훵크 15

Lawrence Hilton-Jacobs - Love And Understanding Is The Answer (1978)

블로그를 하다보면 지금 포스팅하는 아티스트와 그 아티스트를 좋아했던 시기 사이에는 큰 시차가 있음을 새삼 느낀다. 누차 언급했지만 게으름 탓이 제일 크다. 로렌스 힐튼 제이콥스는 갓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무렵부터 꽤나 좋아하던 배우 겸 가수인데 포스팅하는데 15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갑자기 "맞아, 내가 이 사람 좋아했었지."하고 문득 떠오르는 가수. 드물게 SNS에서 본인들의 성장기와 진로 선택에 내 블로그가 큰 도움을 주었다고 메시지들을 남기는 분들이 계시다. 이 블로그를 처음 알았을 때는 학생이었는데, 지금은 음악계 종사자라고, 혹은 비슷한 음악을 듣고 산다고. 한편으로는 황송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이렇게 나이를 먹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오랜 기간 블로그를 관두지 않고 했던 이..

"D"iscotheca 2022.04.25

Sheila E - The Glamorous Life (1984)

한줄 단평 : 아무에뤼카 아 유 뤠디? 네 이놈들! 어서 벌떡 일어나 춤추지 못할까!!! 일전에 포스팅한 스티브 애링턴 인터뷰에 보면 쉴라 이를 처음 만났을 때 일화(http://baronsamdi.tistory.com/346)가 나온다. 정말 쉴라 이다운 얘기다. 처음에는 "얘 뭐야?"했다가 점차 강렬한 매력에 빨려들 수 밖에 없는. 내가 오피셜 비디오보다도 이 라이브 클립을 즐겨보는 이유는 이 라이브에서 쉴라 이의 매력이 백분 발휘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나온 클립에서도 "The Glamorous Life" 연주에 앞서 "너희 어린 놈들은 이런 노래 모르지?"하면서 싱긋 웃고는 미친듯한 라이브를 보여주는 게 압권이다. 쉴라 이 혹은 Sheila Cecilia Escovedo는 드러머이자, 퍼커셔니..

"D"iscotheca 2018.03.27

Third Stream - In A Galaxy Far Away (1978)

Third Stream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밴드지만 이 곡은 나름 70년대 미국 언더그라운드 재즈 훵크의 고전으로 꼽히는 곡이다. 몽환적인 스페이스 훵크가 잘 받는 계절이 유독 추운 겨울이기도 해서 선곡. 써드 스트림은 초컬릿으로 유명한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허쉬에서 베이시스트인 Jim Miller와 건반 주자인 Tom Strohman이 주축이 되어 드럼의 Rick Kline, 기타의 Bruce "Doc" Whitcomb로 구성된 밴드다. 원래는 각자 본업을 갖고 주말에만 모여 잼을 하다 밴드를 결성했다. 멤버들이 모여 작명을 하던 가운데, 작곡가 건터 슐러가 클래식과 재즈를 융합한 음악을 지칭하려고 창안한 용어인 "제3의 흐름" (Third Stream)이 우연히 떠올랐다. 멤버들은 이 용어를 알고..

"D"iscotheca 2018.02.06

O'bryan - It's Over (1982)

한줄 단평 : 어쩐지 포스팅 내용에 알맞은 곡 O'Bryan의 앨범이 리마스터링되기도 전이고, 요새처럼 바이닐 붐이 불기도 전에 회사 레코드 실에서 이 곡이 실려있는 앨범 에 포함되어 있다. 또 이 앨범에는 "The Gigolo"라는 곡도 있다. 왜 이 얘기를 꺼내느냐 하면, 오브라이언 관련 댓글에 "He's a gigolo" 혹은 "Gigolo, gigolo, Just a gigolo"같은 말들이 유독 많기 때문이다. Gigolo는 리처드 기어 주연의 유명한 라는 영화도 있듯이, '제비' 즉 나이 많은 여인의 정부를 뜻한다. 나는 처음에 오브라이언의 노래 때문에, 혹은 곱상한 외모 때문에 이런 말이 붙은 줄 알았다. 하지만 여기에는 슬픈 역사가 있다. 오브라이언의 음악 생명을 끝내버린.... 이 얘기는..

"D"iscotheca 2017.11.03

O'Bryan - Right From The Start (extended mix) (1982)

한줄 단평 : 내가 꼽는 80년대 최고의 아이돌, 오브라이언의 화려한 시작을 알린 곡 오브라이언은 80년대 식상한 문구 그대로 "혜성처럼 나타났다 유성처럼 사라진" 외모와 춤, 노래 어느 하나 빠질 것 없이 모든 스타성을 겸비한 소울/ 훵크 아이돌이었다. 마이클 잭슨이나 프린스만큼의 슈퍼스타는 아니어도 당시의 10대, 20대 여성을 중심으로 나름의 인기를 구축하고 있었고, 소울, 훵크 팬 중에는 그의 활약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공백기가 너무나 길었고 쉰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서야 재기에 성공했다. 그가 어느 순간 음악 신에서 사라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거의 야사 수준이지만) 차차 소개하기로 하고 오브라이언에 대해 먼저 소개하자면..... 오브라이언은 1961년생으로 그의 풀 네임은 O'b..

