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단평 : 강력 추천, 명불허전!
일본의 재즈 피아니스트 이타바시 후미오 (板橋文夫)의 82년 앨범 <와타라세>에서. 이타바시 후미오는 대개 '실험적인', '전위음악' 등의 꼬리표가 붙어 손해보는 아티스트인 것 같다. 재즈 피아니스트의 곡으로는 근 한 10년 전에 후쿠이 료에 대해 올리고서 오랜만이다. 후쿠이 료는 제법 국내에 알려져서 카페에서도 트는 곳이 있다고들 하는데, 이타바시 후미오에 대해서는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이타바시 후미오가 안숙선 명창이나 김석출 명인과 같은 국악인들과 협연을 하는 등, 한국과의 인연이 깊어보이는데도 말이다. 최근에도 이타바시 후미오의 앨범이 하나 복각된 것으로 안다. 일본 재즈팬이라면 하나쯤은 소장할만하지 않을까 싶다.
이타바시 후미오는 1949년 일본 도치기 현 아시카가에서 태어나 도쿄의 쿠니타치 음대에서 수학했다. 8살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클래식으로 출발해 대학생 시절에 재즈 신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히노 테루마사, 모리야마 타케오, 와타나베 사다오, 미네 코우스케 등과 함께 연주했으며 레이 앤더슨, 앨빈 존스 등과 해외 투어를 돌기도 했다.
이 곡의 제목인 와타라세는 이타바시 후미오의 고향 도치기 현에 위치한 강이다. 아름다우면서도 메이지 시대에 일본 최초의 공업재해였던 아시오 구리광산 유독물질 유출사건으로 더 유명해진 강이다. 이타바시의 현란한 트레몰로가 마치 때로는 웅장하게, 때로는 잔잔하게 흐르는 강의 물결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아름답고 슬픈 강의 역사를 기록하려는 듯이.
5년 전엔가 우연찮게 구입해서 애착을 많이 갖고 있는 앨범이다. 내가 먼저 한 장을 사고 두 장을 추가 구입해서 하나는 재즈 좋아하는 선배의 승진 선물로, 다른 하나는 피아노를 배우던 후배의 격려 선물로 썼던 기억이 있다. 이 앨범을 구입한 이유는 오로지 재킷에 나온 이타바시의 열정적인 얼굴에 반해서, 그 뿐이다. "아! 이것은 마치 일본의 윌리 허치 같구나!". 막상 포장을 뜯고 들어보니 윌리 허치의 훵키함과는 거리가 먼 피아노 재즈반이었다. 듣고서는 두 번 놀랐는데, 두 번 다 'Watarase'때문이다. 원래 이 곡은 전 년도에 발표되었고, 훨씬 더 유명한 모리야마 타케오의 역작 <Smile>에도 수록된 곡이지만, 정작 모리야마 버전에서는 별 감흥을 못 느꼈었다. 이 곡이 같은 곡이었구나! 이타바시 후미오 앨범에서 이 곡을 듣자마자 어마어마한 기교와 서정미에 놀랐고, 이 곡의 라이브 클립을 유튜브에서 찾아듣고 다시 놀랐다. 손바닥으로 건반을 퍼커션처럼 사용하거나 주먹으로 건반을 내려치면서 무지막지하게 글리산도를 주는 이런 기법들은 대체 피아니스트들은 뭐라고 부르는 걸까? 실제로 이런 테크닉이 존재하는 걸까? 그냥 이 사람은 미쳤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들면서 완전히 압도당했던 기억이 있다.
다음은 유튜브에 올라있는 라이브 비디오, 꼭 한 번 보시길....여러 모로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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