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biographica

터키에서 먹은 것들 - 1

Baron Samdi 2016. 6. 25. 21:29

이번 터키, 특히 이스탄불에서 먹은 것들을 이웃 Sagers님의 형식을 빌어 간단하게 리뷰합니다. 원래 먹거리/ 미식 분야는 전문이 아닌데, 뭐 아야 소피아의 위용이나 메메트 2세의 콘스탄티노플 침공 같은 얘기 해봤자 제가 기억도 잘 못하겠고 가장 본능에 충실한 먹거리를 간단하게 소개할까 합니다. 제가 대단한 미식가도 아니고 맛집 블로거도 아닙니다만 일반 관광객의 입장에서 간단한 평가만 곁들이려 합니다.

(0) 터키항공 기내식.

먹거리가 아니므로 번외로. 국제선에서는 터키식 닭요리, 터키 국내선에서는 샌드위치. 열악한 기내식 (특히 중국 국내선)을 겪어봐서 그런지 국적기 항공사의 한식 기내식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훌륭한 편이라 할 수 있다. 화장실에는 터키 특산 향수인 레몬 콜론야가 비치되어 있고 어메니티도 수면양말, 안대, 이어 플러그 등이 들어있는 파우치와 알루미늄 케이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거의 비즈니스 클래스와 유사한 서비스를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다만 알렉산더와 다리우스 대왕처럼 무섭게 생긴 스튜어디스님들께 뭘 좀 청해먹기가 송구스러움.  


(1) 항아리 케밥.
 
카파도키아의 명물이라는데 이스탄불 시내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 맛은 그냥 누가 주면 먹지, 굳이 사서 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특히 항아리 깨줄 때 잘못 깨서 항아리도 먹고 케밥도 먹고. ㅡㅡ;; 다만 감각 있는 식당 주인이라면 이 조리법을 크게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항아리 케밥은 케밥으로 먹는 것보다 이 조리법을 들여와서 한국음식에 응용하면 더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항아리 김치찜이라든지......


(2) 피데

터키식 피자라고 하는데 이렇게 밀가루로 잘 치대서 화덕에 구워놓으면 맛이 없기가 힘들다. 아주 탁월한 선택은 아니어도 간단하게 때우기 좋은 음식인 것 같다.


(3) 음료들

터키 사람들은 식사할 때 아이란이라는 음료를 곁들인다. 아이란의 맛은 요거트와 소금물을 섞은 맛인데, 처음 맛을 보았을 때는 뭐 이런 것을 먹고 X랄들인가 하였으나 먹다 보니 적응되어 단 이틀 만에 없으면 허전한 음료가 되어 버림. 특히 음식들이 되기 때문에 활발한 장운동을 위해서 먹어줘야 한다. 그밖에 오렌지 주스나 석류 주스는 비싼 데는 3.5리라, 싼 데는 1리라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550원이면 생과일주스를 먹을 수 있다. 다만 시골 5일장 참기름 틀 같은 데다 짜주기 때문에 위생이 걱정되긴 한다. 그러나 가격의 유혹 때문에 위생쯤은 가볍게 포기할 수 있다.



(4) 에민아저씨 고등어 케밥.

갈라타 다리 밑, 위스퀴다르와 카드쾨이 가는 페리 선착장 옆으로 가면 수산 시장이 있는데, 그 길 끄트머리에 있다. 한국인에 특화된 맛집인 줄 알았는데 외국인들도 많이 먹고 있다. 가짜도 있으므로 자기가 에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으면 환영이라고 쓰여 있는 물티슈를 보여달라고 해야 한다. 딱 생각했던 그 맛에서 더 맵다고 보면 된다. 아무래도 한국인들 때문에 굳이 애써 맵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럴 필요 없는데...... 에크멕이라고 하는 바게트 빵보다 또띠야에 끼워먹는 게 훨씬 낫다. 먹는 데 정신 팔려 있으면 생선 기름이 후드득 쏟아져 옷을 버리니 조심할 것. 개인적으로는 아시아 지구에 건너가서 먹은 고등어 케밥이 훨씬 좋았다. 이 집은 맛보다 지리적인 장점 때문에 들를 만하다. 우리로 치면 남산 타워 밑이니, 게다가 다들 좋아하는 맛집이라고 하니 안 들르 기는 힘들다. 다만 먹으면 눈물을 글썽일 맛집은 아니니 과도한 기대는 금물.


(5) 시쉬케밥/ 되네르 케밥/ 돈두르마 (아이스크림).

굳이 소개할 필요가 없는 음식. 집에서 15분만 걸어가면 이태원인데 여기까지 와서 이런 걸 먹어야 하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굳이 터키까지 가서 먹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특히 블루 모스크 옆 유명한 도이도이 같은 레스토랑은 이 맛이면 그냥 이태원서 먹겠다 싶을 정도. 돈두르마는 마도에서 먹었는데 포크와 나이프를 써서 먹는 방식은 인상적이었지만 맛은 그다지 별로였다. 좋은 데서 안 먹어봐서 잘 모르겠다.


(6) 술탄 아흐메트 쾨프테시쉬

"꽃보다 머시기"인지 tv 프로그램에도 나왔다 하고 이스탄불에 간 한국사람들은 꼭 들르는 맛집. 1920년에 문을 연 노포라 현지인들도 많고 을지면옥 같은 분위기다. 한국인들이 많이 오니 따로 주는 건지, 원래 주는 건지 모르겠는데 다진 고추 양념이 필요하냐고 물어본다. 당연히 달라고 했는데 이 사람들이 고추장에 대한 감이 없어서인지 맛있게 매운 게 아니라 먹고 죽으라고 불타는 고추 양념을 준다. 쾨프테는 양고기로 만든 터키 떡갈비라고 할 수 있는데 양념이 한국과 다르고 양 기름이 많이 껴서 느끼할 수 있다. 이때 이 고추 양념이 위기를 넘길 찬스를 준다. 꽃보다 인지 뭔지 때문에 한국사람들 몰려와서 박 터진 다고 불평하자, 유럽에서 온 관광객이 지금 융프라우에는 코리아타운 생겼다고 이 정도는 괜찮다고 한다. 쾨프테 맛은 기지촌에서 자라난 사람으로서 미 8군 양공주 아줌마들이 꺼내다 주던 "브라운 서브"맛과 매우 흡사하므로 개인적으로는 만족. 위치도 역 앞에 바로 있어서 매우 좋다. 

다른 음식은 반응이 좋으면 또 다음 기회에.......





 

(201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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