"D"iscotheca 2017.10.25

Chuckii Booker - Games (1992)

한줄 단평 : 요즘 유행하는 AOR, 시티팝에 매몰된 데 반성하며 오랜만에 올리는 90년대 뉴잭 스윙 클래식! 이런 무더위 속에서는 뉴잭 스윙만한게 없는 것 같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종류의 음악이 만들어지던 시기에 여름이 음악 판매고의 피크 시즌이기도 했고, 또 이런 류의 음악들이 뮤직 비디오에서 세피아 혹은 오렌지 톤의 필터들을 빈번하게 사용하면서 뜨거운 여름을 노래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 곡은 92년 차트 1위곡으로 Chuckii Booker의 이름을 널리 알린 곡인데, 90년대 말 영국 아티스트인 마크 모리슨이 그의 세계적인 히트곡, "Return of The Mack"에 샘플링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아래는 간략한 Bio. 처키 부커는 1966년 로스 앤젤레스에서 태어났다. 19..

"D"iscotheca 2017.07.19

Steve Arrington 인터뷰 - 2

인터뷰가 길어 세 도막으로 잘랐습니다. 스티브 애링턴이 말하는 슬레이브 시절의 회고를 들어보니 슬레이브의 팬을 자처하면서도 당시 밴드 구성이 어땠는지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는 생각이 듭니다. 후반부에 들어서는 거의 인터뷰 같은 내용인데요. 어떻게 종교를 만나고 목사가 되었는지, 왜 다시 음악계로 복귀하게 되었는지 구구절절하게 설명해 놓았습니다. 당시 대중음악과 스티브 애링턴에만 관심 있는 분들은 건너 뛰셔도 무방할 듯 합니다. 질문자: 그러면 한창 활동하시던 시기, 그러니까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의 분위기를 보면 훵크도 변화하는 것 같던데요. 사운드는 점점 깨끗해지고 싱코페이션(당김음)이 더 들어가고 더 타이트해졌어요. 어떤 게 이런 경향을 주도했다고 보십니까? 애링턴: 제 생각에는 그저 모든 음..

"F"unkatology 2017.05.16

Steve Arrington 인터뷰 - 1

Steve Arrington이 이 나라에서 얼마나 알려져 있고, 또 얼마나 인기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끓어오르는 팬심으로 번역해봤습니다.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서 기괴한 것에 끌리는 허영이 전혀 없었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리건대, 스티브 애링턴 정도면 본토며 유럽에서도 훵크의 거장으로 인정받고 있고, 그의 구술은 훵크의 역사상 위대한 밴드 중 하나인 Slave와 당시 오하이오 훵크 신이 어땠는지 유추해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훵크의 발전에서 지역 밴드간의 경쟁은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흑인음악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요소였던 보컬이 시장의 요구에 따라 독립하게 된 이후로 밴드의 위상은 보컬의 백업 세션 정도로 격하되는 듯 합니다. 힙합에서 MC..

"F"unkatology 2017.05.11

Steve Arrington's Hall Of Fame - You Meet My Approval (1983)

한줄 단평 : 누가 좋아하지 않아도 내가 좋아서 올리는 곡. 예전부터 나의 슬레이브 사랑을 여기저기에 피력해왔지만 '나도 좋아한다'는 대답은 아직까지 못 들어봤다. 스티브 애링턴 (이제는 목사님)이 최고의 보컬은 아니라 해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밴드의 리더 싱어인만큼 수시로 즐겨 듣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아티스트, 리로이 버지스도 마찬가지지만 보컬인지 사이렌이지 모를 독특한 음색도 그렇고 라이브 영상에서 보이는 수줍은 댄스 무브도 너무 좋다. 좋아하는 데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그냥 무조건 좋다! 소울이나 훵크 신에서 이렇듯 남과는 다른, 독특함으로 승부하는 아티스트들이 사라져가는 것 같아 아쉽다. 또 다른 스티브 애링턴, 또 다른 리로이 버지스가 나올 수 있을까?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야이야..

"D"iscotheca 2017.05.08

Slave - Party Lites (1981)

한줄 단평 : 나의 올타임 훼이버릿 훵크 밴드! 가장 좋아하는 밴드를 블로그를 연 지 10년 넘게 지나서야 소개하는 까닭은 당연히 더 잘 소개할 자신이 없어서였다. 나는 그동안 슬레이브의 거의 모든 음반을 모아왔고, 굳이 슬레이브의 멤버들이 이후 결성한 방계 밴드들의 음반까지 찾아들어볼 정도로 좋아해왔다. 나는 슬레이브야말로 많은 훵크 밴드들 중에서 훵크 스피리트와 대중성을 조화롭게 선보이고 있다고 본다. 특히 스티브 애링턴의 독특한 보컬이 매력 포인트이기도 하고. 요즘 천편일률적이고 듣기 좋은 보컬들로 평준화되다 보니, 이렇게 스티브 애링턴이나 르로이 버지스 같이 독특한 음색과 창법을 지닌 보컬리스트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어찌 들어보면 스티브 애링턴은 액슬 로즈의 아버지 격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D"iscotheca 2017.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