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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elle - Let's Have A Party (1980)

Danielle은 프랑스에서 나름 인기가 있었고, 프렌치 디스코로 잘 못 알려졌지만 뉴욕 출신 밴드다. Ginger Blake, Michelle Hart, Sarah Baldwin의 3인조로 이름이 Danielle이라서인지 프랑스 아티스트로 오해받는데, 곡 자체도 전형적인 프렌치 디스코여서 더 그렇다. 디스코 붐 말기에 나와서 차트 성적도 없고 소리 소문 없이 묻혀버렸지만 소수의 유러피언 디스코 마니아들이 항상 꼽는 명곡이다. 요즘 남다른 취향을 가진 20대들이 90년대 유행했던 뉴잭 스윙에 관심을 갖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우리 세대에는 디스코가 그랬던 것 같다. 태어날 때, 혹은 태어나기 이전 시대에 유행했던 음악이 생경하면서도 신기하게 다가왔던 추억. 유행은 돌고 돈 다지만 요즘은 디스코에..

"D"iscotheca 2022.06.14

2022년 영화 목록 - 4.

16. 캡틴 필립스 (2013) 소말리아 해적에 의한 메어스크 앨라배마 호 피랍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이 배의 선장인 리처드 필립스의 책을 토대로 실화를 영화로 옮겼다. 다큐멘터리적인 기법을 활용해서 당시의 긴박감을 충실하게 전달한 연출도 좋았지만 마지막 신에서 톰 행크스의 연기는 연기가 아니라 실제로 고통을 겪은 피해자와 같았고 이와 대조되는 덤덤한 반응의 의무 부사관들의 연기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실제 상황을 뉴스 릴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로. 더 놀라운 점은 이 후반부의 연기가 모두 대본에 의하지 않은 애드리브이라는 것이다. (***) 17. 바바둑 (2014) 독특한 호주 호러영화. 피터 위어의 을 너무나 좋아하기에 기대를 하고 봤지만 '육아'라는 일이 얼마나 사람을 소진시키는..

"C"inematheca 2022.06.13

Universal Togetherness Band - More Than Enough (1983)

시카고 언더그라운드 훵크 밴드 유니버설 투게더니스 밴드의 싱글. 누메로 그룹에서 CD와 파일로 리마스터링했지만 아쉽게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More Than Enough"은 싱글로 별도 발매되었다. 이 뮤직비디오는 1983년 여름에 Cynthia C. Gibson이라는 시카고 주립대 신방과 학생이 밴드의 리더인 Andre Gibson과 자기 남편을 데려다 찍었다고 한다. 가내수공업적인 연출에서 정감이 느껴진다. 시카고 언더그라운드 신은 정말 기괴한 아티스트들이 즐비하고 엄청난 실력을 갖춘 밴드들이 소리소문도 없이 명멸하는 곳이다. 활동기에는 전혀 주목받지 못하다가 뒤늦게서야 레어그루브 디거들의 표적이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 UTB도 대표적인 케이스라 할 수 있다. 블로그에 포스팅하려고 자료를 찾던..

"D"iscotheca 2022.06.07

Lawrence Hilton-Jacobs - Love And Understanding Is The Answer (1978)

블로그를 하다보면 지금 포스팅하는 아티스트와 그 아티스트를 좋아했던 시기 사이에는 큰 시차가 있음을 새삼 느낀다. 누차 언급했지만 게으름 탓이 제일 크다. 로렌스 힐튼 제이콥스는 갓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무렵부터 꽤나 좋아하던 배우 겸 가수인데 포스팅하는데 15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갑자기 "맞아, 내가 이 사람 좋아했었지."하고 문득 떠오르는 가수. 드물게 SNS에서 본인들의 성장기와 진로 선택에 내 블로그가 큰 도움을 주었다고 메시지들을 남기는 분들이 계시다. 이 블로그를 처음 알았을 때는 학생이었는데, 지금은 음악계 종사자라고, 혹은 비슷한 음악을 듣고 산다고. 한편으로는 황송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이렇게 나이를 먹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오랜 기간 블로그를 관두지 않고 했던 이..

"D"iscotheca 2022.04.25

2022년 영화 목록 - 3.

11. 벌새, 2019 올해 현재까지 봤던 영화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가 바로 다. 회고적이되, 시대에 빠져들지 않고 현재에 호소하는 강렬한 미감을 갖춘 영화. 유사한 창작 계통 종사자로서 바다 건너의 거장들보다는 곁에서 '클래스'를 보여주는 동료 창작자들이 더 아득하고 무섭게 느껴진다. 이 건 어떻게 찍었을까, 나라면 어떤 디렉션을 주었을까 하면서 보다 보면 남는 것은 전율뿐이다. 균질하고도 폐쇄적인 강남, 그것도 특정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얼굴을 바꾸며 나타나는 가부장제의 숨 막힘, 또 그 안에서 소소하게 저항하려는 의지, 여성들 간의 연대 같은 드라마가 잘 응축되어 있다. 언니가 몰래 데려온 남자 친구 때문에 자기 방에서도 편안하게 쉬지 못하던 은희가 서예 학원의 여선생님, 또 입원이라는 뜻하..

