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theca 292

The Alan Lee Jazz Quartet - Love Song (1973)

2020년 한해 가장 많이 들은 곡을 꼽으라면 호주 멜버른 태생의 바이브라포니스트 앨런 리의 "Love Song"이다. Jazzman 레코드에서 나온 음반을 영국에서 주문해서 처음 몇 달간은 매일같이 출근하자마자 이 곡과 함께 업무를 시작했다. 피아노의 Bob Sedergreen, 드럼의 Ted Vining, 모두 호주를 대표하는 재즈 뮤지션이다. 원곡 "Love Song"은 영국 가수 Leslie Duncan이 작곡해서 데이빗 보위를 비롯한 숱한 아티스트들이 커버한 명곡이다. 2015년 Jazzman 레코드에서 기존에 흩어져 있던 음원들을 모아 선집을 냈는데, 아쉽게도 마스터의 상태가 좋지 않은 탓인지 음질이 조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뿜어져 나오는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로 가득한 음반이다. 밥 세더..

"D"iscotheca 2021.04.29

Imagination - Flashback (1981)

막상 회고담을 쓰려니 나도 나이가 많이 들었다. 더 연배가 있는 분들에게는 송구스러운 얘기이고, 인터넷이 활성화된 90년대생 분들이 들으면 또 옛날 얘기냐고 기함을 하시겠지만, 그런 시절이 있었다. "음악이 귀하던 시절. " 요즘은 친구를 들려주려고 더블 데크에 카세트테이프 걸어놓고 자작 컴필레이션 만들어 돌려 듣는 것은 아주 먼 옛날의 일처럼 느껴진다. 지난 세기의 일이니 무리도 아니지만. 이제는 카톡에 유튜브 링크 하나만 쏴주면 금방 끝나는 일이 되었다. 이매지네이션을 이 비디오 클립을 처음 봤을 때는 유튜브가 없을 때고 아마 냅스터나 오디오 갤럭시에서 저화질 VHS 인제스트 본을 받아서였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봐야 정상이지만 당시는 그런 인식도 없었고, 돈이 있어도 접하거나 구할 수조차 없었다..

"D"iscotheca 2020.09.11

Bumblebee Unlimited - I Got A Big Bee (1979)

한 줄 단평 : 패트릭 애덤스, 그렉 카마이클, 르로이 버지스는 언더그라운드 디스코의 유비, 관우, 장비 오랫동안 소울, 훵크를 들어왔지만 이 노래를 듣고, 나도 인종주의적 편견이 눈을 흐리는구나 깨달았다. 이 곡을 처음 접했던 때인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입수하기 쉽지 않았던 때이다 보니, 말도 안 되는 억측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듣자마자 "아, 이 곡은 가난과 마약에 찌든 뮤지션의 환각이 만든 곡은 아닐까? 마약 중독자들이 벌이 윙윙대는 소리 같은 환청에 시달린다는 얘기도 그렇고." '부기의 신' 르로이 버지스의 팬이 되면서, 뉴욕 언더그라운드 디스코 신에서 패트릭 애덤스/ 그렉 카마이클 듀오의 명성을 듣게 되지만 처음의 억측은 변하지 않아서, "아 이 위대한..

"D"iscotheca 2020.09.07

Oattes Van Schaik - Lovelight (1985)

한줄 단평 : 수능금지곡. 1985년 오츠 판 샤이크의 싱글 "Miracles"의 B사이드 수록곡. 오츠 판 샤이크 혹은 더 리미트 프로덕션의 모든 곡을 통틀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고 많이 들은 곡이다. 문제는 내게 없다는 점. 초판 싱글이 350유로, 우리 돈으로 50만원 가까이 하니 구할 수가 있나, 그저 유튜브에서 듣고 군침만 흘릴 뿐. 2016년 복각본도 가격은 그닥. 한번 듣고나면 "Lovelight, Lovelight, Shining, Shining" 후렴구가 자동 재생된다. 앨범 복각될 때, 보너스 싱글로 넣어줬으면 오죽 좋았을까. "Miracles"도 어마어마한 중독성을 자랑하는 곡인데, 오츠 판 샤이크에게는 약간 버블검 사운드에 가까운 "Lovelight"보다는 좀 더 성숙한 사운드의..

