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theca

2025년 영화 목록 - 8

Baron Samdi 2025. 6. 26. 16:17

36. 12 솔저스 (2018)

브레진스키 선생, 이 영화를 보셨습니까? 9.11 테러 이후 북부동맹 군벌들과 손을 잡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암약하는 탈레반과 싸우기 위해 파견된 그린베레 대원들의 활약상을 보여주는 전쟁 영화. 이런 영화들은 국제 정세에 어두운 미국인들을 위해 현실을 단순하게 왜곡하며 전쟁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클리셰를 다 보여준다. 이런 영화의 미덕은 생각 없이 편하게 영화를 감상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전쟁의 비극성이나 교훈을 강조하지도 않으며, <콜 오브 듀티>의 오프닝처럼 미션을 하달하고 어려움을 극복한 뒤, 끝내 성취한다. 내가 이런 영화들을 즐겨보는 이유는 현실을 잊기 위해서, 그리고 군담소설과의 유사성 때문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내면이 없다. 평면적인 캐릭터들의 협업을 통해서 목적을 이루어낸다. 그런 단순함이 좋다. (★★★)

 

 

37. 화양연화 (2000)

거의 최고의 로맨스 영화라 할 만하다. 왕가위는 내러티브보다 스타일을 강조하는 감독이라는 편견 때문에 그동안 멀리해왔다. 생애 처음 본 왕가위 영화였는데, 처음 몇 신만 보고도 이 영화가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촬영이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그 자체로 대단한 영화임을 느낄 수 있었다. 더블 컷, 프리즈 컷, NG 컷이 난무하고 편집은 가편본만도 못한 엉망 수준이었지만, 사회적 제약과 인습 때문에 서로를 열렬히 연모하면서도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이야기가 심금을 울린다. 왕가위는 한 컷에 어마어마한 의미를 담아낼 줄 안다. 봉준호 감독이 <세븐>은 <조디악>에 비하면 유치원생이 똥 싸는 영화라고 했는데, 나는 <헤어질 결심>이 <화양연화>에 비하면 유치원생이 똥 싸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감정이 흘러넘치지 않지만 담담함 속에서 폭발한다. 나는 이보다 강렬한 영화는 별로 보지 못했다. (★★★★★) 

 

38. 익스트랙션 (2020)

오락 영화가 이 정도면 매우 잘 찍은 영화 아닌가. 용병단의 일원이 납치된 마약왕의 아들을 구출하기 위한 활약을 다뤘는데 2시간 동안 휘몰아치는 솜씨가 대단하다. 게다가 이런 설정이라면 악인이 떨어져서 고생하는 기존 할리우드 액션 영화에는 가뭄의 단비가 아닐까? 최강의 전투력을 가진 타일러 레이크라는 용병 한 사람만 있으면 전 세계를 배경으로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 CQB를 하는 <리처> 혹은 현대화된 <고르고 13> 같다. 같은 대량학살물이지만 <존 윅>은 유치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데, 이 영화도 유치한 부분이 있지만 도드라질 정도는 아니다. 최소한의 현실성이 있다. 다만 <범죄도시>처럼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자기 복제가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 

 

 

39. 익스트랙션2 (2023)

전편에 이은 서양 무협물로 이번 편도 탁월한 연출과 카메라 워킹이 돋보인다. 내용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오로지 액션 또 액션에만 치중해, 2시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갈 수 있도록 했다. 크리스 햄스워스의 감정 연기도 있다! 2,3초 안에 눈물 연기가 가능한 '죽은 자식'이라는 설정으로 감정 연기는 매우 효율적이나 각각의 적은 총을 4,5발은 맞아야 죽는 등, 액션 연기는 또 비효율적이다. 모든 신이 최적의 경로를 따르고 2시간 동안 쉴새 없이 몰아친다. 다음 편도 기대중 (★★★☆)

 

 

40. 모술 (2020)

미국 자본이지만 아랍어를 쓰고 아랍어권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 뉴요커 지의 기사를 토대로 ISIS가 장악한 모술 시에서 활약하는 니네베 스와트 대원들의 활약상을 그렸다. 숨은 수작이라 할 만하다. 전쟁물보다는 포스트-아포칼립스물 같은 분위기가 나는 이유는 미군이 휩쓸고 간 뒤에 도시의 남은 영역들이 고문과 테러가 횡행하는 무정부상태이기 때문이다. 대량살상무기를 찾겠다며 이라크 전토를 초토화시킨 미국의 행태는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모술을 덮친 재앙은 마치 자연재해처럼 그려진다. 그 속에 남은 이라크 민중들은 광신자들의 제물이 되어 죽어나간다. 니네베 스와트 대원들을 전쟁 영웅처럼 묘사하기 보다는 피와 살을 가진 따스한 인간,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인간으로 그려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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