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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도토스, <역사> 외

헤로도토스 저. 박광순 역. . 범우사. 요즘에 와서 고전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나의 배움이 체계없이 부유하고 아직까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도 고전에 대한 등한시와 진지함의 결여 때문이리라. 현대 철학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사람은 많고 알려고자 하는 사람은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 철학은 근대 철학에, 근대 철학은 그리스 철학에 뿌리를 단단히 박고 있어야 한다. 누구나 들뢰즈를 말하고 아무나 푸코를 들먹일 적에, 나는 "고전으로 되돌아가" 다시금 배움의 지반을 단단히 하고자 한다. 데리다의 말을 빌자면 나 또한 시대착오적인 것의 정치적인 장점을 믿으며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데에는 그것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어, 인식의 차원을 확장하고 사건과 사안을 이쪽 저쪽에..

"B"ibliotheca 2016.06.25

랠프 엘리슨, <보이지 않는 인간>

랠프 엘리슨. . 범한출판사. 눈 속에 내장처럼 흩어진 이분의 가재도구를 보세요. 이분의 일체의 노동은 어디로 사라졌단 말입니까? - 269 페이지 그들은 살고 있지만 죽은 것과 마찬가지요, 삶의 죽음...대립물의 통일 - 283 페이지 지금까지 그들이 나를 받아들여 준 것은 피부색에 대해 아무런 차별을 두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알고 보니 그들에게는 피부색 뿐만 아니라 인간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 하나이면서 다수가 되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 493 페이지 "beautifully written but too much violence in it...." 역자가 출판 허가를 얻으려고 미국 공보부에 엽서를 띄우자, 그에 대한 회신의 일부다. 그 당시 미 공보부에서는 미국 ..

"B"ibliotheca 2016.06.25

데이비드 맥랠런. <마르크스의 세계>

데이비드 맥랠런. . 책세상 88년에 나온 절판본으로 헌책 커뮤니티나 헌책방 사이트를 통해서 구할 수 있는 책이다. 맑스나 맑스주의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노동자의 책"이었던가 지식 검색이었던가에서 여러가지 입문서를 찾아보았는데 대부분 좋은 책으로 꼽는 책이 바로 뒤프레의 , 오이저만의 . 만델의 그리고 바로 이 책이었다. 원래 저자인 영국 켄트 대학의 맥랠런 교수는 옥스포드 판 의 편집자이자 BBC에서 제작되었던 라는 두 편짜리 다큐멘터리의 자문을 맡았던 사람이다. 다큐가 호평을 받자 책으로 출간할 결심을 하고 자료를 모았던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맑스가 살았던 시기부터 책이 쓰여진 안드로포프 시기의 소련까지 풍부한 자료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오..

"B"ibliotheca 2016.06.25

아프리카 문화연구소. <아프리카 탈식민주의 문화론과 근대성>

아프리카 문화 연구소, 이석호 편역. . 동인. 동인에서 아프리카 문화 연구소의 기획 총서를 펴내고 있는데 이 책은 월레 소잉카의 희곡 선집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프란츠 파농이나 반투 스티브 비코와 같은 혁명가에서부터 치누아 아체베를 비롯하여 얼마 전에 내한했던 응구기 와 시옹오같은 문학인 등의 글을 한데 모아 엮었다. 하지만 나는 제목이 이 책에 수록된 모든 글을 대표한다고 보지 않는다. 게다가 논문들도 장마다 각기 상이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일관성이 없다. 내 생각에 첫 장에서 파농과 비코, 칼릴과 마즈루이의 글을 다루고 다음 장에서는 아체베와 시옹오의 글을 묶고 중간의 영화, 희곡이론을 삭제했다면 훨씬 좋은 구성이 되었을 것이다. 만약 이 책을 읽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구입보다는 도서관에..

"B"ibliotheca 2016.06.25

장 폴 사르트르. <지식인을 위한 변명>

"자기의 계급을 부정하면서도 그 계급에 의해 이중으로 조건지워진 존재, 대중이 생산해내는 잉여가치에서 봉급과 사례금을 받아감으로써 온 무게를 대중 위에 지탱하고 있는 존재, 그것이 바로 자기임을 밑에서 위로 일목요연하게 알아보게 될 것이다." "지식인이 만일 자신을 보편적인 것의 수호자라고 생각한다면, 그는 즉시로 특수한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다시 말해서 자기를 보편적 계급으로 간주하고 있던 부르조아지의 낡은 환상에 다시 젖어드는 셈이 되는 것이다." - 본문에서 - 롤랑 바르트가 맑스, 프로이트 등과 함께 이 시대의 가장 위대한 담론성의 창시자 중 하나로 치켜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사르트르는 한동안 내게는 관심 밖의 인물이었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국내의 사르트르를 소개한 사람들이 사르트르가 ..

