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katology

<Funk>를 번역하면서....

Baron Samdi 2016. 6. 24. 11:15


 

"네가 예술을 향유하기를 바란다면 너는 예술적인 소양을 쌓은 인간이라야 한다. 네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너는 현실적으로 고무하고 장려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인간이어야만 한다...... 네가 사랑을 알면서도 되돌아오는 사랑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면, 즉 사랑으로서의 너의 사랑이 되돌아오는 사랑을 생산하지 못한다면.........너의 사랑은 무력하며 하나의 불행이다."

- 칼 마르크스. <1844년의 경제학 철학 초고>.

 

드디어 미친 짓을 하나 벌이게 되었다. 리키 빈센트의 <훵크>를 번역해서 내 블로그에 전재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힙합을 경유해서이기는 하지만 소울 팬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한편으로 아주 반길만한 일이기는 하나 소울에 대한 오해 또한 높아졌다는 점에서 다른 한편으로 애석한 일이다. 내가 이 책을 어줍잖은 영어실력에도 번역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마니아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소울 음악을 좀 더 대중화는 동시에, 희소 음원을 찾아듣고 아티스트들의 이러저러한 면들을 아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지만 실제로 소울의 대중화에 대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마니아의 모습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다. 게다가 수천 수만 곡을 들어왔어도 소울이나 훵크에 대한 이해를 돕는 기본적인 도구인 어학 실력을 닦는 일을 등한시해왔다는 자기 반성에서 나온 일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훵크>라는 책은 단연코 좋은 책은 아니다. 저자가 <훵크>를 학문적으로 해석하려 한 최초의 시도라고 자부하기는 하지만 그리고 미국 음반 저작권 협회로부터 상을 받고 여러 뮤지션과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은 책이기는 하지만 황당무계한 문학적 수사들과 조악한 이론적 논의, 그리고 흑인운동의 가장 극단적 형태인 스토클리 카마이클 류의 분리주의(블랙 파워)운동의 피상적인 형태들이 삼위일체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훵크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이라기 보다 오해를 돕는 책이라 해도 마땅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역에 착수한 이유는 6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흑인 음악사에 대해 정리해 놓은 거의 유일무이한 책인 점을 감안해서이다. 훵크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문제도 결국은 최소한 음악사나 형성 배경에 대해 초보적인 인지가 선행되어야 그 문제 제기가 명확해지지 않을까.

겨우 학부 졸업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가지고 이 책을 소개하기에 만만찮은 점이 많다. 그러나 남들에게는 하찮은 취미활동에 불과할지라도 소울은 내 인생의 몇 할을 갈라주어도 좋을 정도로 애정을 가진 대상이다. 내게 소울 음악은 소비되고 소모되는 대상, 혹은 현학의 대상 아니면 내 인생 배경에 흘러가는 한낱 사운드 트랙이 아니다. 소울에 진지하게 더 다가가고 싶어하고 그것을 사랑한다면 더 나은 이해의 차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아야 한다.  

 

나는 내 영어 실력을 잘 알고 있다. 내가 어떻게 공부해왔었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므로. 이 책<훵크>는 또한 헨리 루이스 게이츠의 논문 "블랙래쉬"에 이은 내 인생 두번째의 번역문이다. 

 

이 모든 정황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러한 번역행위가  단순하고 일방적인 소개에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번역이란 저자와 번역자와 독자가 세 개의 의자가 달린 테이블에 앉아 보다 산뜻하게 다가오는 말의 맛을 찾아가는 탐구 행위다. 번역자인 나는 저자로부터 보다 나은 말을 얻기 위해 한쪽 귀를 기울이는 동시에 독자들에게 다른 한쪽 귀를 내민다. 나의 귀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열려 있으며 나는 당신이 격려든 질책이든 무슨 말을 쏟아낼 지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앞으로 주의깊게 지켜보아 주시라~ 내 번역을 기다리는 당신은 하나의 책이 이말에서 저말로 전이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동시에 한 인간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부디 질책과 격려에 상관없이 그리고 아낌없이!

 

(200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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