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theca 81

2025년 영화 목록 - 3

11. 무사시의 전설 3 - 간류도의 결투 (1957)이나가키 히로시 3부작의 마지막 편. 라이벌 사사키 코지로와의 유명한 싸움을 영화화. 원작을 안 읽어봐서 모르겠으나 구로자와 아키라의 를 의식해서인지, 낙향해서 농사를 짓다 노부시(산적)에게 위협을 받아 마을을 방어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과감하게 들어냈으면 어땠을까 싶다. 이 영화의 주제는 최대의 라이벌 사사키 코지로와의 대결인데 그는 어떤 사람인지, 그의 무공이 얼마나 높은 지를 충분히 보여주면서 캐릭터를 쌓아 올린 뒤, 마지막 간류도의 결투에서 폭발시켜야 했다. 하지만 영화의 대부분을 , 그것도 주연도 같은 영화와 비슷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허비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 12. 고딕 (1986)켄 러셀 감독, 가브리엘 번 주연의 공포영화,..

"C"inematheca 2025.02.27

2025년 영화 목록 - 2

6. 에이리언 디렉터스 컷 (1979, 2003)를 재미있게 봤지만, 등장인물인 애쉬의 역할이 잘 기억나지 않아 다시 봤다. 지금 와서 보면 79년에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직도 명작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체스트 버스터 신이 인상 깊은데, 스탠리 큐브릭이 이 신을 너무 좋아해서 리들리 스콧에게 전화를 하는 바람에 스콧이 놀랐다는 일화가 있다. 리들리 스콧은 를 본 뒤, 너무 재미있는 영화라서 우울증에 걸릴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을 감독함으로써, 스페이스 호러의 신 경지를 개척해 냈다. 어릴 적에는 화끈한 액션이 강조된 제임스 카메론의 를 좋아했지만, 나이가 들어서 보니 연출력 면에서 굉장히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브라운관 디스플레이에 데이터는 텔렉스처럼 출력되며 키보드..

"C"inematheca 2025.02.11

2025년 영화 목록 - 1

1. 귀축 (키치쿠, 1978)  마쓰모토 세이초의 단편 "귀축"을 원작으로 한 노무라 요시타로의 78년작. 노무라 요시타로는 널리 알려진 감독은 아니고 요코미조 세이시나 마쓰모토 세이초 등의 대중문학을 꾸준히 스크린으로 옮긴 사람으로 알고 있다. 작년에 본 이 굉장히 인상 깊었는데 이 영화도 아역들의 발연기를 제외하면 꽤 수작이다. 인쇄소로 돈을 만진 타케나카는 요릿집 여자 키쿠요와 바람을 펴서 아이를 셋 낳지만, 생활고에 시달린 키쿠요는 타케나카에게서 돈이 나오지 않자 아이 셋을 두고 사라져버린다. 바람핀 남편의 아이를 떠맡게 된 아내는 아이들을 없앨 것을 종용하고 심약한 남자 타케나카는 하나씩 하나씩 실행에 옮긴다. 이 영화의 주연을 맡은 오가타 켄과 오가와 마유미는 이듬해 이마무라 쇼헤이의 영화 ..

"C"inematheca 2025.01.31

2024년 영화 목록 - 8

36. 계엄령 (1972)비상계엄 정국에 오랜만에 꺼내본 코스타 가브라스 영화. 계엄령의 무서움은 같은 감독의 영화 에 더 잘 묘사되어 있다. 한국어 제목은 이지만 오역이다. 로 옮겨야 한다. 오역의 문제는 한 두가지가 아닌데, 불어를 하나도 모르는 데도 잘 못 옮겨진 게 느껴질 정도다. 이 DVD를 발매한 프로덕션은 폐업시켜야 할 정도로 오역이 범죄적이다. 기본적으로 상식이 모자란 역자가 복잡한 정치상황을 다룬 영화를 옮기다보니 자막이 이해를 돕기는커녕 이해를 흐린다. 코스타 가브라스 영화는 굉장히 섬세한 번역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내용은 실제 있었던 댄 미트리온 사건을 극화한 것이다. 우루과이에서 필립 산토레라는 미국인의 사체가 발견된다. 국제 개발처 직원으로 되어있지만 나중에 정체가 폭..

"C"inematheca 2024.12.13

2024년 영화 목록 - 7

31. 오 꿈의 나라 (1989)특유의 방화 느낌을 예상했으나 의외로 세련된 영화였다. 그렇다고 해서 정말 영화적으로 뛰어난 작품이냐, 그런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용산 미군부대 근처에서 자라난 나에게는 어릴 적 봐왔던 풍경들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어서 좋았다. 광주항쟁에 시민군으로 참여했다 동두천 보산동으로 도망나온 전남대생 종수, 그리고 보산동에서 미군물품을 암시장에 빼돌려 생계를 이어가는 종수의 고향 형 태호, 종수가 야학에서 가르쳤던 구두닦이 구칠, 이 세 인물은 당시 한국인들이 지니고 있던 세계관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 같다. 종수는 마치 에서 제템브리니와 나프타 사이의 한스 카스토르프를 연상시킨다. 전형적이라고 해서 평면적으로 유형화된 인물이 아니라, 인물 개개인이 스스로의 역설과 모순을 포함하고..

