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katology 104

르로이 버지스 인터뷰 -1

나는 ‘빠심’이 없는 편이다. 참을성이 없는 성정 때문인지 음악을 앨범 위주로 듣지 않고 귀에 들어오는 싱글 위주로 듣는다. 특정한 아티스트에 쉽사리 매료되지 않고, 이 아티스트, 저 아티스트를 기웃거리며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다보니 한 아티스트의 전곡을 구비하는 일은 굉장히 드문 일이다. 다만 예외가 있다면 데오다토, 오하이오 출신의 훵크 밴드 슬레이브와 바로 이 르로이 버지스 Leroy Burgess가 될 것이다. 르로이 버지스는 ‘갓 오브 부기’ 혹은 ‘킹 오브 부기’로 불리며 수많은 DJ들과 언더그라운드 디스코 팬의 숭배를 받아왔다. 얼마 전에는 50명의 DJ들이 뽑은 최고의 아티스트로 뽑히기도 했다. 르로이 버지스 곡의 매력은 청중을 몰아지경으로 몰아가는, 그 중독성 있는 특유의 사운드일 것..

"F"unkatology 2016.06.25

길 스캇 헤론 (Gil Scott-Heron) 인터뷰 - 2

길 스캇 헤론이 사망하기 전, 지의 피터 시슨과 가진 인터뷰를 번역해봤다. 길 스캇 헤론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뮤지션이라기보다는 좌파 지식인의 인터뷰 내용 같기도 하다. 살아온 삶에 대한 내용도 재미있지만 힙합의 아버지, 랩의 대부로 꼽히는 사람이 현대 힙합에 대한 견해를 조금이나마 밝혔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인터뷰다. 번역은 빨리 했으나 오역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 이 점을 양지하시고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다. 링컨 대학 시절에 브라이언 잭슨이나 미드나잇 밴드에 있던 다른 사람들과는 어떻게 만났습니까? 당시 저는 빅터 브라운이라고 하는 보컬리스트와 함께 일하고 있었는데요. 우리는 캠퍼스의 커피 숍 같은 데서 이러저러한 일들을 했어요. 하루는 연습실에서 그 친구를 위해 곡을 쓰고 있었는데요. 브라이언은 우리..

"F"unkatology 2016.06.25

길 스캇 헤론 (Gil Scott-Heron) 인터뷰

길 스캇 헤론 인터뷰 마지막 시인. 피터 시슨 길 스캇 헤론은 어리석은 얘기를 곱게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다. 오후 뉴욕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걸려온 전화로, 이 61세의 작가 겸 아티스트는 지난 40년간 시와 소설과 노래 가사를 통해 보여준 바와 같은 유머와 독설과 통찰력을 결합하여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그와 힙합이 어떠한 관계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요새 힙합은 모릅니다. 다만 개개인으로서의 래퍼만을 알뿐이죠.” 곧 출간될 그의 책 (The Last Holiday)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으려 하자, 그는 현재 628번째 페이지를 쓰고 있으며 페이지 하나하나 얘기하고 싶지만 독자들이 직접 읽게 하고 싶다고 했다. 대화가 끝날 무렵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제 DNA를 빼놓고는 전부 털..

"F"unkatology 2016.06.25

쉬크 (CHIC)의 나일 로저스 (Nile Rodgers) 인터뷰 (마지막)

시스터 슬레지, 우리는 가족. 우리는 목록을 쭉 훑어보다 시스터 슬레지를 발견했어요. 전에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었어요. 작고 예쁜 음반을 하나 낸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유명하지는 않았어요. 대중성이 없었다, 이 말입니다. 우리는 바로 자리에 앉아서 쉬크를 디자인했듯이, 시스터 슬레지를 손보기로 결정했습니다. “We Are Family”, “He’s the Greatest Dancer”, “Thinking of You”를 썼고요. 이 첫 음반으로 결국 그 친구들의 경력을 손봐준 거죠. 보세요. 캐시 슬레지는 16살이었는데 우리는 버피 운동을 의식해서 슬레지 자매들에게 세련된 젊은 흑인 여성이 되도록 했습니다. 너희들은 이제 다른 여성들이 꿈꾸던 것처럼 화려한 인생을 살게 될 거라고요. 그랬더니 우리를..

"F"unkatology 2016.06.25

쉬크 (CHIC)의 나일 로저스 (Nile Rodgers) 인터뷰 (5부)

인 : 맞습니다. 녹음한 이후로는 곡을 못 들어봤다고 하셨잖아요? 나 : 스튜디오 안에서만 들어봤을 뿐이죠. 그런데 클럽에 가니까 다들 제 노래를 아는 것처럼 따라 부르더라고요. 댄스 플로어 위에서 노래를 즐기던 사람들이 제가 누군지 알게 되자마자 공짜 술을 사주었습니다. 그날의 주인공이 된 셈이죠. 우리는 몇몇 인맥을 동원해서 레코드 계약을 맺어보려고 했습니다. “자, 와서 보세요. 이 상황을. 사람들이 우리 음악에 반응을 보이고 있잖아요.” 이렇게요. 이런 일이 매일 밤 계속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Everybody Dance’의 녹음을 마쳤을 때, 이 DJ 친구가 2장을 가져간 게 그 길이가 8분 30초 정도였거든요. 스튜디오에서 듣고 다시 노래를 듣게 되었을 때, 그 친구는 이 곡만 한 시간 ..

