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ritdefinesse

음악에 대한 단상 -1.

Baron Samdi 2016. 6. 28. 15:49

 

음악에 대한 굉장히 거친 스케치, 그러나 나의 초보적인 음악론.

내가 음악을 있는 그대로 두지 않는 까닭은 바로 음악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이 있는 그대로의 자연에서 느끼는 아름다움과 다르다는 점, 즉 음악은 자연이 아닌 문화의 영역에 속한다는 점 때문이다. 음악의 아름다움은 '바람이 소슬하니 시원하고 상쾌하다'와 같은 감각에서 오는 즉각적인 반응과는 달리, 이른바 '학습된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음악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때, 이 아름다움은 청자의 살아온 경험과 환경, 그리고 음악을 만드는 음악 자본의 이데올로기 등에 의해 깊숙히 침윤될 수 밖에 없으며, 바로 그러한 각종 복잡다단한 배경들이 청자가 지금 듣고 있는 음악이 아름다운가 그렇지 않은가를 판별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항상 음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기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음악은 진정코 아무런 배경에 대한 이해없이 감각에만 의존하여 즐길 수 있는 것이던가?  만약 그렇다면, '있는 그대로' 음악을 가장 잘 사랑하는 자를 꼽을 수 있다면 그는 아마 시설 잘 된 목장에서 모차르트를 들으며 젖을 짜는 젖소가 아닐까?  

그렇기에 우리는 음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으며 우리가 왜 특정한 음악을 아름답게 느끼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해보는 것만이 음악에 대한 구원이자, 음악에 의한 구원이자, 음악으로부터의 구원일지도 모른다.

- 얼마 전 싸이 일기에 올린 글.

 

(201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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