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biographica

10CC - I'm Not In Love (1975)

Baron Samdi 2021. 2. 23. 11:39

이탈리아 곡에 이어 영국 곡. 

 

예전에 퇴직 앞둔 선배와 2차로 음악 들으면서 마시자고 LP바에 갔다. 나는 소위 한국의 'LP바'라는 곳은 "Sweet Caroline"과 "Hotel California"를 강제로 듣는 청각 지옥이라는 편견 때문에 평소에는 질색하는 곳이다. 어쨌든 음악보다는 대화가 중요하고 술은 선배가 사니까. 음악 많이 들으니 몇 곡 신청해보라고 했는데 그 허다한 음반 가운데 흑인은 별로 없었고 그나마 취향에 맞는 곡은 보즈 스캑스의 "Lowdown" 정도일 뿐. 술이 몇 순배 돌고 '이제 그만 탈출하고 싶다'는 찰나, 갑자기 10CC의 곡이 나오기에 '아, 이거는 제가 어렸을 적부터 너무너무 좋아하던 곡"이라고 하자, 선배가 "네가 이 곡을 어떻게 아느냐. 내가 대학시절 고고장에 가면 블루스 타임마다 이 노래가 나왔는데...." 이 곡이 고고장 블루스 타임 개시 곡이라니, 뭔가 이스탄불 거리에서 카페 테이블을 받치고 있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두상을 본 기분이랄까. 

 

키보드마다 특색이 있어 펜더 로즈다, 클라비넷이다, 야마하다, 추측은 해도 정확히 맞추기란 어렵다. 10CC의 에릭 스튜어트가 이 곡에서 펜더 로즈를 썼다고 하는데,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고 자료에 그렇게 쓰여 있으니 그런가 보다 할 뿐이다. 그렇다면 나의 변함없는 펜더 로즈 사랑의 시작은 패트리스 러섄이 아닌 10CC라고 봐야 할 것 같다. Art Of Noise의 "Moment In Love"와 더불어 소년 시절부터 이런 몽롱한 사운드를 좋아했다. 나는 왜 이런 곡들을 좋아했을까? 하교 후 텅 빈 집에서 TV가 시작하기만을 기다리면서 느꼈던 고독과 적막을 닮아 있어서가 아닐까? 아무래도 나의 내추럴 본 어덜트 컨템퍼러리 취향은 이런 곡들에 둘러싸이면서 시작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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