"F"unkatology 2016.06.25

쉬크 (CHIC)의 나일 로저스 (Nile Rodgers) 인터뷰 (4부)

3주가 지나도록 저는 그 노래는 다시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10달러를 대신 내줬던 제 친구가 그 노래를 아세테이트 판으로 2장 찍어가지고 있다가 클럽에 가지고 갔답니다. 그 친구는 DJ였는데요. 녹음하고 3주가 지나니까 그 친구가 그래요. “나일, 좀 와서 여기 좀 봐줘야겠어.” 그래서 “왜 그러는데?” 그러니까, 그 친구가 이럽디다. “설명하기는 그렇고. 그냥 와서 여기 좀 봐줘야겠어.” 그래서 그 친구가 일하는 클럽으로 갔습니다. ‘나이트 아울’ (올빼미 족)이라는 곳이었죠. 그 당시에 흑인들도 이제 막 옷을 갖춰 입던 시절이었습니다. 월 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사람처럼 세련되어 보이려고요. 뉴욕에서 사람들은 이런 경향을 ‘버피 운동’ (Buppie Movement)라고 불렀습니다. 도시에 사는 흑인 ..

"F"unkatology 2016.06.25

쉬크 (CHIC)의 나일 로저스 (Nile Rodgers) 인터뷰 (3부)

그래서 저를 내버려 두고 다른 밴드 멤버들과 떠나버렸던 제 파트너 버나드에게 전화했습니다. 저는 콘셉트를 이렇게 잡았어요. “음악에서 완전한 예술적 경험으로의 몰입” 하지만 이 점을 아셔야 돼요. 제가 훵크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뼛속까지 히피였거든요. 그래서 버나드에게 전화를 하고 찾아갔죠. (차분한 히피 목소리로) “어, 버나드, 친구야, 있잖아, 나는 방금 음악을 통해 완전한 예술적 경험으로의 몰입을 체험했어.” 그러니까 그 친구가 저를 보더니 “이 깜둥이 새끼가 무슨 개소리야?” 이럽디다. (히피 목소리로) “아니야, 친구. 내 말 좀 들어봐. 내가 방금 봤어. 믿을 수 없이 놀라운 경험이야. 그러니까 우리는 이걸 흑인 버전으로 만들어야 해. 알았지? 우리 뭐부터 할까?” 우리는 그때 빅애플 ..

"F"unkatology 2016.06.25

쉬크 (CHIC)의 나일 로저스 (Nile Rodgers) 인터뷰 (2부)

일하면서 쉴 때 조금씩 번역을 하다 보니 좀 지체되었는데요. 이제 번역을 마쳤으므로 조금씩 퇴고해서 올리겠습니다. 이 인터뷰는 후반부로 갈수록 재미있습니다. 단 이번 포스팅에서 스크리민 제이 호킨스 일화와 관련한 부분은 제가 자서전을 읽지 않고 번역한 관계로 맥락을 잘 몰라서 오역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혹시 자서전이나 다른 인터뷰를 읽어보신 분이 계시다면 커멘트를 주시면 감사하겠고요. 아니면 이후에 제가 책을 구입해 읽어보고 수정하겠습니다. 맥락상 읽는 데 지장은 없을 테니 기다리실 분이 있을 것으로 믿고, 먼저 올립니다. 인터뷰 전편에서 나일이 B급 영화관에 가서 앉아서 음악을 들었다고 하는 부분을 저는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왜냐하면 훵크 곡 중에서는 B급 영화들, 그 중에서도 공포 영화를 ..

"F"unkatology 2016.06.25

쉬크 (CHIC)의 나일 로저스 (Nile Rodgers) 인터뷰

인터뷰 소개에 앞서. 전쟁사를 주로 다루는 Uesgi님의 다음 블로그를 자주 찾는데, 이 분의 블로그를 보면 느끼는 바가 참 많습니다. 역사를 전공하신 분이 아님에도 아주 좋은 자료를 소개하고 있는데, Uesgi님의 블로그로부터 얻은 교훈은 첫째로 원문 자료를 꾸준히 그리고 충실하게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알찬 내용을 꾸려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분은 같은 외국의 자료들을 뛰어난 어학 실력으로 번역, 편집하고 개인적인 코멘트를 달아 소개하고 있는데, 이 자료들이 국내의 사료들에 비해서도 꽤 알찬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둘째로 전문가연하지 않는 매우 겸손한 태도로 꾸준하게 소개한 포스팅들이 나중에 쌓이다 보니 적잖이 전문적이고 정확한 사료들의 저장고가 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소울 음악의 역사라든가, 훵크의..

"F"unkatology 2016.06.25

Funk Covers - 왜 흑인 뮤지션들은 자기 얼굴을 앨범 재킷에 쓸까?

사람들은 대개 자기가 좋아하는 물품들로 방을 꾸며놓게 되는데, 이 소울/ 훵크 팬도 예외는 아니어서 온갖 훵크 음반들로 방 한 켠을 장식해 놓고 살고 있다. 출근하기 전에 마음을 정화해 줄 '오늘의 음반'은 무엇일까 훑어보다가 Bill Brandon과 Splendor의 앨범이 나란히 놓여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어머니가 "얘 방에는 껌둥이들이 득시글거린다"고 할 정도로 만장하신 흑인 뮤지션들의 초상 들이 가득찬 가운데서, 도드라지는 초현실주의 회화 한 점. Splendor의 1979년 셀프 타이틀 앨범이다. 일전에 흑인들이 인종차별과 가난 때문에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 흑인들의 앨범 재킷은 단순하다는 얘기를 어떤 록 음악 팬에게서 들은 적이 있었다. 일정 부분은 맞는 얘기다. 그렇지만 나는 이런 얘기들이 ..

"F"unkatology 2016.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