"D"iscotheca 2020.07.31

Bernard Oattes - Sold (1994)

버나드 오츠의 두번째 앨범인 94년작 는 엄청난 히트를 기록하거나 대중성을 갖춘 곡은 없어도 전반적으로 퀄리티가 뛰어난 앨범이다. 숨은 명반들이 많고 많지만 이 앨범 또한 묻히기에는 매우 아깝다는 생각인데, 이 앨범이 빛을 보지 못한 이유로 네덜란드 출신 아티스트라는 점 외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어 보인다. 역시 신드롬에서 발매했고 재즈 기타리스트 피터 화이트와 타워 오브 파워에서 활동했던 색소포니스트 리처드 엘리엇이 참여했다. "Sold"는 내가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인데 높이 솟아오르며 청량감을 선사하는 관악 파트가 매우 매력적이다. 전문적인 뮤지션이 아니어서 식견은 부족하지만 오랜 팬으로서 아쉬운 점을 하나 지적하자면, 2분 50초부터 색소폰 솔로가 시작되는데, 이게 트럼펫과 색소폰의 인터플레..

"D"iscotheca 2020.07.28

Bernard Oattes - Grand Design (1992)

더 리미트로 활동하던 버나드 오츠가 솔로로 나서서 발표한 첫 앨범 의 수록곡. 더 리미트로 활동하던 시절, 오츠는 음악세계를 확장하고픈 욕구에서 좀 더 성숙한 스타일의 음악을 시도하려고 했다. 바로 앨범을 준비해서 낸 것은 아니었고 Five Star 같은 다른 아티스트들을 위해 곡을 쓰다가 92년 신드롬 레코드에서 음반을 취입했다. 네덜란드 아티스트가 캘리포니아에서 앨범을 발표한 게 매우 이색적이다. 신드롬 레코드는 바비 콜드웰이나 마크 조던의 음악들을 취급해왔는데, 짐작컨대 버나드 오츠가 이런 음악을 오래전부터 목말라했기 때문에 일부러 이 곳과 계약을 맺은 것이 아닐까 싶다. 녹음은 네덜란드 네이메헌(Nijmegen)에 있는 '더 리미트 스튜디오'에서 네덜란드 뮤지션과 진행했다. 함께 활동했던 롭 판 ..

"D"iscotheca 2020.07.20

The Limit - Say Yeah (1984)

한줄 단평 : 내가 매우 사랑하는 80년대 밴드. The Limit은 한국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네덜란드 밴드일 것이다. 영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유명하고 네덜란드의 전설적인 뮤지션 Jan Akkerman의 79년 발표곡 "She's So Divine"을 리메이크해서 차트 상에서 선전했을 뿐만 아니라 80년대의 훵크 명곡하면 빠지지 않고 소개되고 있다. The Limit가 발표한 곡들을 들어보면 전체적으로 엇비슷하거나 이제 와서 들어보면 유치한 곡들도 많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80년대 뮤지션으로 항상 꼽는 밴드이기도 하다. 더 리미트는 Bernard Oattes와 Rob Van Schaik, 두 사람이 프로듀싱, 작곡, 연주, 노래까지 겸해 전방위로 활약하는 듀오로 영국에서 교육을 마친 오츠가 S..

"D"iscotheca 2020.07.15

Platypus - Ice Cream Delight (1980)

한 줄 단평 : 프로그레시브 록의 탈을 쓴 훵크 레전드 Platypus는 훵크의 본향이라고 할 수 있는 오하이오주 데이튼 출신으로 내가 가장 위대한 훵크 밴드로 꼽는 슬레이브와 동향이다. 데이튼은 인구 15만에 불과한 도시지만 여기서 오하이오 플레이어즈, 히트웨이브, 데이튼 등 무시무시한 밴드들이 배출됐다. 내가 이 밴드를 사랑하는 이유도 사운드 면에서 슬레이브와 유사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슬레이브와 플래티퍼스 모두 딥 퍼플과 레드 제플린, 제네시스 같은 록 밴드들이 오하이오 훵크 밴드들에게 영향을 미치던 시기에 결성된 밴드이며 두 밴드 모두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예스의 영향을 받았다. (훵크의 아프리카 기원설을 주장하는 일부 흑인 민족주의자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구인지를 보여주는 사례 아닐까?..

"D"iscotheca 2020.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