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가 지나도록 저는 그 노래는 다시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10달러를 대신 내줬던 제 친구가 그 노래를 아세테이트 판으로 2장 찍어가지고 있다가 클럽에 가지고 갔답니다. 그 친구는 DJ였는데요. 녹음하고 3주가 지나니까 그 친구가 그래요. “나일, 좀 와서 여기 좀 봐줘야겠어.” 그래서 “왜 그러는데?” 그러니까, 그 친구가 이럽디다. “설명하기는 그렇고. 그냥 와서 여기 좀 봐줘야겠어.” 그래서 그 친구가 일하는 클럽으로 갔습니다. ‘나이트 아울’ (올빼미 족)이라는 곳이었죠. 그 당시에 흑인들도 이제 막 옷을 갖춰 입던 시절이었습니다. 월 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사람처럼 세련되어 보이려고요. 뉴욕에서 사람들은 이런 경향을 ‘버피 운동’ (Buppie Movement)라고 불렀습니다. 도시에 사는 흑인 전문직업인들의 운동이라는 뜻이었지요. (역자 주 – 여피 운동의 변형어다. 여피는 Young Urban Professional, 버피는 Black Urban Professional을 뜻한다.) 그래서 그 버피들의 클럽으로 들어갔습니다. 버나드나 저 같은 사람들은 감히 들어갈 수도 없는 곳이었죠. 왜냐하면 저희들은 돈도 없었고 행색도 초라했거든요. 그런데 문 앞으로 다가가니까 큰 기도들 (bouncer)과 빨간 벨벳 로프 같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클럽 안으로 들어가려니까 이 DJ 친구가 “야 인마! 옷을 그 따위로 입고 클럽에 들어오면 어떡하냐!”
그래서 제 기억으로는 그 친구가 자기 쪽으로 불렀던 것 같습니다. 그러더니 “기도들이 못 들어가게 막잖아? 그럼 그냥 ‘Everybody Dance’ 작곡한 사람이라고 그래.”라고 했습니다. 그게 저한테는 비밀 암호처럼 들리더라고요. 무슨 CIA나 첩보원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기도들이 절 막아 세우자, 제가 그랬습니다. “제가 로버트 드레이크의 친구 되는 사람입니다.” 제가 더도 덜도 않고 딱 이렇게 말했습니다. 로버트 드레이크는 그 DJ 친구 이름입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이럽디다. “당신이 로버트 드레이크 본인이라도 얄짤 없소!” 그래서 제가 다시 그랬습니다. “실례지만 제가 ‘Everybody Dance’를 작곡한 사람입니다만.” 그랬더니 정말로 맹세코, 그 기도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Everybody Dance’라고?! 아이고 형님, 이리 들어오세요.” 그러면서 저를 끌어안더라고요. 그 무섭게 생긴 덩치 큰 녀석이 말입니다. 저는 그 친구를 생전 몰랐는데요. 저를 안아주는 거예요. 거의 안아주고 뽀뽀하다 혀를 집어넣지나 않을까 겁이 날 정도였습니다. 수금하는 여자를 지나쳐서 안으로 데려가니, 또 다른 기도가 있더라고요. “워워, 옷 그따위로 입고 들어오기만 해봐라.” 이런 눈치였습니다. 저를 데려간 기도가 그랬습니다. “아냐, 그러지 마. 형, 본인이 뭐하시는 분인지 이 친구한테 얘기해 봐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얘기했죠. “어, 제가 나일이라는 사람인데요.”, “그런데?”, “제가 ‘Everybody Dance’를 썼거든요.” (그 사람이 이렇게 말했어요.) “‘Everybody Dance’라고요? 어서 오시우. 선생. 어서 와요. 내가 탐에게 데려 가 소개를 시켜드릴 테니.”
그래서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클럽 소유주는 탐이라는 사람이었는데요. 클럽은 흑인 클럽인데 탐은 백인이었습니다. 그 분이 사장이었죠. 제 가족에 관한 얘기는 안 했죠? 제 새 아버지가 유대인이었어요. 제 가족 중에 서로 인종이 다른 부부가 있었다는 건데요. 새아버지는 엄마와 1959년에 결혼했습니다. 그렇게 사는 부부 본 적이 없으시겠지요. 대개 흑인 남자에 백인 여자 커플들을 봐오셨을 텐데요. 그러면 흑인 남자는 거의 재즈 뮤지션이거나 그런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백인 남자가 흑인 여자와 결혼하는 일은 드물잖아요. 어쨌든 클럽으로 가서 탐이라는 사람을 만났어요. 탐은 제 새아버지 같은 사람이었어요. 탐은 흑인을 좋아하는 사람 (jungle fever)이었습니다. 흑인 여자들을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만요. 안으로 들어가자, 기도가 말했습니다. “사장님, 이쪽이 ‘Everybody Dance’를 쓴 나일입니다.” (탐이 이러더군요.) “아아, 친구 ‘Everybody Dance’를 썼다고!”
이제 탐하고 친구가 된 겁니다. 술을 한 잔 주기에 제가 그랬죠. “지금까지는 절 놀리신 것 같고요. 이제 저를 혼내실 차례인가요?” 음반을 찍어줬던 DJ 친구가 자기 사장과 함께 오는 저를 보았습니다. 댄스 플로어 위를 걸어가고 있는데 클럽이 연기 효과로 꽉 차 있었어요. 제 모습이 겨우 보였나 봐요. 연기를 뚫고 나가려고 애를 쓰니까 그 친구가 그 모습을 보고 막 웃기 시작하더라고요. DJ 부스로 가니까 그 친구가 그랬습니다. “나일, 이거 봐봐.” 음반을 올려놓자, 드럼소리가 클럽 안을 채웠어요. (‘Everybody Dance’의 가사를 허밍을 따라하면서) 정말 진짜로 사람들이 클럽 안에서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면서 춤을 추기 시작하더라고요. 클럽 전체가 댄스 플로어 같았어요. 밖에 있는 사람들도 기타나 베이스를 치는 시늉을 하면서, 노래도 하고 춤을 연습하더라고요. 그 광경을 본 제 심정은 이랬습니다. “내 손으로 저 곡을 3주 전에 썼다고.”
(다음에 계속)
(2015/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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