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theca 81

2022년 영화 목록 - 7.

31. 다크 트루스 (2013) 앤디 가르시아 주연의 캐나다 영화. 이 영화를 알게 된 것은 민영화 관련 논문 혹은 책이었을 것이다. 남미에서 활동하던 전직 CIA 요원이자 라디오 쇼 호스트가 남미의 상수도 민영화로 인한 전염병 창궐과 민간인 학살 속에서 진실을 추구한다는 내용이다. 다국적 자본의 탐욕과 민영화라는 무거운 주제를 액션 스릴러 형식에 녹여냈다. 권총으로 자동화기를 갖춘 소대와 저격수를 상대한다는 황당한 장면들도 있지만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연출 상의 엉성한 부분도 있지나 평범한 오락물보다야 낫지 않을까? 이 영화로 말미암아 세계 영화시장이야말로 미국의 대외정책을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영화들이 살아남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퇴출되도록 은밀하게 설계된 체계라는 생각이 든다. (..

"C"inematheca 2022.08.24

2022년 영화 목록 - 6.

26. 도베르만 형사 후카사쿠 킨지 감독, 소니 치바 주연의 경찰 액션 영화. 에 비해서는 좀 유치하다. 후카사쿠 킨지 감독은 야쿠자 영화는 잘 만들어도 경찰 영화는 별로인 것 같다. 각본은 부론손, 을 그린 만화가고 의 히로인 마츠다 에이코도 나오고 주제가 작곡은 히로타 미에코(Hirota Mieko - Jojo (1980) (tistory.com))가 맡았다. 오키나와에서 올라온 순진한 형사가 도쿄에 올라가 오로지 완력만으로 사건을 해결한다는 줄거리, 수사보다는 사람을 때려 실토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와 비슷하고, 도시를 순수하게 보존하기 위해 도시 밑바닥의 불결한 존재를 처단하는 범죄자는 앙리 베르누이의 에 나오는 미노스를 닮았다. 이런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보지만 별로인 사람들은 아예 보지 않는..

"C"inematheca 2022.08.09

2022년 영화 목록 - 5.

21. 헤어질 결심 (2022) 나는 박찬욱 작법 특유의 고답적인 태도와 인물과 미장센에 흐르는 작위성을 싫어하는 편이다. 나와 지극히 다른 유형의 예술만 접하고 살아온 사람 같다. 그리고 그의 영화에 나타나는 영화 고유의 특성보다 텍스트를 영상으로 번안한, 일종의 레제드라마를 억지로 영상으로 옮긴 듯한 느낌이 내게 지속적인 위화감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영화를 관람하고 난 뒤 감성적인 탈진상태를 겪을 정도가 되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산과 바다는 두 가지 사랑의 형태를 은유한 것으로 보인다. 좋은 영화,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것은 아닌 영화. (***) 22. 범죄도시2 (2022) 가성비가 좋은 영화. 이 영화는 시리즈 중에서 아무 것이나 붙잡고 시작해도 맥락을 이해하는 데 불편함..

"C"inematheca 2022.08.01

Fashion - Love Shadow (1982)

영국에서 가장 패셔너블한 밴드를 꼽으라면, 나는 당연히 영국의 소방차 Imagination을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그 두 번째는 아마 진정 영국 패션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밴드였던 스팬다우 발레와 이 밴드 사이에서 고민할 것 같다. 패션은 포스트 펑크/ 뉴 웨이브 밴드로 분류되지만, De Harriss가 프런트맨으로 있던 활동 시기만큼은, 어느 밴드보다도 감각적이고 세련된 사운드를 선보였다고 생각한다. 뮤직 비디오에서도 꽁지머리에 기타를 둘러맨 디 해리스는 읊조리는 듯한 보컬과 눈빛으로 좌중을 압도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특히 신디 크로퍼드를 닮은 여성 모델과 디 해리스 간의 긴장 섞인 대화, 절제된 베이스라인, 카메라 패닝과 함께 돌아가는 여성 모델, 키보드를 시작하는 멀리건의 흩날리는 드레드록 ..

"C"inematheca 2022.07.22

2022년 영화 목록 - 4.

16. 캡틴 필립스 (2013) 소말리아 해적에 의한 메어스크 앨라배마 호 피랍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이 배의 선장인 리처드 필립스의 책을 토대로 실화를 영화로 옮겼다. 다큐멘터리적인 기법을 활용해서 당시의 긴박감을 충실하게 전달한 연출도 좋았지만 마지막 신에서 톰 행크스의 연기는 연기가 아니라 실제로 고통을 겪은 피해자와 같았고 이와 대조되는 덤덤한 반응의 의무 부사관들의 연기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실제 상황을 뉴스 릴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로. 더 놀라운 점은 이 후반부의 연기가 모두 대본에 의하지 않은 애드리브이라는 것이다. (***) 17. 바바둑 (2014) 독특한 호주 호러영화. 피터 위어의 을 너무나 좋아하기에 기대를 하고 봤지만 '육아'라는 일이 얼마나 사람을 소진시키는..

