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ritdefinesse 3

재즈에 대한 간단한 메모

재즈의 신봉자들은 그것이 근원적이고 통제되지 않은 본성의 분출, 혹은 낡은 문화재들에 대한 승리라고 오해하는 성향을 띤다. 물론 재즈의 아프리카적 요소들에 대해 의심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속의 통제되지 않은 모든 요소는 처음부터 오히려 엄격한 도식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점, 또 반항의 제스처에는 맹목적 복종의 태세가 따라다녔고, 그것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도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는 부친 이미지에 반항하면서도 은밀히 그것을 선망하고 그것과 경쟁하고 싶어하며 증오해온 종속관계를 다시 향유하는 사도 마조히즘 유형에 대해 분석 심리학이 말해주는 바와도 같다. T. 아도르노 중에서.... "재즈를 모르는 자"로서, "재즈의 미래를 보지 못한 자"로서 아도르노는 클래식에 대한 옹호로 대변되는, 그리..

"E"spritdefinesse 2016.06.28

대중음악 비평의 망상

좀 더 긴글로 발전시키기 위한 메모 전작처럼 앨범은 숲 속 깊숙한 곳에 자리한 늪지대에서 풍기는 듯한 악취를 내뿜고,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자리 잡은 흉가에서 새나올 법한 신음소리를 흘리며, 굶주린 승냥이떼처럼 청자를 거칠게 위협한다. 각종 음악잡지들이 거의 경배하는 수준으로 모시는 잭 화이트의 천재성은 이 앨범에서도 전혀 수그러들지 않는다. 건반 소리는 음습함과 축축한 느낌의 성향을 극대화시키고, 기타는 때로 보컬마저 위협할 기세로 듣는 이의 신경을 자극한다. 습기를 머금은 전체 사운드와 대조적으로 어울리는 퍽퍽한 드러밍은 베이스와 함께 거의 블루스를 듣는 듯한 리듬감을 전달한다. - 데드 웨더의 음반평 "록 음악 날것 그대로의 미학 보여주는 데드 웨더" 중에서 집에 들어와서 프레시안 이대희 기자의 ..

"E"spritdefinesse 2016.06.28

음악에 대한 단상 -1.

음악에 대한 굉장히 거친 스케치, 그러나 나의 초보적인 음악론. 내가 음악을 있는 그대로 두지 않는 까닭은 바로 음악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이 있는 그대로의 자연에서 느끼는 아름다움과 다르다는 점, 즉 음악은 자연이 아닌 문화의 영역에 속한다는 점 때문이다. 음악의 아름다움은 '바람이 소슬하니 시원하고 상쾌하다'와 같은 감각에서 오는 즉각적인 반응과는 달리, 이른바 '학습된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음악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때, 이 아름다움은 청자의 살아온 경험과 환경, 그리고 음악을 만드는 음악 자본의 이데올로기 등에 의해 깊숙히 침윤될 수 밖에 없으며, 바로 그러한 각종 복잡다단한 배경들이 청자가 지금 듣고 있는 음악이 아름다운가 그렇지 않은가를 판별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

"E"spritdefinesse 2016.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