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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ry Woo - How Long (1988)

Gerry Woo는 굉장히 드문 동양계 Soul/R&B 뮤지션으로 작은 키에 알란 탐과 장국영을 연상시키는 외모, 폭발적인 성량으로 80년대의 아주 짧은 기간 동안 화제를 모았던 가수다. 1967년생, 필리핀계 (화교로 추정)로 디트로이트의 이민 가정에서 성장해 자연스럽게 모타운 사운드의 팬이 되었고, 스타 발굴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AFN을 통해 한국에서도 방영되었던) 를 통해 반짝 스타덤에 올랐다. 1986년(86년, 87년 이견이 있다.) 스타 서치에서 올해의 남자 가수로 선정되면서 폴리도어와 계약해서 음반을 발매했다. 앨범 발표 당시 아폴로 극장 라이브가 유튜브에 있는데, 춤과 노래를 함께 소화하는 실력이 범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만약 제리 우가 백인이었다면 큰 인기를 얻었을 텐데, 마케팅의 ..

"D"iscotheca 2022.06.30

Bobby Nunn과의 독점 인터뷰

바비 넌과의 독점 인터뷰 80년대 훵크 레전드 바비 넌과 몇 년 동안 이메일을 주고받은 끝에 부기 80팀은 기어이 그를 캘리포니아에서 만나 대면 인터뷰를 가질 기회를 얻게 되었다.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이 인터뷰를 공유할 것이며 독자 제위의 마음에 드시길 바란다. 좀 더 상세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어디 출신이신지 그리고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게 되셨는지요. 제가 나고 자란 고장인 뉴욕주 버펄로에서 모두 시작되었지요. 예닐곱 살 무렵부터 피아노 레슨을 받았고요. 저는 키보드 같은 것에 끌리는 편이었는데 부모님이 억지로 피아노 레슨을 받게 했죠. 악몽이었어요. 저는 그걸 배우고 싶었던 게 아니었거든요! 십 대 시절에 접어들면서 음악에 더 진지해졌어요. 아버지가 지하에 레코딩 스튜디오를 만들어 주셨고 우리..

"F"unkatology 2022.06.22

Bobby Nunn - Don't Knock It (Until You Try It) (1983)

만연한 오해와는 달리, 많은 팬들이 애호하는 모던 R&B, 소울의 시대인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중반에 이르는 시기는 사실상 모타운의 전성기가 끝났을 때였다. 나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모타운의 전성기가 끝나가는 시점을 1975년, 그러니까 잭슨 5가 에픽으로 이적했을 때로 보고 있다. 디트로이트에서 캘리포니아로 옮겨와서 메이저 레이블과 경쟁하며 재정난과 인력 유출에 시달리던 때에 혜성같이 천재 가수이자 인스트루멘털리스트가 등장하는데 그의 이름은 릭 제임스. 그리고 다소 비슷한 이미지의 천재 가수, 작곡가 겸 인스트루멘털리스트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Bobby Nunn이다. 바비 넌은 1952년 뉴욕 주 버펄로 태생으로 어릴 적부터 혼자서 곡을 쓰고 수많은 악기들을 다뤘으며 엔지니어로서도 재능을 보였다고 ..

"D"iscotheca 2022.06.21

Danielle - Let's Have A Party (1980)

Danielle은 프랑스에서 나름 인기가 있었고, 프렌치 디스코로 잘 못 알려졌지만 뉴욕 출신 밴드다. Ginger Blake, Michelle Hart, Sarah Baldwin의 3인조로 이름이 Danielle이라서인지 프랑스 아티스트로 오해받는데, 곡 자체도 전형적인 프렌치 디스코여서 더 그렇다. 디스코 붐 말기에 나와서 차트 성적도 없고 소리 소문 없이 묻혀버렸지만 소수의 유러피언 디스코 마니아들이 항상 꼽는 명곡이다. 요즘 남다른 취향을 가진 20대들이 90년대 유행했던 뉴잭 스윙에 관심을 갖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우리 세대에는 디스코가 그랬던 것 같다. 태어날 때, 혹은 태어나기 이전 시대에 유행했던 음악이 생경하면서도 신기하게 다가왔던 추억. 유행은 돌고 돈 다지만 요즘은 디스코에..

"D"iscotheca 2022.06.14

2022년 영화 목록 - 4.

16. 캡틴 필립스 (2013) 소말리아 해적에 의한 메어스크 앨라배마 호 피랍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이 배의 선장인 리처드 필립스의 책을 토대로 실화를 영화로 옮겼다. 다큐멘터리적인 기법을 활용해서 당시의 긴박감을 충실하게 전달한 연출도 좋았지만 마지막 신에서 톰 행크스의 연기는 연기가 아니라 실제로 고통을 겪은 피해자와 같았고 이와 대조되는 덤덤한 반응의 의무 부사관들의 연기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실제 상황을 뉴스 릴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로. 더 놀라운 점은 이 후반부의 연기가 모두 대본에 의하지 않은 애드리브이라는 것이다. (***) 17. 바바둑 (2014) 독특한 호주 호러영화. 피터 위어의 을 너무나 좋아하기에 기대를 하고 봤지만 '육아'라는 일이 얼마나 사람을 소진시키는..

