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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영화목록 - 3.

11. 범죄도시3 (2023) 이 시리즈를 극장에서 봤을 때는 분통이 터졌지만 VOD로 보고나니 볼만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의 효용은 어떤 압박도 없이 2시간 동안 생각을 지워준다는 점이다. 영화보다는 게임방송에 가깝기 때문이다. (***) 12. 위대한 피츠카랄도 (1982) 320톤짜리 증기선을 인력으로 끌어올려 산을 넘는 이야기. 헤어초크는 인간과 자연 간의 투쟁, 그리고 극복과 좌절을 그리면서 인간의 문명이란 자연의 위력 앞에서 얼마나 허약한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이런 점에서 독일 낭만주의의 후예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 영화에서 헤어초크는 전생에 피사로나 코르테스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스태프와 출연자들을 한계로 몰아넣는다. 여기서 피츠카랄도는 헤어초크의 현신 같다. 나는 비슷한 내..

"C"inematheca 2023.07.21

2023년 영화목록 - 2.

6. 서부전선 이상없다 (2022) 넷플릭스 독점 영화. 세간의 호평과는 달리, 나는 이 영화가 원작에 비해 지나친 과욕을 부렸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없다. 특히 초반에 음악은 영상과 SOV를 잡아먹으면서 지나친 자기주장을 하고, 소소한 인간관계와 눈앞의 생존의 몰두한 병사들을 통해 전쟁 전반을 비판할 수 있었던 원작과는 다르게 이 영화는 감독의 거장 콤플렉스를 지나치게 드러내면서 지리멸렬한다. 원작을 모르고 봤다면 좋은 반전물이라고 했겠지만 원작의 위대함을 경험하고 이 영화를 보면 도대체 뭘 하려고 한 것인가 자문하게 된다. (**) 7. 나의 친애하는 적 (1999) 영화 배우 클라우스 킨스키를 다룬 베르너 헤어조크의 다큐멘터리.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인상 깊었던 점은 헤어조크가 처음 킨스..

"C"inematheca 2023.07.12

Bret Lover - Your Love Is Slammin' (1990)

어지간한 90년대 R&B/ 뉴잭 스윙 팬 아니면 잘 알 수 없는 아티스트이기는 하지만 'CD에 큼지막한 MCA로고가 있으면 들을 만한 음반'이라는 속설을 증명하듯이, 앨범 전체가 들을 만 하다. 결코 명반이라고는 할 수 없다. 들을 만하다. 그러나 이 곡 "Your Love Is Slammin'"만큼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90년대 뉴잭스윙 넘버라고 할 수 있다. MCA 로고만 믿고 산 무명 아티스트이기에 아무런 정보가 없다. 프로듀서가 Eric Barrier와 Bret Lowery Jr., 이렇게 두 사람인데 Eric Barrier하면 바로 그 유명한 Eric B & Rakim의 그 Eric B.다. 그리고 Bret Lowery는 Bret Lover의 본명이다. 뉴잭스윙이라는 장르가 막 정립되던 시기의 ..

"D"iscotheca 2023.07.04

2023년 영화목록 - 1.

1. 동방불패 (1992) 김용의 를 읽은 김에 찾아봤는데 든, 든 중국 무협영화는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 임청하의 미모와 마지막 대사는 을 연상시킨다. (***) 2. 더 커버넌트 (2023) 하다 하다 통역병까지 미화하나 싶지만, 영화 자체의 오락성만 두고 보면 나쁘지 않다. 전투신보다는 미군과 통역병의 생사를 넘나든 우정을 그린 영화로 심심풀이로 보면 좋을 영화. (***) 3. 차이나타운 (1974) 누아르 영화의 정석이자 모든 것이 완벽하다. 단, 감독이 범죄자라는 사실 외에는. 엔딩이 매우 인상적인데 감독과 각본가가 서로 의견 차이를 보이다가 결국 감독이 원하는 엔딩으로 낙착했다고 한다. 몇몇 신에서 의아한 부분도 있다. 특히 감정선이 세게 드러나는 말미에 오버숄더 클로즈 업이 아닌 밋밋한..

"C"inematheca 2023.06.29

Chaseiro - Waktu Kian Berarti (1982)

Chaseiro는 19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까지 활동한 인도네시아의 훵크 밴드다. Chaseiro라는 밴드명에 무슨 뜻이 있는 줄 알았는데, 밴드 멤버 8명의 이니셜을 따온 것이라고 한다. Candra Darusman (보컬, 키보드) Helmi Elzar Indrakesuma (보컬) Aswin Sastrowardoyo (보컬, 기타) Edwin Hudioro (플루트) Irwan B. Indrakesuma (보컬) Rizali Wilmar Indrakesuma (보컬, 베이스) Omen Norman Sonisontani (보컬) 세로로 읽어보면 '차세이로'가 된다. 모두 인도네시아 최고 학부인 인도네시아 국립대학의 재학생들로 각기 의학, 경제학, 사회과학 전공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밴드는 1..

