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theca 297

Bobby Nunn - Don't Knock It (Until You Try It) (1983)

만연한 오해와는 달리, 많은 팬들이 애호하는 모던 R&B, 소울의 시대인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중반에 이르는 시기는 사실상 모타운의 전성기가 끝났을 때였다. 나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모타운의 전성기가 끝나가는 시점을 1975년, 그러니까 잭슨 5가 에픽으로 이적했을 때로 보고 있다. 디트로이트에서 캘리포니아로 옮겨와서 메이저 레이블과 경쟁하며 재정난과 인력 유출에 시달리던 때에 혜성같이 천재 가수이자 인스트루멘털리스트가 등장하는데 그의 이름은 릭 제임스. 그리고 다소 비슷한 이미지의 천재 가수, 작곡가 겸 인스트루멘털리스트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Bobby Nunn이다. 바비 넌은 1952년 뉴욕 주 버펄로 태생으로 어릴 적부터 혼자서 곡을 쓰고 수많은 악기들을 다뤘으며 엔지니어로서도 재능을 보였다고 ..

"D"iscotheca 2022.06.21

Danielle - Let's Have A Party (1980)

Danielle은 프랑스에서 나름 인기가 있었고, 프렌치 디스코로 잘 못 알려졌지만 뉴욕 출신 밴드다. Ginger Blake, Michelle Hart, Sarah Baldwin의 3인조로 이름이 Danielle이라서인지 프랑스 아티스트로 오해받는데, 곡 자체도 전형적인 프렌치 디스코여서 더 그렇다. 디스코 붐 말기에 나와서 차트 성적도 없고 소리 소문 없이 묻혀버렸지만 소수의 유러피언 디스코 마니아들이 항상 꼽는 명곡이다. 요즘 남다른 취향을 가진 20대들이 90년대 유행했던 뉴잭 스윙에 관심을 갖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우리 세대에는 디스코가 그랬던 것 같다. 태어날 때, 혹은 태어나기 이전 시대에 유행했던 음악이 생경하면서도 신기하게 다가왔던 추억. 유행은 돌고 돈 다지만 요즘은 디스코에..

"D"iscotheca 2022.06.14

Universal Togetherness Band - More Than Enough (1983)

시카고 언더그라운드 훵크 밴드 유니버설 투게더니스 밴드의 싱글. 누메로 그룹에서 CD와 파일로 리마스터링했지만 아쉽게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More Than Enough"은 싱글로 별도 발매되었다. 이 뮤직비디오는 1983년 여름에 Cynthia C. Gibson이라는 시카고 주립대 신방과 학생이 밴드의 리더인 Andre Gibson과 자기 남편을 데려다 찍었다고 한다. 가내수공업적인 연출에서 정감이 느껴진다. 시카고 언더그라운드 신은 정말 기괴한 아티스트들이 즐비하고 엄청난 실력을 갖춘 밴드들이 소리소문도 없이 명멸하는 곳이다. 활동기에는 전혀 주목받지 못하다가 뒤늦게서야 레어그루브 디거들의 표적이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 UTB도 대표적인 케이스라 할 수 있다. 블로그에 포스팅하려고 자료를 찾던..

"D"iscotheca 2022.06.07

Lawrence Hilton-Jacobs - Love And Understanding Is The Answer (1978)

블로그를 하다보면 지금 포스팅하는 아티스트와 그 아티스트를 좋아했던 시기 사이에는 큰 시차가 있음을 새삼 느낀다. 누차 언급했지만 게으름 탓이 제일 크다. 로렌스 힐튼 제이콥스는 갓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무렵부터 꽤나 좋아하던 배우 겸 가수인데 포스팅하는데 15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갑자기 "맞아, 내가 이 사람 좋아했었지."하고 문득 떠오르는 가수. 드물게 SNS에서 본인들의 성장기와 진로 선택에 내 블로그가 큰 도움을 주었다고 메시지들을 남기는 분들이 계시다. 이 블로그를 처음 알았을 때는 학생이었는데, 지금은 음악계 종사자라고, 혹은 비슷한 음악을 듣고 산다고. 한편으로는 황송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이렇게 나이를 먹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오랜 기간 블로그를 관두지 않고 했던 이..

"D"iscotheca 2022.04.25

Stratus - Girl (1977)

올해 상반기에 들었던 곡 중에서 Stratus의 "Girl"이 가장 좋았다. 1977년 위스콘신 주 소재의 Wyldwood 스튜디오에서 아티스트의 사비로 발매된 음반으로 보인다. 7인치 디스크 1장만 발매되었고 아티스트 정보도 제대로 없다. 댓글을 보니 가정집 지하실에서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녹음과 믹싱 작업을 한 가내수공업 Funk인 것 같다. 일전에 Family of Eve 관련 포스팅에서도 보이듯이, 여러 나라의 훵크들을 접한다 해도 본국의 저력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군소 레이블 혹은 자비로 발매되어 소리 없이 명곡들이 다반사처럼 사라지는 곳이 미국이다. 프랑스의 Favorite Recordings에서 발매한 컴필레이션 수록곡. 드럼은 Yussef Dayes, 키보드는 더 도어즈의 레이 만자..

