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더 라이트하우스 (2019)
<더 위치>가 너무 인상적이었기에 이 영화가 넷플릭스에 올라온다는 소식을 듣고 냉큼 결제했다. 크툴루 신화 같은 모습이 아니었을까 미리 상상해봤지만 보고난 뒤에 문득 든 생각은 이 영화가 프로메테우스 신화라는 것. 빛은 계몽의 상징이지만 그것은 자연의 산물일 때만 유효하다. 편의를 추구하려는 인간의 욕망은 그 빛을 전유하여 재앙으로 만든다. 결국 물새 부리에 쪼이는 형벌을 받지만 아무런 죄도 대속하지 못하는 허무함이 남는다. 흑백, 화면비, 회회적인 구도의 추구에서 일부러 고전미를 부여하려고 했다. 이런 감독의 의도와 범접할 수 없는 인공의 빛은 완벽한 대쌍을 이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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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 퍼펙트 게임 (2011)
故 최동원 선수에 대한 존경심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영화. 작위적인 연출, 시대에 뒤떨어진 각본 속에서 조승우의 연기만이 홀로 빛난다. 80년대 방화의 감성을 그대로 간직한 프로야구 OB들을 위한 특대형 효도상품 같은 영화다. 예전에 70년대 배경의 일본 드라마에서 샤기 컷을 하고나오는 일본 배우들을 보면서 프로의식이 부족하다고 느낀 적이 있었다. 그 정도의 톱 배우였다면 머리는 물론, 복식까지 그 시절의 고증을 참고했어야 맞다. 이 영화도 80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배우의 헤어스타일이나 화장법은 지극히 현대적이다. 역설적으로 80년대적인 것들을 잘 구현해내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각본이다. 열정적인 배우의 과장된 연기와 개그 코드들을 절제시킬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 갑갑한 연출, 감정이 고양되어야 할 부분에서 실소가 터져나오는 '그때 그시절' 관제 영화의 감성이 조승우, 양동근의 열연을 묻어버린다. 살아서 고생만 한 최동원 선수가 이런 영화로 기억되는 게 안타깝다. 그래도 중간에 영화를 끄지는 않았다. (**)
2. 액트 오브 밸러 (2012)
전직 네이비 실 대원들이 출연하는 액션 영화. <콜 오브 듀티>나 <메달 오브 아너>의 컷신 같은 연출이고 전투 장면에서는 상당한 몰입감이 있다. 밀덕들과 애꿎은 사슴에게 총질하는 트럼프 지지자들과 FPS게임의 광팬들에게 크게 어필할만한 영화. 복잡한 일로 머리가 지끈거릴 때, 시간 죽이기에는 이런 영화만한 것이 없다. (****)
3. 박화영 (2018)
장선우 감독이 <나쁜 영화>를 만든 이후로 소위 '비행청소년'의 삶에 대한 영화적 조명이 이뤄졌지만, <나쁜 영화>는 의도적인지는 몰라도 자극적인 묘사에만 치중한 감이 있다. 하지만 <박화영>은 그런 묘사를 뛰어넘어 마치 <파리대왕>처럼 공동체의 성립과 구성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더 뛰어난 영화인 것 같다. 영화 전반에 흘러넘치는 사실성은 덤이고. 가부장제의 질서는 '모성'의 끊임없는 착취를 전제한다는 통찰을 제공하는 영화. 재미있게 봤지만 다시 보고 싶지는 않다. (***)
4. 컨저링 3 : 악마가 시켰다 (2021)
<컨저링>의 팬이지만 <컨저링> 시리즈를 제외한 여러 스핀오프 (<애나벨> 등)는 재미있게 본 기억이 없다. 컨저링 시리즈 중에서 제일 서스펜스가 떨어지는 연출이지만 다른 스핀오프보다는 나은 점이 많다. 원래 오컬트의 팬이기도 하고 너무 좋아하는 소재인데 비슷한 소재의 <드래그 미 투 헬>에 비하면 어린아이 장난 같은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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