"D"iscotheca 2023.06.23

LW5 - Ripe For The Picking (1985)

귀하지는 않지만 내가 매우 아끼는 앨범. LW5, London West 5는 1985년 버진 레코드에서 한 장의 앨범만 남기고 사라진 밴드다. Sammy Jacobs (베이스, 신시사이저, 서브보컬), Jeffrey Durrant (퍼커션), Maria Bell (보컬), Mark Murfitt (펜더로즈, 야마하 DX, 그랜드피아노, 신시사이저), Kevin Gibbs (보컬), 이렇게 다섯 명으로 이루어졌고, "19" 발표 후 주가를 높여가던 Paul Hardcastle이 프로듀싱을 맡았다. 브리티시 스윙에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은 밴드지만 앨범이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좋다. 특히 이 곡 "Ripe For The Picking"는 밴드의 유일한 히트곡이다. 정확한 자료 출처는 잊..

"D"iscotheca 2023.04.24

Dante - Freak In Me (1986)

대학 때 들어보고 정말 오랜만에 다시 들어보기에, 기록 삼아 올려본다. 그때도 영국 훵크 신에 빠져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들어봤었는데, 요즘 다시 영국 훵크들이 좋아져서 많이 찾아 듣고 있다. 폴 하드캐슬, 존 로카, 앤디 소이카 등 쟁쟁한 프로듀서들이 제작한 밴드 외에도 군소 밴드들 중에 놓치지 말아야 할 밴드들이 많다. 런던 훵크의 크레디트를 보면, 미국 작곡가나 아티스트들이 참여하고 있음에도 미국 훵크 신과는 색다른 사운드가 나온다. 영국 팬들 취향에 맞추다 보니 그런 것인지, 좀 더 좁고 특화된 시장을 겨냥하다 보니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아티스트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Dante는 미국 출신 보컬리스트인 Steven Dante를 지칭한다. 풀 네임으로 앨범을 내기 전에, 짧게 싱글을 내고..

"D"iscotheca 2023.04.14

Rupert Holmes - Brass Knuckles (1975)

예전에 스탠퍼드였나 투팍 샤커의 곡을 영문학부에서 강의한다는 얘기를 기사에서 봤는데, 루퍼트 홈즈도 가사를 잘 쓰기로 유명해서 영문학부에서 가르쳐도 되지 않을까 싶다. 루퍼트 홈즈 곡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75년 발표한 셀프 타이틀 앨범의 수록곡인 "Brass Knuckles"는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레이먼드 챈들러에서 마이클 코넬리에 이르는 웨스트코스트 누아르의 분위기가 잘 살아 있으면서, 교외 대저택에 사는 팜므파탈이나 뒷맛이 씁쓸한 결말 등, 누아르 소설의 클리셰가 가사 곳곳에 녹아있다. (어떤 면에서는 미키 스필레인의 마이크 해머 시리즈도.) 심지어 가사의 라임을 맞추기 위해 쓴 억지마저, 재치처럼 느껴질 정도다. 누아르, 경찰소설, 요트 록을 모두 좋아한다면 이 곡의 매력에서 헤어 ..

"D"iscotheca 2023.04.03

Systematic - Sure Ain't News (1988)

80년대 브리티시 스윙에 빠져 음반들을 좀 구입해 봤는데 동시대의 미국 음악에 비해서 묘한 매력들이 있다. Systematic은 Colin Jennings(기타, 보컬 겸 작곡), Leroy Lendor(베이스, 드럼 머신), Steve O'Donnell(프로듀서)의 3인조로 영국 Rise 레코드에서 88년 "Sure Ain't News"와 "Soul To Soul", 2장의 싱글만 발표하고 사라졌다. 원래 음질과 관리상의 어려움 때문에 바이닐을 잘 구입하지 않는데, 바이닐 그것도 싱글을 화이트 카피 (테스트 용이나 프로모션 용으로 제작된 하얀색 라벨이 붙은 음반)를 구해보기는 처음이다. 캐치한 멜로디가 자꾸 머릿속을 맴돌아 무엇인가에 홀린 양 주문을 넣었다. 가격 5파운드에 배송비는 21파운드. 레어 ..

"D"iscotheca 2023.03.23

Gary Brown - Love Song (1992)

스트리밍을 빼고 2023년 처음으로 튼 음반은 게리 브라운의 이다. 올해 들어와서 음악을 많이 듣지는 않았지만 이 앨범을 연초부터 즐겨들었다. 지난 포스팅에서도 얘기했듯이, 이 음반 또한 90년대 발매된 R&B, 뉴잭 스윙 음반은 MCA 로고가 가로지르는 CD 위주로 모으면 틀림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준다. 한번에 귀에 들어오는 곡은 없어도 거의 모든 곡들이 수준 이상이고 편곡과 프로듀싱의 수준도 꽤 높다. 바로 애틀랜틱 스타, 쿨 앤 더 갱의 멤버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앨범을 알려준 곡은 아니지만 제일 좋아하게 된 곡이 바로 "Love Song"인데, 초기 SM 사운드를 연상케하는 전주에 가벼운 레게 터치까지 90년대를 회상하게 만드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특히 클라이맥스에서 나오는 피아..

"D"iscotheca 2023.03.10