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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te - Freak In Me (1986)

대학 때 들어보고 정말 오랜만에 다시 들어보기에, 기록 삼아 올려본다. 그때도 영국 훵크 신에 빠져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들어봤었는데, 요즘 다시 영국 훵크들이 좋아져서 많이 찾아 듣고 있다. 폴 하드캐슬, 존 로카, 앤디 소이카 등 쟁쟁한 프로듀서들이 제작한 밴드 외에도 군소 밴드들 중에 놓치지 말아야 할 밴드들이 많다. 런던 훵크의 크레디트를 보면, 미국 작곡가나 아티스트들이 참여하고 있음에도 미국 훵크 신과는 색다른 사운드가 나온다. 영국 팬들 취향에 맞추다 보니 그런 것인지, 좀 더 좁고 특화된 시장을 겨냥하다 보니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아티스트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Dante는 미국 출신 보컬리스트인 Steven Dante를 지칭한다. 풀 네임으로 앨범을 내기 전에, 짧게 싱글을 내고..

"D"iscotheca 2023.04.14

Rupert Holmes - Brass Knuckles (1975)

예전에 스탠퍼드였나 투팍 샤커의 곡을 영문학부에서 강의한다는 얘기를 기사에서 봤는데, 루퍼트 홈즈도 가사를 잘 쓰기로 유명해서 영문학부에서 가르쳐도 되지 않을까 싶다. 루퍼트 홈즈 곡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75년 발표한 셀프 타이틀 앨범의 수록곡인 "Brass Knuckles"는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레이먼드 챈들러에서 마이클 코넬리에 이르는 웨스트코스트 누아르의 분위기가 잘 살아 있으면서, 교외 대저택에 사는 팜므파탈이나 뒷맛이 씁쓸한 결말 등, 누아르 소설의 클리셰가 가사 곳곳에 녹아있다. (어떤 면에서는 미키 스필레인의 마이크 해머 시리즈도.) 심지어 가사의 라임을 맞추기 위해 쓴 억지마저, 재치처럼 느껴질 정도다. 누아르, 경찰소설, 요트 록을 모두 좋아한다면 이 곡의 매력에서 헤어 ..

"D"iscotheca 2023.04.03

Systematic - Sure Ain't News (1988)

80년대 브리티시 스윙에 빠져 음반들을 좀 구입해 봤는데 동시대의 미국 음악에 비해서 묘한 매력들이 있다. Systematic은 Colin Jennings(기타, 보컬 겸 작곡), Leroy Lendor(베이스, 드럼 머신), Steve O'Donnell(프로듀서)의 3인조로 영국 Rise 레코드에서 88년 "Sure Ain't News"와 "Soul To Soul", 2장의 싱글만 발표하고 사라졌다. 원래 음질과 관리상의 어려움 때문에 바이닐을 잘 구입하지 않는데, 바이닐 그것도 싱글을 화이트 카피 (테스트 용이나 프로모션 용으로 제작된 하얀색 라벨이 붙은 음반)를 구해보기는 처음이다. 캐치한 멜로디가 자꾸 머릿속을 맴돌아 무엇인가에 홀린 양 주문을 넣었다. 가격 5파운드에 배송비는 21파운드. 레어 ..

"D"iscotheca 2023.03.23

Gary Brown - Love Song (1992)

스트리밍을 빼고 2023년 처음으로 튼 음반은 게리 브라운의 이다. 올해 들어와서 음악을 많이 듣지는 않았지만 이 앨범을 연초부터 즐겨들었다. 지난 포스팅에서도 얘기했듯이, 이 음반 또한 90년대 발매된 R&B, 뉴잭 스윙 음반은 MCA 로고가 가로지르는 CD 위주로 모으면 틀림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준다. 한번에 귀에 들어오는 곡은 없어도 거의 모든 곡들이 수준 이상이고 편곡과 프로듀싱의 수준도 꽤 높다. 바로 애틀랜틱 스타, 쿨 앤 더 갱의 멤버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앨범을 알려준 곡은 아니지만 제일 좋아하게 된 곡이 바로 "Love Song"인데, 초기 SM 사운드를 연상케하는 전주에 가벼운 레게 터치까지 90년대를 회상하게 만드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특히 클라이맥스에서 나오는 피아..

"D"iscotheca 2023.03.10

Ian Foster - Without Your Love (1987)

8,90년대 영국 R&B/ Funk신은 재발굴되어야 하는 아티스트들로 가득한데, 특히 야심 차게 미국 진출을 노렸지만 본국 차트에서도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진 Ian Foster도 그중 하나다. 보통 음반을 나눌 때, 명곡들이 수록된 음반과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좋은 음반으로 크게 나눌 수 있으리라고 본다. 이언 포스터의 앨범은 후자에 속하면서, 또 전반적으로 퀄리티가 월등하다. CD팬들 사이에서는 90년대 R&B/ 뉴잭스윙 음반 중에서 MCA로고가 가로지르는 음반들이 대박이라고 하는 속설이 있다. 그런 속설을 입증하듯이, 이 음반도 주목할만한 좋은 트랙으로 굉장히 완성도 높은 앨범이다. 불행히도 명 프로듀서 Nick Martinelli와의 작업했다는 사실 외에, 이언 포스터의 바이오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D"iscotheca 2023.02.27