"D"iscotheca 2022.03.07

B.O.F - I've Got Your Number (1984)

80년대 중반 시카고에서 활동한 밴드다. B.O.F는 Best Of Friends의 약자로 멤버들은 직업학교인 CVS 고등학교 출신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밴드는 중서부 지역 콘테스트에서 184개의 밴드를 무찌르고 수위를 차지했고 2년 연속 시카고 선 타임스와 시카고 트리뷴이 선정한 최고의 밴드였다. 시카고를 대표하는 위대한 밴드 The Chi-Lites의 Joe Dupar와 Marshall Thompson이 매니지먼트를 맡았고 조 두파의 이름을 따서 설립한 두파 레코드에서 3곡을 발표했다. 한 10년 전에 B.O.F 멤버와의 인터뷰 기사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다시 찾아보니 없다. B.O.F가 일반적인 스쿨 밴드가 아니고 소년 범죄를 저지른 10대들을 조 두파와 마셜 톰슨이 콘테스트도 열어주고 하..

"D"iscotheca 2022.02.03

Twilight - Never Want To See You Low (1986)

10년 전에 Luv N' Haight에서 Twilight의 앨범이 모두 복각이 되었을 때, 수많은 레어 그루브 디거들이 환호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서는 자회사 하겐 다즈로 더 유명한 미국의 식품기업 제네럴 밀스 (치리오스, 코코아 펍스, 럭키 참스로 유명한 미국 식품 회사)의 교대근무 노동자였던 Lawrence Ross가 뮤지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작업한 결과물, 특히 교대 근무가 끝나고 땅거미가 내려앉을 무렵에 작업을 해서 밴드 명을 Twilight으로 했다고 하는 숨은 걸작. Twilight을 처음 알았을 때는 공장 노동에 시달리다 얼마나 음악을 하고 싶었을까, 낭만적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막을 알고 보면, 단순히 부업으로 음악을 했다기 보다는 프로 뮤지션이 생계를 위해 공장에 나갔다고 보는 편..

"D"iscotheca 2021.12.27

Arnie's Love - I'm Out Of Your Life (1983)

특정한 아티스트나 특정한 곡에 대해서 나만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속칭 '홍대 병'으로 불리던 적이 있다. 누군가를, 혹은 어떤 것을 좋아하다 보면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도 있는데 과하게 표현되다 보면 다른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주기 때문에 이렇게들 얘기하는 것 같다. 내게도 이런 구석이 있어, 좋아하는 곡들을 블로그 시작한 지 15년이 넘도록 끌어안고 있다가 요즘에 와서 풀어놓기 시작했다. Spotify니 Youtube니 알고리즘의 인도에 의해 쉽게 쉽게 음악을 접하는 시기에 신줏단지처럼 끌어안고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고, 또 좋아하는 것은 나눌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여기 소개하는 이 곡도 내가 오랫동안 아끼면서 듣던 곡으로 (이미 아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나눠 듣기 위해 올려둔다. 언..

"D"iscotheca 2021.12.13

Manchild - Walk With Me (Ande Conmingo, 1978)

지금은 없어진 압구정 상아레코드에서 구입한 앨범. 맨차일드라는 생소한 이름도 10대 시절의 Babyface가 있던 밴드라고 하면 더 친숙하게 들릴 것이다. 이들은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출신들로 이루어진 밴드로 70년대에 Chi Sound 레코드와 계약을 맺고 활동을 시작했다. 베이비페이스 외에도 Johnny Gill의 "My, My, My", Boyz II Men의 "End Of The Road", Toni Braxton의 "Breathe Again", TLC의 "Baby, Baby, Baby" 등 R&B의 문외한도 어디서 들었을 법한 명곡들을 작곡한 Daryl Simmons와 New Guys On The Block, Technofunk, 그리고 솔로 활동으로 더 유명한 기타리스트 Reggie ..

"D"iscotheca 2021.11.29

Kerr - Back At Ya (1984)

슈거힐 창립자 실비아 로빈슨과 주로 활동했던 위대한 프로듀서이자 가수, 작곡가인 George Kerr Jr. 와 그의 딸, 래퍼 겸 싱어 Sandra (Sandy) Kerr의 밴드. 이래 놓고 보니 정여진, 최불암 '아빠의 말씀' 같은 구성이다. 조지 커에게는 샌디 커와 트레이시 커, 두 명의 딸이 있는데 이 Kerr에 크레디트를 보면 샌디 커만 참여한 것 같다. 그리고 베이비페이스와 맨차일드를 이끌었던 기타리스트(기타리스트로 한정 지을 수 없이 다종 다양한 악기를 다루는) Reggie Griffin이 참여했다. (내가 보기에는 의외의 인맥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리핀이 New Guys On The Block으로 슈거힐에서 활동할 때 친분이 생긴 것 같다.) 정규 디스코그래피에는 나와 있지 않은 것을 보면..

"D"iscotheca 2021.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