"C"inematheca 2022.06.13

Universal Togetherness Band - More Than Enough (1983)

시카고 언더그라운드 훵크 밴드 유니버설 투게더니스 밴드의 싱글. 누메로 그룹에서 CD와 파일로 리마스터링했지만 아쉽게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More Than Enough"은 싱글로 별도 발매되었다. 이 뮤직비디오는 1983년 여름에 Cynthia C. Gibson이라는 시카고 주립대 신방과 학생이 밴드의 리더인 Andre Gibson과 자기 남편을 데려다 찍었다고 한다. 가내수공업적인 연출에서 정감이 느껴진다. 시카고 언더그라운드 신은 정말 기괴한 아티스트들이 즐비하고 엄청난 실력을 갖춘 밴드들이 소리소문도 없이 명멸하는 곳이다. 활동기에는 전혀 주목받지 못하다가 뒤늦게서야 레어그루브 디거들의 표적이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 UTB도 대표적인 케이스라 할 수 있다. 블로그에 포스팅하려고 자료를 찾던..

"D"iscotheca 2022.06.07

Lawrence Hilton-Jacobs - Love And Understanding Is The Answer (1978)

블로그를 하다보면 지금 포스팅하는 아티스트와 그 아티스트를 좋아했던 시기 사이에는 큰 시차가 있음을 새삼 느낀다. 누차 언급했지만 게으름 탓이 제일 크다. 로렌스 힐튼 제이콥스는 갓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무렵부터 꽤나 좋아하던 배우 겸 가수인데 포스팅하는데 15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갑자기 "맞아, 내가 이 사람 좋아했었지."하고 문득 떠오르는 가수. 드물게 SNS에서 본인들의 성장기와 진로 선택에 내 블로그가 큰 도움을 주었다고 메시지들을 남기는 분들이 계시다. 이 블로그를 처음 알았을 때는 학생이었는데, 지금은 음악계 종사자라고, 혹은 비슷한 음악을 듣고 산다고. 한편으로는 황송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이렇게 나이를 먹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오랜 기간 블로그를 관두지 않고 했던 이..

"D"iscotheca 2022.04.25

2022년 영화 목록 - 3.

11. 벌새, 2019 올해 현재까지 봤던 영화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가 바로 다. 회고적이되, 시대에 빠져들지 않고 현재에 호소하는 강렬한 미감을 갖춘 영화. 유사한 창작 계통 종사자로서 바다 건너의 거장들보다는 곁에서 '클래스'를 보여주는 동료 창작자들이 더 아득하고 무섭게 느껴진다. 이 건 어떻게 찍었을까, 나라면 어떤 디렉션을 주었을까 하면서 보다 보면 남는 것은 전율뿐이다. 균질하고도 폐쇄적인 강남, 그것도 특정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얼굴을 바꾸며 나타나는 가부장제의 숨 막힘, 또 그 안에서 소소하게 저항하려는 의지, 여성들 간의 연대 같은 드라마가 잘 응축되어 있다. 언니가 몰래 데려온 남자 친구 때문에 자기 방에서도 편안하게 쉬지 못하던 은희가 서예 학원의 여선생님, 또 입원이라는 뜻하..

"C"inematheca 2022.04.20

Stratus - Girl (1977)

올해 상반기에 들었던 곡 중에서 Stratus의 "Girl"이 가장 좋았다. 1977년 위스콘신 주 소재의 Wyldwood 스튜디오에서 아티스트의 사비로 발매된 음반으로 보인다. 7인치 디스크 1장만 발매되었고 아티스트 정보도 제대로 없다. 댓글을 보니 가정집 지하실에서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녹음과 믹싱 작업을 한 가내수공업 Funk인 것 같다. 일전에 Family of Eve 관련 포스팅에서도 보이듯이, 여러 나라의 훵크들을 접한다 해도 본국의 저력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군소 레이블 혹은 자비로 발매되어 소리 없이 명곡들이 다반사처럼 사라지는 곳이 미국이다. 프랑스의 Favorite Recordings에서 발매한 컴필레이션 수록곡. 드럼은 Yussef Dayes, 키보드는 더 도어즈의 레이 만자..

"D"iscotheca 2022.03.07

2022년 영화 목록 - 2.

6. 윈드 리버, 2016 테일러 쉐리단의 국경 3부작은 알란 파큘라의 파라노이아 3부작의 재림 같다. 이렇게 미국을 잘 그려낸 영화가 없을 듯. 게다가 원주민 여성들이 실종되어도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현실 고발까지. 단 아쉬운 점은 영화라기보다는 미드 에피소드 1편 정도 같은 단순한 서사 구조. 제레미 레너의 배역은 매력적이다. (***1/2) 7. 베리드, 2010 설정은 참신하지만 그 뿐이다. 이라크에서 민간기업 트럭 운전사가 납치되어 관에 넣어진 채 땅속에서 깨어난다는 설정으로 극도로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모노드라마다. 나는 단발적인 창안으로 승부 보는 창작물들은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 8. 파이트 클럽, 1999 내가 극혐하는 문화적 요소의 집결체라 할 만하다. 미국 대중소설에 ..

"C"inematheca 2022.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