를 모른다. mp3 파일로 갖고 있다가 일본 P-Vine에서 복각되자마자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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