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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Coco - Let's Get It Together (1976)

군대 말년 병장 시절, "매일 가요만 듣다 보니 질리지 않냐? 듣던 것만 듣지 말고 요런 것도 들어보고 너희들이 사회 나가면 어쩌고 저쩌고....." 음반을 걸어놓고 3분도 채 되지 않아 떼로 몰려와 '그만 끄자, 안 끄면 가혹행위로 신고하겠다.' 그래서 "우리 막내는 잘 듣고 있구먼, 왜 그래? 막내야 어떠냐?", "정신병 생길 것 같습니다........" 군생활 내내 듣고 싶은 음악을 참아왔건만 말년 병장이 되어서도 음악을 듣지 못하고, 겨우 두 달에 한 번 외박을 나오면 제일 처음 한 일이 음악을 듣는 일이었다. 그때 틀어놓았던 곡이 바로 이 곡인데 정말 가혹행위였는지는 듣는 분들의 판단에 맡긴다. El Coco의 멤버는 Laurin Rinder와 W. Michael Lewis로 디스코 팬이라면 한..

"D"iscotheca 2021.07.15

2021년 영화 목록 - 1.

31. 더 라이트하우스 (2019) 가 너무 인상적이었기에 이 영화가 넷플릭스에 올라온다는 소식을 듣고 냉큼 결제했다. 크툴루 신화 같은 모습이 아니었을까 미리 상상해봤지만 보고난 뒤에 문득 든 생각은 이 영화가 프로메테우스 신화라는 것. 빛은 계몽의 상징이지만 그것은 자연의 산물일 때만 유효하다. 편의를 추구하려는 인간의 욕망은 그 빛을 전유하여 재앙으로 만든다. 결국 물새 부리에 쪼이는 형벌을 받지만 아무런 죄도 대속하지 못하는 허무함이 남는다. 흑백, 화면비, 회회적인 구도의 추구에서 일부러 고전미를 부여하려고 했다. 이런 감독의 의도와 범접할 수 없는 인공의 빛은 완벽한 대쌍을 이룬다. (****) -------------------------------------------------------..

"C"inematheca 2021.07.10

Dazzle - Dazzle You (1989)

Dazzle의 뮤직 비디오가 유튜브에 뜨다니! 위대한 르로이 버지스, 패트릭 애덤스의 밴드와 이름이 같지만 여기의 이 Dazzle 은 영국 밴드다. 이 밴드의 싱글 "Dazzle You"는 80년대 일렉트로 훵크의 시대에서 90년대 뉴잭스윙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나온 곡으로 옛날 Discogs가 나오기 전만 해도 구할 엄두도 못냈던 레어그루브 성배다. 지금은 쉽게 구할 수 있기에 뭘 이런 걸로 설레발을 치겠냐고 하겠지만 수입음반이 귀하던 시절에서 클릭 한 번으로 음반을 구할 수 있는 시대가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특히 런던 브리지와 캠든 타운의 공연장 딩월스에서 촬영된 뮤직 비디오는 마치 Al B Sure의 "Nite And Day"에 대한 영국의 응답 같다. Dazzle은 Paulette Patterso..

카테고리 없음 2021.06.01

Yamamoto Hozan with Sharps and Flats - Kokiriko-bushi (1971)

山本邦山とシャープス・アンド・フラッツ - こきりこ節 앨범의 첫 수록곡. 2020년에 Alan Lee와 함께 가장 많이 들은 음반. 하다하다 이제 샤쿠하치까지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샤쿠하치(尺八)'는 일본의 민속 악기로 우리말로 '척팔', 퉁소 정도에 해당하는 악기다. 아마 길이가 1척 8촌이기에 샤쿠하치라고 부르는 것 같다. 일본에서 우리에 '무형문화재'에 해당하는 '살아있는 국보'로 꼽히는 샤쿠하치의 명인이 야마모토 호잔이다. 호잔은 마사부미 키쿠치, 사토 마사히코와 같은 재즈 뮤지션들과 협업을 해왔다. 그 중에서도 일본의 빅 밴드 하라 노부오와 샤프스 앤드 플래츠 재즈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앨범들이 일품인데, 모두 절판 상태다. 영국의 Mr. Bongo에서 이 앨범을 복각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

카테고리 없음 2021.05.04

The Alan Lee Jazz Quartet - Love Song (1973)

2020년 한해 가장 많이 들은 곡을 꼽으라면 호주 멜버른 태생의 바이브라포니스트 앨런 리의 "Love Song"이다. Jazzman 레코드에서 나온 음반을 영국에서 주문해서 처음 몇 달간은 매일같이 출근하자마자 이 곡과 함께 업무를 시작했다. 피아노의 Bob Sedergreen, 드럼의 Ted Vining, 모두 호주를 대표하는 재즈 뮤지션이다. 원곡 "Love Song"은 영국 가수 Leslie Duncan이 작곡해서 데이빗 보위를 비롯한 숱한 아티스트들이 커버한 명곡이다. 2015년 Jazzman 레코드에서 기존에 흩어져 있던 음원들을 모아 선집을 냈는데, 아쉽게도 마스터의 상태가 좋지 않은 탓인지 음질이 조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뿜어져 나오는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로 가득한 음반이다. 밥 세더..

