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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H Band - Clouds Across The Moon (1985)

Baron Samdi 2022. 10. 21. 15:33

유튜브 등장 이전만 해도 이런 클립들을 보기 위해서 mp4 파일을 냅스터나 오디오 갤럭시 혹은 어둠의 경로를 통해 입수하는 길 밖에 없었다. 지금은 스포티파이까지 등장해서 음악이나 영상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만큼의 가치나 희소성은 떨어진 듯 보인다. 뮤직 비디오들 중에서도 유독 애착이 가거나 시간 날 때마다 즐겨 보는 비디오 클립들이 있다. 적어도 100회 이상은 재생한 나만의 컬렉션들인데, 그동안 이 귀중한 영상들을 머릿속에만 저장해 놓다 보니 쉽게 휘발되어 아쉬웠다. 이제부터라도 내가 즐겨보던 뮤직비디오들은 개별적인 작품성을 인정함과 동시에 업로드 양이 적은 영화 폴더 쪽에 소개해볼까 한다. 

 

RAH Band는 리더인 Richard Anthony Hewson의 머릿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영국 밴드다. 리처드 휴슨은 1943년 영국 스톡턴 앤 티즈 출신으로 작곡자, 편곡자, 스튜디오 뮤지션으로 60년대부터 활동해왔다. 무려 비틀스, 비지스, 제임스 테일러, 허비 행콕, 다이애나 로스, 크리스 리어, 아트 가펑클, 플리트우드 맥과 같은 쟁쟁한 아티스트들과 작업했다. (바이오를 보니 휴슨이 내가 어릴 적 좋아하던 영국 밴드 Jigsaw의 "Sky High"의 편곡을 맡았다는 사실도 새삼 알게 되었다.) 

 

RAH 밴드는 1977년 휴슨을 리더이자 유일한 멤버로 해서, 프로젝트 밴드로 출발했다. 혼자 작곡과 연주를 도맡은 싱글 "Crunch"를 발표해서 영국 차트 6위에 올랐고, 재즈 훵크/ 댄스 신에서 소소한 히트를 기록하다 두번째로 히트한 싱글이 바로 이 "Clouds Across The Moon"이다. 이 곡도 영국 차트 6위를 기록했는데, 이 곡의 보컬은 정식 멤버가 아닌 리처드 휴슨의 아내 Liz "Dizzy Lizzy" Hewson이 맡았다. 화성 탐사선장 P.R. 존슨 중령(사전에는 중령인데 영상에서는 별이 세 개.... 플라이트 커맨더면 중장인가?)을 그리워하던 지구에 있는 아내가 교환수를 통해 전화를 걸면서 시작되는 인트로부터 굉장히 인상적이다. 멀리 나가 있는 남편을 생각하며 달을 보며 기도하는 아내는 우주판 달하 노피곰 도다샤라 할 만 한데, 갑자기 불어닥친 폭풍으로 교신이 끊겨 위기를 맞기도 하지만 결국은 전우주적 부부애를 과시하면서 끝이 난다. 보일러실에 은박지 장식해서 만든 세트에, 남편의 운명은 어찌 된 것인지, 춤추는 총채 머리 흑인 여성의 정체는 누구인지, 무엇 하나 속 시원한 내용은 없지만 80년대에 흔히 상상하던 우주시대의 분위기만큼은 잘 살아 있다. 옛날 <학생과학>이나 <소년중앙> 혹은 우주탐험을 배경으로 한 SF 물을 자양삼아 성장한 사람이라면, 이 뮤직비디오가 이루어질 수 없는 미래를 상상한 것임에도 향수를 느낄 수밖에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