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theca

Twylyte81 - Some Go Up (1981)

Baron Samdi 2019. 2. 25. 18:47

얼마 전에 포스팅한 1st Light는 '유배' 시절 즐겨 듣던 곡이었다. 2013년에 코모도어스의 "Nightshift" 포스팅 때도 잠깐 언급했지만 (https://baronsamdi.tistory.com/264) '유배'라는 간단한 표현 뒤에는 복잡한 사정이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정권의 이익에 반하여 보도를 할 우려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업무 배제 조치가 이뤄졌었다. 특히 파업에 참여한 PD와 기자들이 대상이었고 나는 이러한 5년 9개월 간의 격리 조치를 거쳐, 촛불과 탄핵의 힘 덕택으로 무사히 현업에 복귀할 수 있었다. 그 중 마지막 1년은 모처의 어느 오피스텔 방에서 영업사원 비슷한 일을 하게 되었는데, 서울과 광명 사이에서, 그리고 고용과 해고 사이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나가야 했던, 어찌 보면 내 인생에서는 특별한 순간이다. 아이가 태어난 기쁨과 언제 해고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어떻게 살아나왔는지는 지금 생각해도 꿈만 같다. 담당 부장이 노조 탈퇴를 은연중에 암시하면서 회유에 나섰는데 아마 그때 거절했던 게 그쪽으로 발령이 난 이유였던 듯 하다. 내게 특별한 정의감이 있었던 것도 아니요, 투철한 의식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두려움, 나중에 아이가 자라나, 철이 난 뒤 한 번쯤 내게 물을 텐데, "아빠, 박근혜 탄핵 시절에 뭐했어요."했을 때, 무어라 답할 것인가. "아빠는 정권의 앵무새 노릇을 할 수 밖에 없었어요. 이게 다 너의 호의호식을 위해서였단다."라고 한들, 그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그런 두려움이 정권의 탄압보다 더 컸다. 요새 누가 너희 방송을 보냐, 기득권자의 재수없는 소리로 치부하는 의견도 있을 것으로 믿지만, 내 블로그 대부분이 지인들의 방문으로 유지되다 보니 이런 넋두리도 참고들 들어주시리라 믿는다.

사설이 너무 길었고, 백수 시절 이후로 가장 음악을 많이 듣던 시기에서 엄선한 (개인적으로 혼자 듣기 아까운 명곡인) 10곡을 순차적으로 풀어놓을 예정이니, 좋은 곡을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막상 추려놓고 보니 저의 최애 장르인 소울과 훵크의 비중이 너무나 적네요. (나는 뭘 들어온 것인가?) 넓게 잡아 범(凡) 훵크로 볼 수 있는 곡도 있지만....

 

그 첫번째, (1/10)

Twylyte 81은 거의 무명에 가까운 밴드로, 보컬과 피아노의 Frank Jones Jr. 드럼, 퍼커션의 Alfred Brown, 기타, 베이스의 John Belzaguy의 트리오다. 이 밴드는 뉴저지의 인디 레이블 JSR 레코드와 계약해 <The First Coming>이라는 이름의 앨범 1장만 발표한 채, 사라졌다. 이외에는 아무런 정보도 찾아볼 수 없다. (혹시 잘 아시는 분이 계시다면 부기해주시기바랍니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보컬 프랭크 존즈의 첼로를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바리톤 음색이 버진 아일랜드 음악의 제왕인 존 루시안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단순하고 고요한 가운데 장중함을 보여주는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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