"C"inematheca 2022.06.13

2022년 영화 목록 - 3.

11. 벌새, 2019 올해 현재까지 봤던 영화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가 바로 다. 회고적이되, 시대에 빠져들지 않고 현재에 호소하는 강렬한 미감을 갖춘 영화. 유사한 창작 계통 종사자로서 바다 건너의 거장들보다는 곁에서 '클래스'를 보여주는 동료 창작자들이 더 아득하고 무섭게 느껴진다. 이 건 어떻게 찍었을까, 나라면 어떤 디렉션을 주었을까 하면서 보다 보면 남는 것은 전율뿐이다. 균질하고도 폐쇄적인 강남, 그것도 특정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얼굴을 바꾸며 나타나는 가부장제의 숨 막힘, 또 그 안에서 소소하게 저항하려는 의지, 여성들 간의 연대 같은 드라마가 잘 응축되어 있다. 언니가 몰래 데려온 남자 친구 때문에 자기 방에서도 편안하게 쉬지 못하던 은희가 서예 학원의 여선생님, 또 입원이라는 뜻하..

"C"inematheca 2022.04.20

2022년 영화 목록 - 2.

6. 윈드 리버, 2016 테일러 쉐리단의 국경 3부작은 알란 파큘라의 파라노이아 3부작의 재림 같다. 이렇게 미국을 잘 그려낸 영화가 없을 듯. 게다가 원주민 여성들이 실종되어도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현실 고발까지. 단 아쉬운 점은 영화라기보다는 미드 에피소드 1편 정도 같은 단순한 서사 구조. 제레미 레너의 배역은 매력적이다. (***1/2) 7. 베리드, 2010 설정은 참신하지만 그 뿐이다. 이라크에서 민간기업 트럭 운전사가 납치되어 관에 넣어진 채 땅속에서 깨어난다는 설정으로 극도로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모노드라마다. 나는 단발적인 창안으로 승부 보는 창작물들은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 8. 파이트 클럽, 1999 내가 극혐하는 문화적 요소의 집결체라 할 만하다. 미국 대중소설에 ..

"C"inematheca 2022.02.21

2022년 영화 목록 - 1.

1. 코리안 차이니즈 제이슨 본. 해변으로 떠밀려온 이방의 존재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의 의미를 알아간다는 점에서 본 시리즈와 닮아있는 구석이 있다. 박한 평가도 있었지만 굉장히 흥미진진한 영화고, 나홍진 감독의 영화 중에서 제일 좋았다. 오컬트 팬이기는 하지만,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는 강박이 없다는 점에서, 와 유사성을 보이는 보다 높이 평가하고 싶다. 올해 첫 영화로 출발이 좋다. (****) 2. 재미교포가 만든 영화에서 한국적인 정서가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이유는 이국의 풍광과 문화가 배경으로서 큰 대비를 이루기 때문이다. 소소하고 사랑스러운 영화다. 허구헌날 목 찌르고 때리는 흉악한 영화만 봐서인지, 따뜻한 유머에 마음이 녹는듯한 기분이었다. (***) 3. 오로지 지인의 ..

"C"inematheca 2022.02.14

2021년 영화 목록 - 3.

11. 야마모토 미치오 감독의 "피를 빠는" 시리즈 중에서 나머지 2편에 비해 이 영화는 좀 못 만든 편에 속한다. 일본 시골에 유럽 풍의 저택이 있고 도시에서 온 주인공이 우연찮게 휘말려 흡혈귀 혹은 유령의 손에서 빠져나온다는 스토리는 뻔하기 짝이 없는데, 고전 호러의 매력은 그래도 이미 무슨 일이 발생할 지 다 알면서 깜짝깜짝 놀라게 되는 점프 스케어 장면들이다. 요즘 호러보다 더 독특한 비주얼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 12. 소설을 읽지 않고 영화로만 봤는데, 나쁘지 않았다. 뭔가를 기록하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버렸다. (***) 13. , 와 더불어 테일러 쉐리던의 '국경 3부작' 중 하나. 이 영화를 보고나서 도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

"C"inematheca 2022.02.14

2021년 영화 목록 - 2.

5. 위 워 솔저스 (2002) 초반만 하더라도 존 웨인만 안 나왔지 1940년대의 감성과 기법으로 만든 영화로 혹평할 뻔 했으나 후반부로 가면서 전쟁의 참혹함이 집요하게 드러난다. 누군가 리더십의 교과서 같은 영화라고 해서 봤지만, 리더십 보다는 전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을 더 높이 평가하고 싶다. 보수적 시각에서 제작된 영화이고 반전영화로 보이지는 않지만 전쟁을 리얼하게 묘사함으로써 반전영화에 버금가는, 아니 때로는 압도하는 현실성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죽어가면서 '아내와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전해달라'는 장면은 이제 와서 보면 유치하지만 그 말을 전하는 병사가 60년대 사람임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더 사실적인 묘사가 아니었을까? 리얼리티는 고정불변하는 실재가 아니며, 한 시대의 리얼리티는 ..

"C"inematheca 2021.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