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biographica 17

Baron Samdi 와 나

우연히 어떤 분이 "사적인 글"이라고 부끄러워하면서 음식과 살아온 삶에 대해 글을 올린 것을 보게 되었다. http://hertravel.egloos.com/5729936 나는 그 글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것도 근래에 읽은 블로그 글 중에서 가장 좋았다. 서로 교차하지 않을 것 같았던 이쪽의 삶과 저쪽의 삶이 갑작스레 부대끼면서 청량한 소리를 내는 것을 들었다 할까. 우연한, 또는 우연치 않게 맞닥뜨리는 이러한 삶의 공명이야말로 공감의 위력이며, 더 나아가 문학의 원초적인 힘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러면서도 사적인 글이라 부끄럽다는 글쓴이의 겸손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 말씀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블로그를 하면서 거의 사적인 얘기를 꺼내지 않는 편이다. 싸이월드에 몇몇 지인들과 일기를 공유할 뿐..

"A"utobiographica 2016.06.25

Long live the crusders!

2008 서울 재즈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크루세이더즈가 내한했다. 전성기의 멤버는 키보드의 조 샘플, 색소폰의 윌튼 펠더뿐이었지만 (얼마전 패트리스 러섄의 내한처럼) 의 레이 파커 주니어까지 합세해서 기쁨이 더 했다. 공연 몇 주 전서부터는 아무리 회사업무가 바빠도 이번 공연은 놓치지 않겠노라고 공언해왔고 를 맨 귀로 들을 수 있다면 여한이 없다고 생각해오던터라 기대도 컸다. 공연 후 소감은 단 한 마디로 족하다.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다! 가장 듣고 싶었던 , 그리고 원래 리스트에 올라있었던 가 빠져서 아쉬웠지만 조 샘플, 윌튼 펠더 그리고 레이 파커와 같은 거장들의 연주를 지척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흥분되는 공연이었다. 은 꼭 연주할 것이라 예상했었고 신곡 위주의 선곡이 아닐까 우려도 했지만 ..

"A"utobiographica 2016.06.25

Baron Samdi

바롱 쌈디는 바롱 싸메디, 바원 쌈디 등으로 불리는 부두 교의 주술사를 일컫는 말이다. 바롱은 Baron 쌈디는 Saturday, 이 토요일의 남작은 검은 실크햇과 턱시도을 입고, 얼굴에는 해골을 그리고 다니며 좀비들을 깨워 부린다고 한다. 허나 그는 거창한 목적을 가지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쾌락을 위해서 좀비들을 이용할 뿐이다. 마치 바롱 쌈디가 좀비들을 깨워 내듯이 나의 고유한 목소리로 대중 문화의 거대한 흐름에서 잊혀지고 스러져 가는 것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보는 것, 그래서 그것들에게 여기에서 잠시라도 죽은 생명이나마 건네주는 것이 내가 블로그를 연 이유다

"A"utobiographica 2016.06.25

내 인생 세번째의 Funk

8살때부터 팝음악에 빠져 있었기에. 살아온 것에 비해 결코 짧지 않은 음악 편력에서 전환점이 된 곡이 세 곡 있다. 앞서 소개했던 "Brand New"와 "Fall In Love With Me"가 Soul/Funk라는 장르에 흥미를 갖게 만들었다면 지금 소개할 이 곡은 소위 '힙합전사'의 생활을 청산하게 만든 곡이다. 이 곡을 듣고 나서부터 중학교 2학년 때 본조비를 알게 된 이후로 내내 빠져 살았던 록 음악을 점점 멀리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는 록 음반을 구입한 적이 없다. (그나마 여전히 애착을 갖는 곡이 있다면 옛 추억에 빠지게 만든는 Winger의 "Headed for a Heartbreak" 정도) 록 팬들 중에 재즈 팬들이 많다. 록 팬들 중에서 재즈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인종주의나 생소..

"A"utobiographica 2016.06.25

내 인생 두번째의 Funk

보잘 것 없는 Funk 편력에서 나름 전환점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곡이 세 곡이 있다. 첫 번째 곡은 정통 훵크는 아니었지만 살아오면서 가장 처음 들은 Funk 곡이고, 그 다음은 처음으로 들어본 정통 Funk이자, 훵크라는 장르에 빠져들게 만든 곡이다. 마지막 곡은 Pop/Rock 장르에서 완전하게 탈피해서 온전한 Jazz/Funk팬으로 만든 곡이다. 여기서 소개할 곡은 내 인생 최초의 정통 흑인 Funk다. 진정 처음으로 좋아했던 곡은 우연히 라디오에서 들었던 Pointer Sisters의 "Jump (For My Love)"이었을텐데, 당시는 너무 어려서 무슨 노래이고 누가 불렀는지도 모를 때였다. 밴드 이름을 알고 어떤 장르라는 것을 의식하고 들으면서 처음 좋아한 곡이 바로 Earth Wind & ..

"A"utobiographica 2016.06.25

내 인생 최초의 Funk

훵크 팬을 막론하고 특정한 취미 활동이나 무언가에 애착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대상과 관련한 개인적인 이력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여기에 나의 개인사적이 Funk를 몇 곡 풀어놓으려고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은 일본 밴드인 The Arakawa Band의 "Brand New"라는 곡이다. 대부분의 훵크 팬들에게 당신의 인생에서 최초의 훵크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다수는 마빈 게이나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를 꼽을 것이다. 특이하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일본 밴드의 곡을 꼽은 이유는 나의 아버지 때문이다. 아버지는 포장지 외에는 버리는 법이 없는 분이다. 게다가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 나올 법한 대만 풍의 인테리어 감각을 갖추신 분이기 때문에 "쉬크 앤 모던"을 추구하는 식구들과는 자주 마찰이 있..

"A"utobiographica 2016.06.25

소울 음악과 사회주의?

소울을 정의하는 데는 다양한 의견이 따를 수 있다. 형식적 측면에서 (예를 들어, 리듬 앤 블루스와 가스펠의 결합, 일반적인 정의)에서 감상적 측면(예를 들어, 그지 장타령, 우리 어머니)에 이르기까지 다종다양한 정의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설득력 있고 권위 있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은 아마도 흑인 문학의 거두인 랭스턴 휴즈의 정의일 것이다. 그는 소울을 "흑인 민중 예술의 총체"라고 했다. 그러고 보면 소울이란 흑인 민중의 역동적인 창조성 위에 위태롭게 걸려있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 소울을 "형식적 측면"에서 파악하려 하지 않고 어떤 "흑인정신의 본질"로 파악하려 하는 것은 아마도 흑인 민족주의자들일 것이다. 그들은 음악에서 정체성을 찾으려고 하고 소울을 흑인 민중을 결..

"A"utobiographica 2016.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