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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us - Stand Up (1983)

이탈리아 밴드 넥서스를 어떻게 알게 되었느냐. 이 밴드는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이탈리아 밴드 파이어플라이의 모리스 (마우리치오) 카발리에리가 참여한 밴드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탈로 디스코 컴필레이션에서 거의 빠지지 않는 곡으로 마치 체조 구령처럼 비트에 맞춘 보컬과 멜로디가 매우 중독성이 있다. 오리지널 초반 같은 경우는 매우 비싸거나 구할 수도 없는 희귀한 트랙 중의 하나지만 여러 DJ들로부터 사랑받았다. 아직까지 이 밴드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다는 점이 아쉽다. 아마 카발리에리가 파이어플라이의 사이드 프로젝트로 진행했거나 동료 뮤지션에게 곡을 준 경우로 보이는데, 이 싱글 하나로 단명해버렸기 때문이다. 프로듀서는 셀렉션, 카노, 레인보우 팀 같은 대표적인 이탈로 디스코 밴드들의 작업에 참여한..

"D"iscotheca 2025.03.06

The PARTY - That's Why (1990)

더 파티는 디즈니 프로덕션의 디즈니 유겐트, 아니 MMC의 멤버들로 이루어진 프로젝트성 밴드다. MMC, 그러니까 '미키 마우스 클럽'이란 무엇인가? 브리트니 스피어스, 저스틴 팀버레이크,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라이언 고슬링 등을 멤버로 두었던 미국 최고의 슈퍼그룹이다. 더 파티는 이 미키 마우스 클럽의 멤버들로 디즈니 채널의 막강한 후원을 받았지만 기대한 성적에는 못 미쳤고 성인 취향의 음악으로 변신하면서 예전 같은 인기를 다시는 얻지 못했다. 틴 팝 밴드로 계속 남아있었더라면 밴드의 수명이 더 길었을지도 모른다. 엄청난 스타성이 있다거나 음악성을 보여준 것은 아니었어도 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이라면 그래도 많은 추억을 안겨줄 만한 밴드다.  아래는 밴드의 간략한 바이오.  더 파티는 Alber..

"D"iscotheca 2025.02.27

2025년 영화 목록 - 3

11. 무사시의 전설 3 - 간류도의 결투 (1957)이나가키 히로시 3부작의 마지막 편. 라이벌 사사키 코지로와의 유명한 싸움을 영화화. 원작을 안 읽어봐서 모르겠으나 구로자와 아키라의 를 의식해서인지, 낙향해서 농사를 짓다 노부시(산적)에게 위협을 받아 마을을 방어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과감하게 들어냈으면 어땠을까 싶다. 이 영화의 주제는 최대의 라이벌 사사키 코지로와의 대결인데 그는 어떤 사람인지, 그의 무공이 얼마나 높은 지를 충분히 보여주면서 캐릭터를 쌓아 올린 뒤, 마지막 간류도의 결투에서 폭발시켜야 했다. 하지만 영화의 대부분을 , 그것도 주연도 같은 영화와 비슷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허비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 12. 고딕 (1986)켄 러셀 감독, 가브리엘 번 주연의 공포영화,..

"C"inematheca 2025.02.27

Brik Citi - Say U Like (1994)

브릭시티도 앨범 재킷만 봐서는 절대 손이 안 갈법한 밴드다. 밴드 이름이 그래서인지 우중충한 벽돌벽 가운데, 벽돌색 정장을 입어 시골에서 청운의 꿈을 갖고 상경한 포스트 두왑 밴드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예전의 명성을 많이 잃어버린 L.A 모타운 말기, 아마 업타운의 안드레 해럴이 인수해서 뉴잭 스윙 등을 강화하던 당시의 밴드인 것 같다. 앨범을 하나만 발표했고 싱글 커트된 곡은 두 곡뿐이지만 히트곡인 "Old Fashion Love"는 대중적인 멜로디임에도 그리 매력적이지는 않았고, 다른 곡 "Say U Like"이 90년대의 분위기를 잘 담아내면서 훨씬 그루비한 것 같아 더 마음에 든다. 아주 하드코어한 뉴잭 스윙 팬 아니면 알기 힘든 밴드이지만 일본에서는 나름 수요가 있었던 것 같다.  브릭시티는 ..

"D"iscotheca 2025.02.17

2025년 영화 목록 - 2

6. 에이리언 디렉터스 컷 (1979, 2003)를 재미있게 봤지만, 등장인물인 애쉬의 역할이 잘 기억나지 않아 다시 봤다. 지금 와서 보면 79년에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직도 명작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체스트 버스터 신이 인상 깊은데, 스탠리 큐브릭이 이 신을 너무 좋아해서 리들리 스콧에게 전화를 하는 바람에 스콧이 놀랐다는 일화가 있다. 리들리 스콧은 를 본 뒤, 너무 재미있는 영화라서 우울증에 걸릴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을 감독함으로써, 스페이스 호러의 신 경지를 개척해 냈다. 어릴 적에는 화끈한 액션이 강조된 제임스 카메론의 를 좋아했지만, 나이가 들어서 보니 연출력 면에서 굉장히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브라운관 디스플레이에 데이터는 텔렉스처럼 출력되며 키보드..