"C"inematheca 2024.12.13

2024년 영화 목록 - 6

26. 롱 레그스 (2024)충실한 미장센에 비해 부실한 스토리. 감독이 앤서니 퍼킨스의 아들이라는데 영화계 금수저의 취미생활 같다. 이 영화와 유사한 영화를 꼽으라면 2시간 짜리 오메가 시계 광고라고 할 수 있는 조지 클루니 주연의 . 1970년대에 나왔다면 컬트 호러로 극찬 받았겠지만, 지금 시대에 와서 이 정도를 보여줄 수 있는 감독들은 많다. 감독이 오컬트 고전들을 보면서 배운 것이 많지 않은 모양이다. 한껏 멋부리기만 한 영화. (★☆) 27. 맨츄리안 캔디데이트 (1962)62년 영화라 그런지 정치스릴러임에도 매우 지루하다. 그나마 존 프랑켄하이머 특유의 개성적인 연출이 위안이다. 후대의 , 에 영향을 끼쳤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는 62년에 제작한 뒤, 주연 프랭크 시나트라가 모든 판권을..

"C"inematheca 2024.11.25

2024년 영화 목록 - 5

21. 레블 리지 (2024)넷플릭스 독점 영화. 백인 경찰에게 사촌의 보석금을 뺏긴 흑인 해병대 무술 교관의 복수극. 흑인 리처 같은 느낌이라 별 생각없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오락 영화. 한때의 섹스 심벌 돈 존슨이 노회하고 부패한 경찰서장으로 나와 세월의 흐름을 상기시킨다. (★★★) 22. 암스테르담 (1988)네덜란드 범죄 스릴러. B급 영화로 보여서 별 기대가 없었는데 의외로 괜찮다. 적당한 클리셰로 눈속임한 뒤에 나타나는 예측 불허의 구간이 여러 곳 있다. 보트 체이싱 신도 좋다. 네덜란드판 같은 느낌인데, 이 영화에서는 암스테르담 운하에서 신출귀몰하는 다이버 연쇄살인마가 나온다. 물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사람을 살해한다는 설정은 근래 의 암스테르담 미션을 연상케 한다. (★★☆) 23. 하..

"C"inematheca 2024.11.13

2024년 영화 목록 - 4

21. 뉴잭 시티 (1990)리들리 스콧의 가 이 영화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웨슬리 스나입스가 연기한 니노 브라운은 굉장히 매력적인 악역 캐릭터인데 비해 마리오 밴 피블스의 연출은 좀 유치하다. 이 영화도 의 오마주가 엿보인다. 갱 멤버로 나오는 크리스토퍼 윌리엄스, 얼치기 목사로 나오는 닉 애쉬포드, 웨딩 싱어로 나오는 키스 스웨트와 같은 화려한 뮤지션들이 볼거리인데 마약 퇴치가 주제이니만큼, 좋은 목적으로 출연한 것 같다. (★★★)     22. 스노든 (2017)에드워드 스노든이 CIA에 들어갔다 폭로를 결심하게 된 계기, 폭로 이후의 러시아 망명을 다루고 있다. 보는 사람에 대한 배려 없이, 감독 본인이 관심있는 사안에 대해서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을 우리 업계 용어로 '논문 쓴다'고 ..

"C"inematheca 2024.09.21

2024년 영화 목록 - 3

11. 크리피 : 일가족 연쇄 실종사건 (2016)무난하게 연출된 웰 메이드 스릴러인데, 감독이 구로자와 기요시라면 좀 더 나은 것을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에서 보여주었던 독특함은 없어지고 TV 드라마처럼 짜인 연출이 보기에는 편하지만 밋밋한 여운이 남는다. 노년으로 갈수록 자신의 세계를 좀 더 고집스레 제시해도 좋았을 텐데. 감독의 이름값은 못한 영화 같다. (★★★) 12. 배틀 로얄 (2000)후카사쿠 킨지의 영화가 아니었다면 보지 않았을 영화. 홉스적 세계관과 싸이월드식 유치함이 뒤섞여서 일본의 입시 경쟁과 세대 갈등을 비판한다는 메시지 아래, 의미 없는 폭력만 나열하고 있다. 싸이월드에서 유행했던 "학생이라는 죄로 학교라는 감옥에 갇혀 어쩌고"하는 문구가 생각나는 영화. ..

"C"inematheca 2024.08.08

2024년 영화 목록 - 2.

6. 모래그릇 (1974) 노무라 요시타로 감독의 숨겨진 걸작. 마쓰모토 세이초 원작 소설을 영상화한 사례 중에서 가장 걸출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마리오 푸조의 처럼 영화를 먼저 보고 원작 소설을 읽으면, 영화에서 소략된 부가적인 정보와 사건들을 다시 접하면서 더 재미있게 읽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오히려 소설의 산만함을 집약시켜 주제의식을 더 돋보이게 만든다. 도쿄 카마타 조차장에서 얼굴이 짓이겨진 시체가 발견되고, 범인이 도호쿠 사투리를 썼다는 증언을 토대로 발로 뛰며 증거를 확보한다는 원작의 얼개를 살리면서도, 영화에서 살리고 싶은 핵심적인 요소는 놓치지 않았다. 영화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소설과 영화를 함께 보면 좋은 공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상만큼이나 뛰어난 음악을 만든 음..

"C"inematheca 2024.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