"B"ibliotheca 2016.06.25

모리스 메를로-퐁티, <휴머니즘과 폭력>

"폭력을 사용하는 자들에게 폭력을 쓰기를 주저하는 것은 그들과 공모자가 되는 것이다." - 니콜로 마키아벨리 확언컨대, 이 책은 올해 전반기에 읽었던 책 중에서 최고로 좋은 책이다. 그렇다면 좋은 책이란 무엇일까? 내게 좋은 책이란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첫째는, 나의 경험이나 사고와 합치되어 저절로 흡족함을 느끼게 되는 책이다. 이런 책은 읽을 때는 즐겁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둘째는, "나"라는 강고한 성벽에 스며들어서 인식의 지반을 뒤흔들어 놓고 섬광같은 깨달음으로 나를 후려치고 책이 제기한 문제를 나로 하여금 오래도록 곱씹게 만드는 책이다. 그 중에서도 단연 후자가 좋은 책이다. 전자는 거울을 통해 자신을 발견할 뿐이지만 후자는 창을 통해 세계를 보며 그 창을 통해 나오면서 자신을 다시 새롭게 ..

"B"ibliotheca 2016.06.25

역사의 악의

오늘 읽은 이 문단은 정말로 나에게 무한한 감동과 용기와 확신을 주는 것 같다. 당시 정치현실에 대한 그의 언급은 오늘날까지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2차대전 당시 독일에 부역했던 사람들이 역사의 방향을 잘못 판단한 애꿎은 희생양으로 미화되거나 그들의 행위가 인간의 의지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논리는 비단 저 먼 프랑스의 일만은 아니다. 사실 메를로-퐁티의 글은 어렵다.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두 달 전부터 제대로 읽기 시작했는데 여전히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때문에 언젠가는 쾨슬러의 책과 모스크바 재판에 관한 자료들과 함께 다시 읽어 볼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일독을 권유하는 이유는 그당시의 정치 현실에서 특유하게 개발된 논리들이 현재에 이르..

"B"ibliotheca 2016.06.25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롤리타>

-롤리타, 내 삶의 빛이요, 내 생명의 불꽃. 나의 죄, 나의 영혼. 롤-리-타. 세 번 입천장에서 이빨을 톡톡 치며 세 단계의 여행을 하는 혀끝. 롤. 리. 타.- 간단한 소감 : "이거 포르노 소설 아니삼?" 하는 분들께는 "그건 로리타고 이건 롤리타!" 영어로 쓰여진 가장 아름다운 소설이라는 누군가의 찬사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집어든 건 아마 그 말을 처음 들은 뒤부터 5년이 흐르고 난 뒤의 일이다. 나보코프가 누구인지 롤리타가 어떤 내용인지도 알기 전에 책 뒷면에 나오는 존 업다이크의 찬사는 나를 구매대로 이끌기에 충분한 유혹이었다. 존 업다이크의 말처럼 에 나오는 미려한 문장들과 꽉짜여진 내러티브, 언어 유희들은 어느 정도 소설에 질릴 법한 사람들에게 다시 소설에 대한 애정을 불지피는 좋은 연료..

"B"ibliotheca 2016.06.25

터키에서 먹은 것들 - 2

이 블로그는 소울/ 재즈 훵크/ AOR 등 음악을 다루면서 정말 대중음악의 역사에 길이 남을 공전절후의 걸작들을 소개해왔는데, 먹거리를 소개하자마자 방문자가 50~100배 상승하는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아, 이것이 시장 규모의 차이인가? 정말로 겸손이 아니라 저는 맛집 찾아다니고 미식을 즐기기는 하지만 블로그 포스팅을 할 정도의 전문성은 없는 사람입니다. 그저 재미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나라에 터키 여행 전문가들도 많고 여행 다녀오신 분들도 많아서 뻔한 얘기를 하는 것 아닌가 저어되는 마음이 든 것도 사실이나 방문자 수에 용기를 얻어 계속합니다. 지금 터키는 원래 물가상승률이 빡센 것인지, "꽃보다" 같은 방송으로 관광객이 몰려들자 이참에 조선 놈들 눈탱이나 쳐보자 붐이 일어난 것인지, 2014..

"A"utobiographica 2016.06.25

터키에서 먹은 것들 - 1

이번 터키, 특히 이스탄불에서 먹은 것들을 이웃 Sagers님의 형식을 빌어 간단하게 리뷰합니다. 원래 먹거리/ 미식 분야는 전문이 아닌데, 뭐 아야 소피아의 위용이나 메메트 2세의 콘스탄티노플 침공 같은 얘기 해봤자 제가 기억도 잘 못하겠고 가장 본능에 충실한 먹거리를 간단하게 소개할까 합니다. 제가 대단한 미식가도 아니고 맛집 블로거도 아닙니다만 일반 관광객의 입장에서 간단한 평가만 곁들이려 합니다. (0) 터키항공 기내식. 먹거리가 아니므로 번외로. 국제선에서는 터키식 닭요리, 터키 국내선에서는 샌드위치. 열악한 기내식 (특히 중국 국내선)을 겪어봐서 그런지 국적기 항공사의 한식 기내식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훌륭한 편이라 할 수 있다. 화장실에는 터키 특산 향수인 레몬 콜론야가 비치되어 있고 어메니..

"A"utobiographica 2016.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