"C"inematheca 2022.04.20

Stratus - Girl (1977)

올해 상반기에 들었던 곡 중에서 Stratus의 "Girl"이 가장 좋았다. 1977년 위스콘신 주 소재의 Wyldwood 스튜디오에서 아티스트의 사비로 발매된 음반으로 보인다. 7인치 디스크 1장만 발매되었고 아티스트 정보도 제대로 없다. 댓글을 보니 가정집 지하실에서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녹음과 믹싱 작업을 한 가내수공업 Funk인 것 같다. 일전에 Family of Eve 관련 포스팅에서도 보이듯이, 여러 나라의 훵크들을 접한다 해도 본국의 저력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군소 레이블 혹은 자비로 발매되어 소리 없이 명곡들이 다반사처럼 사라지는 곳이 미국이다. 프랑스의 Favorite Recordings에서 발매한 컴필레이션 수록곡. 드럼은 Yussef Dayes, 키보드는 더 도어즈의 레이 만자..

"D"iscotheca 2022.03.07

2022년 영화 목록 - 2.

6. 윈드 리버, 2016 테일러 쉐리단의 국경 3부작은 알란 파큘라의 파라노이아 3부작의 재림 같다. 이렇게 미국을 잘 그려낸 영화가 없을 듯. 게다가 원주민 여성들이 실종되어도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현실 고발까지. 단 아쉬운 점은 영화라기보다는 미드 에피소드 1편 정도 같은 단순한 서사 구조. 제레미 레너의 배역은 매력적이다. (***1/2) 7. 베리드, 2010 설정은 참신하지만 그 뿐이다. 이라크에서 민간기업 트럭 운전사가 납치되어 관에 넣어진 채 땅속에서 깨어난다는 설정으로 극도로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모노드라마다. 나는 단발적인 창안으로 승부 보는 창작물들은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 8. 파이트 클럽, 1999 내가 극혐하는 문화적 요소의 집결체라 할 만하다. 미국 대중소설에 ..

"C"inematheca 2022.02.21

2022년 영화 목록 - 1.

1. 코리안 차이니즈 제이슨 본. 해변으로 떠밀려온 이방의 존재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의 의미를 알아간다는 점에서 본 시리즈와 닮아있는 구석이 있다. 박한 평가도 있었지만 굉장히 흥미진진한 영화고, 나홍진 감독의 영화 중에서 제일 좋았다. 오컬트 팬이기는 하지만,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는 강박이 없다는 점에서, 와 유사성을 보이는 보다 높이 평가하고 싶다. 올해 첫 영화로 출발이 좋다. (****) 2. 재미교포가 만든 영화에서 한국적인 정서가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이유는 이국의 풍광과 문화가 배경으로서 큰 대비를 이루기 때문이다. 소소하고 사랑스러운 영화다. 허구헌날 목 찌르고 때리는 흉악한 영화만 봐서인지, 따뜻한 유머에 마음이 녹는듯한 기분이었다. (***) 3. 오로지 지인의 ..

"C"inematheca 2022.02.14

2021년 영화 목록 - 3.

11. 야마모토 미치오 감독의 "피를 빠는" 시리즈 중에서 나머지 2편에 비해 이 영화는 좀 못 만든 편에 속한다. 일본 시골에 유럽 풍의 저택이 있고 도시에서 온 주인공이 우연찮게 휘말려 흡혈귀 혹은 유령의 손에서 빠져나온다는 스토리는 뻔하기 짝이 없는데, 고전 호러의 매력은 그래도 이미 무슨 일이 발생할 지 다 알면서 깜짝깜짝 놀라게 되는 점프 스케어 장면들이다. 요즘 호러보다 더 독특한 비주얼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 12. 소설을 읽지 않고 영화로만 봤는데, 나쁘지 않았다. 뭔가를 기록하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버렸다. (***) 13. , 와 더불어 테일러 쉐리던의 '국경 3부작' 중 하나. 이 영화를 보고나서 도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

"C"inematheca 2022.02.14

B.O.F - I've Got Your Number (1984)

80년대 중반 시카고에서 활동한 밴드다. B.O.F는 Best Of Friends의 약자로 멤버들은 직업학교인 CVS 고등학교 출신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밴드는 중서부 지역 콘테스트에서 184개의 밴드를 무찌르고 수위를 차지했고 2년 연속 시카고 선 타임스와 시카고 트리뷴이 선정한 최고의 밴드였다. 시카고를 대표하는 위대한 밴드 The Chi-Lites의 Joe Dupar와 Marshall Thompson이 매니지먼트를 맡았고 조 두파의 이름을 따서 설립한 두파 레코드에서 3곡을 발표했다. 한 10년 전에 B.O.F 멤버와의 인터뷰 기사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다시 찾아보니 없다. B.O.F가 일반적인 스쿨 밴드가 아니고 소년 범죄를 저지른 10대들을 조 두파와 마셜 톰슨이 콘테스트도 열어주고 하..

"D"iscotheca 2022.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