"D"iscotheca 2021.04.29

Voyage - Souvenirs (1978)

마지막으로는 프랑스 곡. Gazebo와 10CC와 달리, 곡은 유명해도 아티스트나 곡명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곡이다. 8,90년대까지만 해도 라디오 시그널로 활용되었다는 기억은 나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오케스트레이션이 강조되고 조금은 유치한 프렌치/유로 디스코를 좋아하게 된 배경에는 Voyage의 역할이 큰 것 같다. 알렉 콘스탄디노스, 세로네 같이 국내에서 별 인기가 없는 정말 뽕끼 어리고 대중적인 소위 '캬바레 사운드'를 사랑하는 마음의 근저에는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중계방송, TV 화면조정 시간과 더불이 이 밴드가 있다. 79년 빌보드 댄스 싱글 차트 41위, 하지만 앨범이 1위를 기록했다.

"A"utobiographica 2021.03.11

10CC - I'm Not In Love (1975)

이탈리아 곡에 이어 영국 곡. 예전에 퇴직 앞둔 선배와 2차로 음악 들으면서 마시자고 LP바에 갔다. 나는 소위 한국의 'LP바'라는 곳은 "Sweet Caroline"과 "Hotel California"를 강제로 듣는 청각 지옥이라는 편견 때문에 평소에는 질색하는 곳이다. 어쨌든 음악보다는 대화가 중요하고 술은 선배가 사니까. 음악 많이 들으니 몇 곡 신청해보라고 했는데 그 허다한 음반 가운데 흑인은 별로 없었고 그나마 취향에 맞는 곡은 보즈 스캑스의 "Lowdown" 정도일 뿐. 술이 몇 순배 돌고 '이제 그만 탈출하고 싶다'는 찰나, 갑자기 10CC의 곡이 나오기에 '아, 이거는 제가 어렸을 적부터 너무너무 좋아하던 곡"이라고 하자, 선배가 "네가 이 곡을 어떻게 아느냐. 내가 대학시절 고고장에 가..

"A"utobiographica 2021.02.23

Gazebo - I Like Chopin (1983)

11개의 음반을 추려내고 다시 3곡을 뽑아 놓는다. 이 3곡은 내 음악 취향의 원형 archetype을 이루는 곡들. 유치원 혹은 그 이전부터도 알고 있던 아티스트들이니 아마 5살 언저리부터 좋아했던 곡들인 것 같다. 어릴 적, 시집가기 전에 함께 살던 이모가 팝송을 많이 틀어주기도 했고, 기지촌 출신이라 '미제'라면 환장을 했기 때문에 다른 언어로 불리는 노래들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었다. 가끔 내가 좋아하는 곡들을 꼽아보면 이 3곡과 유사한 진행이나 분위기가 느껴진다. 즐겨 듣지는 않더라도 오랫동안 좋아해 왔으며 지금까지도 내 취향을 규정하는 곡을 추려보았는데 공교롭게 미국 음악은 없다. 한 곡은 이탈리아, 한 곡은 영국, 또 다른 한 곡은 프랑스. 그 첫번째 곡은 Gazebo, "I Like Chop..

"A"utobiographica 2021.01.20

10개의 음반 그리고 3곡 -2.

6. Logg - Logg (1981) 블로그에서도 몇 번인가 존경의 염을 비쳤던 '부기의 신' 르로이 버지스의 프로젝트 앨범. 나를 한없는 열락으로 빠뜨리는 댄스의 향연. 래리 르밴을 필두로 뉴욕 언더그라운드 디스코 신과 샐소울에 한때 빠져서 관련 자료와 음반을 모으고 심지어 '파라다이스 거라지'까지 찾아가기도 했는데 요즘은 시들해졌다. 그래도 카마이클, 애덤스, 버지스 커넥션(그렉 카마이클, 패트릭 애덤스, 르로이 버지스)의 음반들은 여전히 사랑하고 앞으로도 사랑할 계획이다. 7. Janet Jackson - Control (1986) 라디오에서 우연히 듣고 매우 좋아했던 앨범. 남들은 서태지와 듀스, 솔리드로 흑인음악을 접했겠지만 내가 흑인음악에 푹 빠지게 된 계기는 Janet Jackson, Bo..

"A"utobiographica 2020.10.07

10개의 음반 그리고 3곡

얼마 전에 도반 Huedsoul님으로부터 릴레이가 왔다. 음악 취향에 영향을 미친 10개의 음반을 뽑아 열흘 동안 올리라고 하는 #10days10albums 릴레이. 내 음악 취향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궁금해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매우 반가웠지만 과연 10장을 추려낼 수 있을지 난감하기도 했다. 여차저차 앨범들을 뒤적이면서 눈에 띄는 대로 10장을 꼽았는데, Rick Astley, Miami Sound Machine, Petra, Poison, Bobby Brown, Skid Row, Winger, Soundgarden, The Smiths 등등, 한때는 좋아했지만 현재는 듣지 않는 음반들은 제외했었다. (Bobbi Humphrey나 EW&F처럼 정신이 없어 빼놓은 음반도 있고.) 음반 재킷을 올..

"A"utobiographica 2020.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