"C"inematheca 2025.02.11

Stylus - The Colours of Your Love (1979)

호주/ 뉴질랜드 음악은 같은 영어권이라 영미권 진출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줄 알았는데 사정은 그렇지 않나 보다. 스타일러스는 고국 호주에서 보여준 퍼포먼스에 비해 무명이나 마찬가지다. 그나마 다행은 이 밴드 앨범의 리이슈가 일본에서 어느 정도 이루어져 근래에 좀 알려졌다는 점이다. 이 밴드가 더 큰 성공을 못 거둔 이유는 밴드 자체의 역량보다는 호주라는 제한적인 시장과 함께 호주 EMI의 무신경한 프로모션 탓이 더 컸던 것 같다. 처음에 시험 삼아 몇 곡 찾아 듣다 앨범을 구매했는데, 시원스럽게 달리는 전형적인 아레나 록 트랙이 처음부터 귀를 사로잡았다. 바로 그 곡이 이 "The Colour of Your Love". 보컬과 (키보드로 만든 가짜) 브래스 섹션이 교차하듯, 한없이 뻗어나가면서 분위기를 달..

"D"iscotheca 2025.02.03

2025년 영화 목록 - 1

1. 귀축 (키치쿠, 1978)  마쓰모토 세이초의 단편 "귀축"을 원작으로 한 노무라 요시타로의 78년작. 노무라 요시타로는 널리 알려진 감독은 아니고 요코미조 세이시나 마쓰모토 세이초 등의 대중문학을 꾸준히 스크린으로 옮긴 사람으로 알고 있다. 작년에 본 이 굉장히 인상 깊었는데 이 영화도 아역들의 발연기를 제외하면 꽤 수작이다. 인쇄소로 돈을 만진 타케나카는 요릿집 여자 키쿠요와 바람을 펴서 아이를 셋 낳지만, 생활고에 시달린 키쿠요는 타케나카에게서 돈이 나오지 않자 아이 셋을 두고 사라져버린다. 바람핀 남편의 아이를 떠맡게 된 아내는 아이들을 없앨 것을 종용하고 심약한 남자 타케나카는 하나씩 하나씩 실행에 옮긴다. 이 영화의 주연을 맡은 오가타 켄과 오가와 마유미는 이듬해 이마무라 쇼헤이의 영화 ..

"C"inematheca 2025.01.31

디스코 부기의 대부 르로이 버지스

한동안 영어와 너무 멀어진 감이 있어, 마침 일이 끝나 한가하기도 하겠다, 밴드캠프에 실린 앤디 토머스의 "The Story of Leroy Burgess, Godfather of Disco Boogie" 기사를 번역해봤다.  르로이 버지스는 내가 오랜동안 사랑해왔던 아티스트지만 유명하지는 않고 해외 팬들 사이에서 컬트적인 인기를 누리는 뮤지션이다. 쉽게 말해, 좋으면 영원히 미칠 것이고, 싫어하면 영원히 싫어할 그런 곡들을 써왔다. 뉴욕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으로 '교주', '대부' 등으로 불리다가 이제는 '신'으로 불리는 사나이. 강렬한 비트와 입으로 내는 사이렌 소리, 감각적인 그루브는 사람을 몰아지경에 빠지게 하는 매력이 있다. 한마디로 말해 미국 신바람 이박사. 내한공연은 언감생심이고 다른 DJ들처..

"F"unkatology 2025.01.17

2024년 영화 목록 - 8

36. 계엄령 (1972)비상계엄 정국에 오랜만에 꺼내본 코스타 가브라스 영화. 계엄령의 무서움은 같은 감독의 영화 에 더 잘 묘사되어 있다. 한국어 제목은 이지만 오역이다. 로 옮겨야 한다. 오역의 문제는 한 두가지가 아닌데, 불어를 하나도 모르는 데도 잘 못 옮겨진 게 느껴질 정도다. 이 DVD를 발매한 프로덕션은 폐업시켜야 할 정도로 오역이 범죄적이다. 기본적으로 상식이 모자란 역자가 복잡한 정치상황을 다룬 영화를 옮기다보니 자막이 이해를 돕기는커녕 이해를 흐린다. 코스타 가브라스 영화는 굉장히 섬세한 번역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내용은 실제 있었던 댄 미트리온 사건을 극화한 것이다. 우루과이에서 필립 산토레라는 미국인의 사체가 발견된다. 국제 개발처 직원으로 되어있지만 나중에 정체가 폭..

"C"inematheca 2024.12.13

2024년 영화 목록 - 7

31. 오 꿈의 나라 (1989)특유의 방화 느낌을 예상했으나 의외로 세련된 영화였다. 그렇다고 해서 정말 영화적으로 뛰어난 작품이냐, 그런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용산 미군부대 근처에서 자라난 나에게는 어릴 적 봐왔던 풍경들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어서 좋았다. 광주항쟁에 시민군으로 참여했다 동두천 보산동으로 도망나온 전남대생 종수, 그리고 보산동에서 미군물품을 암시장에 빼돌려 생계를 이어가는 종수의 고향 형 태호, 종수가 야학에서 가르쳤던 구두닦이 구칠, 이 세 인물은 당시 한국인들이 지니고 있던 세계관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 같다. 종수는 마치 에서 제템브리니와 나프타 사이의 한스 카스토르프를 연상시킨다. 전형적이라고 해서 평면적으로 유형화된 인물이 아니라, 인물 개개인이 스스로의 역설과 모순을 포함하고..

"C"inematheca 2024.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