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theca

2023년 영화목록 - 3.

Baron Samdi 2023. 7. 21. 11:15

11. 범죄도시3 (2023)

이 시리즈를 극장에서 봤을 때는 분통이 터졌지만 VOD로 보고나니 볼만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의 효용은 어떤 압박도 없이 2시간 동안 생각을 지워준다는 점이다. 영화보다는 게임방송에 가깝기 때문이다. (***)

 

12. 위대한 피츠카랄도 (1982)

320톤짜리 증기선을 인력으로 끌어올려 산을 넘는 이야기. 헤어초크는 인간과 자연 간의 투쟁, 그리고 극복과 좌절을 그리면서 인간의 문명이란 자연의 위력 앞에서 얼마나 허약한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이런 점에서 독일 낭만주의의 후예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 영화에서 헤어초크는 전생에 피사로나 코르테스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스태프와 출연자들을 한계로 몰아넣는다. 여기서 피츠카랄도는 헤어초크의 현신 같다. 나는 비슷한 내용의 전작 <아귀레, 신의 분노>를 더 높이 평가한다. 오페라를 상연하기 위해 원주민들에게 300톤짜리 증기선을 끌고 40도 경사의 언덕을 오르게 하는 위업은 마치 서구의 고급예술이 제국주의적 착취를 통해 가능하다는 뼈아픈 현실에 대한 은유가 될 수도 있지만 이 영화의 위대성은 그런 일면적인 해석보다 더 풍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3시간에 육박하는 러닝타임은 숏폼에 익숙한 요즘 관객들이 견뎌내기에는 무리일 것 같다. (****)

 

13. 버든 오브 드림스 (1982)

헤어초크의 지인이자 유명 다큐멘터리 감독인 레스 블랭크가 <피츠카랄도>의 제작과정을 담은 영화. 이 영화에 나오는 헤어초크의 모든 말을 받아적고 싶을 정도다. <피츠카랄도>를 찍으면서 아마존의 척박한 자연, 원주민들의 비타협적인 태도와 이질적인 문화, 군과 석유회사의 횡포 그리고 클라우스 킨스키라는 미치광이 배우와 장장 4년간의 투쟁을 묵묵히 이끌어나가는 헤어초크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보통 사람이면 미쳐 돌아갈 상황에서 나긋나긋한 태도로 연기 지도를 하고 담담하게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은 그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보여준다. 이 다큐에서 헤어초크는 증기선을 산으로 끌고 가는 작업은 일종의 은유이며 그것은 자신의 꿈이자 당신의 꿈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다만 그 꿈을 실현하느냐가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그리고 이 어마어마한 작업을 끝낸 뒤에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하자. 영화 따위는 그만 두고 정신병원에 들어가고 싶다고 한다. <아귀레, 신의 분노>, <피츠카랄도>, <그리즐리 맨>에 나타난 헤어초크의 주제는 인간과 자연 간의 항구적인 투쟁이다. 인간이 도전하고 자연은 응전한다. 설령 패배하더라도 그것은 무의미한 패배가 아니다. 인간은 이 투쟁을 통해 자신의 왜소함과 겸손함을 배울 수 있다. 클라우스 킨스키는 아마존의 자연이 매혹적이라고 했지만 헤어초크는 자연은 매혹적이기는커녕 음란하다고 한다. 사악하고 비열한 생존 투쟁만이 있을 뿐이고 매혹 따위는 없다고. 자연의 조화란 환상에 불과하며 아마존의 하늘 아래서는 우주의 별도 혼돈으로 비칠 정도라고. 헤어초크는 형식 면에서는 처절한 리얼리즘을 추구하지만 이 주제만 놓고 본다면 뼛속까지 독일 낭만주의의 후예다. (*****)

 

14. 긴 이별 (1973)

로버트 알트먼이 레이먼드 챈들러의 <기나긴 이별>을 각색해서 만든 영화. 재즈, 느와르,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이 영화가 마음에 들 것 같다. 이 영화에는 특이하게도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2명 등장하는데, 처음은 필립 말로가 경찰들과 말다툼을 하면서 로널드 레이건에게 이 사실을 알리겠다고 하는 장면이고, 두번째는 악당 마티 어거스틴의 보디가드로 등장하는 아놀드 슈월츠제네거의 등장 장면이다. 네오 느와르를 정초한 영화로 꼽히지만 정작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혹평했다고 한다. 아마 너무 시대를 앞서가서 대중의 호응이 적었던 탓도 있을 것이다. (***)

 

15. 꽁치의 맛 (1962)

오즈 야스지로 영화를 처음 보는데 덜 지루한 자크 타티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회화적인 인서트컷하며 공들인 촬영과 편집이 좋았다. 특히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인터뷰에서 자주 쓰는 카메라를 바라보는 로우앵글 웨이스트 샷이 오즈의 영향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다다미 샷도 단순한 로우 앵글이 아니라 트라이포드를 아예 땅에다 박아버리는 듯 낮춰버리는데 이게 묘한 안정감을 준다. 영화의 주제도 노년의 고독을 다루고 있어서 더 나이들어서도 가끔 꺼내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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