Arian - Lutaš Velikim Gradom (1981)

Arian이라는 이름은 내게 특별하다. 10년 전쯤, 이 앨범을 들으면서 처음 유고슬라비아 음악을 접했고, 더 많은 유고 훵크 뮤지션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유고 훵크를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팬이라고 하기에는 어렵다. 많은 곡들을 들어봤지만 그나마 지역색이 적은 월드 클래스 뮤지션은 너무 소수이기 때문이다. 음악적 완성도가 높다 해도 우리 귀에 생소한 점도 적지 않다. 원래 "Lutaš Velikim Gradom"이 아니라 영어 가사로 부른 "Your Love Makes Me A Winner"를 먼저 듣게 되었는데, 당시는 AOR이 유행을 타면서 세계 각국의 AOR이 발굴되던 때였다. 하지만 소멸해 버린 사회주의 국가의 잘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다. 누군가의 덧글에 의하면 유고에..

"D"iscotheca 2023.01.30

Malcolm McLaren feat. Willie Ninja - Deep In Vogue (1989)

보깅과 보깅 레전드 윌리 닌자를 알게 된 계기는 미국에 잠시 머물 때 잠이 오지 않아 심야 채널을 뒤지다 우연히 다큐멘터리 을 보게 되면서부터였다. 보깅(voguing)이란 말은 가난한 유색인종 게이들이 무도회 겸 댄스 경연인 드랙 볼에 모여서 패션 잡지 의 연속 사진 포즈를 흉내 내면서 놀던 데서 유래했다. 다큐멘터리 첫머리에 묘사된 대로 흑인이고 가난하고 게이라서 삼진 아웃인 인생들이 잠시나마 화려한 패션모델의 삶을 전유하면서, 그 속에서 서로의 격려와 위로를 통해 자부심을 재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윌리 닌자의 보깅은 이집트 상형문자, 패션쇼, 동양 무술, 마이클 잭슨과 프레드 아스테어 등을 참고했다고는 하지만 다큐멘터리 촬영 전만 하더라도 동작이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윌리 닌자는 이..

"C"inematheca 2022.11.17

Big Ben Hillman - Where And When (2015)

작년에 많이 듣던 빅 벤 힐먼. 이름만 보면 영국 사람인데 미국 보스턴 출신이다. 사진만 봐도 덩치가 있어 보여서 예명 내지는 동네에서 불리던 별명으로 보인다. 외모는 마피아 히트맨 같지만 R&B, 소울, 재즈, 블루스 등에 영향을 받은 매우 감미로운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제 앨범 발표한지도 7년이 지났고, 요즘 새로이 인스타그램도 시작한 것처럼 보이는데(음악 홍보를 해야지, 셀카만 올림) 처참한 인지도 때문에 그다음 앨범은 언제 나올지 미지수다. 하지만 앨범 전체적으로 볼 때는 어느 한 곡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고 그냥 묻히기에는 아까운 아티스트다. 좀 더 널리 알려져서 다음 앨범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미 나이는 많지만 다음 행보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아티스트. 다음은 간단..

"D"iscotheca 2022.11.11

Mel Brooks - To Be Or Not To Be (The Hitler Rap, 1984)

멜 브룩스는 본명이 Melvin James Kaminsky인 미국의 대표적인 코미디언으로 의 작가 맥스 브룩스의 아버지로도 유명하다. 1926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97세, 70년의 업계 경력을 보유하면서 백수를 눈앞에 두도록 장수하는, 우리로 치면 '송해'급의 원로라 할 수 있다. 랩뮤직이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할 무렵, 코미디언, 목사 등 말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부업처럼 해괴한 싱글들을 많이 발표했었다. 이 곡도 그 부류에 낄 텐데 멜 브룩스가 랩뮤직에 진지한 관심을 갖고 발표한 곡이라기보다는 영화 홍보 목적으로 만든 패러디 클립에 일종의 유희로서 랩을 차용한 것 같다. 우리로 치면 개그맨 최영준이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을 발표한 것 같이. 이 곡 "To be or not to be"는 멜..

"C"inematheca 2022.10.27

RAH Band - Clouds Across The Moon (1985)

유튜브 등장 이전만 해도 이런 클립들을 보기 위해서 mp4 파일을 냅스터나 오디오 갤럭시 혹은 어둠의 경로를 통해 입수하는 길 밖에 없었다. 지금은 스포티파이까지 등장해서 음악이나 영상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만큼의 가치나 희소성은 떨어진 듯 보인다. 뮤직 비디오들 중에서도 유독 애착이 가거나 시간 날 때마다 즐겨 보는 비디오 클립들이 있다. 적어도 100회 이상은 재생한 나만의 컬렉션들인데, 그동안 이 귀중한 영상들을 머릿속에만 저장해 놓다 보니 쉽게 휘발되어 아쉬웠다. 이제부터라도 내가 즐겨보던 뮤직비디오들은 개별적인 작품성을 인정함과 동시에 업로드 양이 적은 영화 폴더 쪽에 소개해볼까 한다. RAH Band는 리더인 Richard Anthony Hewson의 머릿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영국..

"C"inematheca 2022.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